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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었던 꿈을 다시 펼치다

▲ 채성태 문화공간 싹
누구에게나 자신의 미래에 대한 기대와 꿈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녹록지 않은 현실에 적응해 살다 보니 자신의 꿈과는 멀어지고 다른 방향의 삶을 사는 경우도 많다. 과거의 꿈에 대한 그리움으로 다시 그 꿈에 도전하며 삶의 가치를 알아가는 이들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문화 관련 일을 하는 나는, 현장의 삶에 관심이 많아 이곳저곳 사람들과 만나 대화하는 것이 일상의 한 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의 삶을 통해 어떠한 삶도 소중하지 않은 삶이 없으며, 각자의 자리에서 그 시대의 문화를 만들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자신의 끼와 소질 스스로 인식하게

 

내가 예술을 전공해서인지 유독 관심이 가는 삶이 있다. 예술분야에 끼와 소질을 가지고 있었으나, 가정 형편상 자신의 꿈을 접고 가족을 위해 헌신하며 달려온 삶이 그렇다. 이제 그들은 중년이 되고 노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자기 자신에게 내재하여 있는 끼와 소질을 알고 있기에 아련한 꿈을 그리워하며 살고 있다.

 

그런 이유로 시작한 것이 그들에게 자신의 꿈을 스스로 찾을 기회를 만드는 일이었다. 그 방법은 일반적인 예술 교습처럼 테크닉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끼와 소질을 스스로 인식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재능을 자랑할 기회와 그것을 이해하고 인정해주는 사람과의 관계를 형성해주는 것이었다.

 

시간이 지나며 다양한 만남에서 여러 꿈을 만나게 되었다. 사진을 하고 싶어 하는 분, 노래와 연주, 작곡을 하고 싶어 하는 분, 글을 쓰는 분, 그림을 그리며 화가가 되고 싶어 하는 분 등, 그들 각자의 표현은 다르지만, 그들이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들의 언어로 표현하고 싶어 했다.

 

그들과 만난 지 3년이 지났다. 그동안 내가 본 그들의 열정은 여느 예술가 못지않았다. 어느 날, 휴대전화에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와 ‘급 연락 바람’이라는 문자 메시지가 찍혀 있었다. 전화를 했더니 “요즘도 많이 바쁜가 봐? 잘 지내고 있지? 한번 보고 싶네!” 한다.(솔직히 지난주에도 만났다.) 마치 급한 일이라도 있는 것처럼 여러 번 ‘부재중 전화’가 찍혔음에도 막상 통화 내용은 형식적인 안부 인사뿐이었다. 하지만 난 알고 있다. 그가 그린 그림을 내게 얼른 보여주고 싶어 한다는 것을. 그래서 내가 먼저 “제가 오늘 한번 놀러 가도 될까요?” 했더니 “어! 그래 좋지. 내가 요즘 이런저런 것을 좀 해 봤는데, 자네 맘에 들지 모르겠네, 하하! 빨리 와!” 한다. 마치 숙제를 잘해 놓고 칭찬을 기다리는 어린아이마냥 즐거워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그에게 갔더니 그는 그동안 그려놓은 그림을 보여주며 작품을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작품 설명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날 줄을 모른다. 그에게 앞으로의 꿈 이야기를 들었다. 자신과 같은 처지인 사람들을 위해 공간을 만들어 함께 작품 활동과 예술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며 살고 싶다고 한다.

 

주변서 인정해주면 살아있음을 느껴

 

내가 아는 그들의 생활은 그렇게 넉넉한 편은 아니다. 하지만 원래 직업과 다시 찾은 꿈을 위해 두 개의 삶을 오가며 이제 더욱 바빠졌다. 그런데도 자신을 주변에서 인정해주기에 살아 있음을 느낀다고 한다. 무엇보다 그들에게 일어난 또 하나의 큰 변화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세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던 시각에서 자신이 사회 일원으로 주체가 되어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적극적인 사회활동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옛말에 늦었다고 할 때가 시작이라고 했던가! 자신이 잘하고 좋아하는 것으로 살며 주변에 인정받는 삶이 얼마나 큰 행복임을 그들을 통해 배워가고 있다. 그들을 통해 나 또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다시금 의문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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