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40년 지구본에 '한국해'로 적혀
나는 평소 이 문제에 큰 관심을 가지고 나름대로 공부를 해온 편이다.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공식발언을 통해 정부측에게 실태파악과 대책마련을 요구하기도 했다. 공부의 일환으로, 나는 외국을 방문할 때마다 그 곳 도서관에 가서 보관된 옛 지도를 열람해 보곤 했다. 도대체 옛날에는 저들이 이 바다를 어떤 이름으로 부르며 살아왔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확인한 결과 대개 18세기 경까지는 외국의 세계지도에 ‘Mare Corea’(한국해)라고 되어 있다가, 1800년대를 넘어 서면서 슬그머니 ‘Mare Japon’(일본해)로 변해 갔다. 이것은 힘의 논리대로 움직이는 국제사회에서 양국의 위상이 변모해 가는 현실을 보여준다.
일본이 19세기 들어 급속히 세력을 키워간 반면 한국과 중국은 동반쇄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급기야 일본은 1895년 중국을 꺾고 동아시아의 최강자가 되었고, 1905년에는 러시아마저 물리치고 확고한 동양의 지배자 자리를 확보했다. 한국은 물론 중국도 일본의 침략 밑에서 꼼짝하지 못했다. 이런 판국에 한국해가 일본해로 둔갑해서 통용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것이 이상할지 모른다. 한반도가 중간에 없었다면 ‘Yellow sea’(황해)마저 일본해로 불리지 않았으리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나의 외국 도서관 옛지도 편력 중에서 가장 최근의 것을 소개한다.
얼마전 세계도서관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스웨덴 요떼보리(Goeteborg) 시에 다녀왔다. 그 곳 시립박물관을 찾아 유물을 살펴 보다가 내 시선은 진열장 한 구석에 멈추었다. 오래 되어 일부가 찌그러진 상태인 나무로 된 세계 지구본이었다. 꽤 큰 지구본이었기에 유리로 차단된 진열장 밖에서도 글자를 읽을 수 있었다.
운이 좋아선지 마침 둥근 지구본의 지도 중 한국과 일본 부분이 내 정면 쪽을 향하고 있었다.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면서 조심스레 두 나라 사이의 바다를 눈으로 헤집었다. 아! 거기에 확실하게 박혀있는 글자는 바로 ‘Mare Corea’였다. 고전체로 멋을 부린 글자였다. 지구본 맨 위쪽에 1740년이라고 제작연도가 씌어 있었다. 그 시립박물관은 원래 동인도회사 사옥으로 1734년에 건립된 건물이었다. 그 지구본은 그 때부터 세월의 풍상을 웅변하며 지금까지 버텨온 것이리라.
"일본해 아니다" 국제사회에 촉구
원래가 ‘Korea Sea’(한국해)였는데 어찌하여 지금은 ‘Japan Sea’(일본해)가 되어 버렸나? ‘East Sea’(동해)로도 안 통하고 굳이 ‘Japan Sea’이어야만 하겠냐는 말이다. 이제 우리는 국제사회에 나서서 당당히 주장해야만 한다. 분명한 역사적 증거가 엄존하는데 언제까지 거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우리의 열의와 실력이다.
‘동해’가 병기되는 예가 늘어나는 것은 희망의 조짐이다.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위상이 높아지는 데 따르는 변화이리라. 그러나 더 이상 ‘동해’를 괄호 속에 묶어서 병기하는 식으로는 안 된다. 역사 속에서 원래의 위치로 돌아가기 위하여 ‘동해’는 홀로 존재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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