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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의 문제, 선악의 문제

이순신 장군 교훈처럼 선을 삶의 기준 삼으면 나도 살고 나라도 살 것

▲ 오덕호 한일장신대 총장
이순신 장군은 항상 우리 민족의 존경을 받아왔다. 최근에는 영화 ‘명량’을 통해 그 존경심이 더욱 커진 것 같다. 왜 사람들은 이순신 장군을 그렇게 존경할까? 영화에서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 이순신 장군의 어록을 보면 알 수 있다.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있사옵니다.” “죽고자 하면 반드시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 “나는 의리를 위해 싸운다. 장수의 의리는 충을 좇아야 하고,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 이 중에는 픽션도 있지만 이순신 장군의 정신을 잘 보여주는 것은 틀림없다.

 

이런 명언을 쏟아낸 이순신 장군은 어떤 생각을 가진 분인가? 이 세 가지 말은 모두 하나의 인생관을 보여준다. 그것은 의를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것이다. 이순신 장군은 12척의 배로 그 10배가 넘는 적군과 싸운다. 누가 봐도 이길 수 없는 전투를 하는 것이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백성을 지키고 나라를 지키려는 의리 때문이다. 이순신 장군은 의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사람인 것이다.

 

이순신 장군의 생각은 “죽고자 하면 반드시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必死則生 必生則死)라는 말에 가장 잘 담겨있다. 여기서 죽으려고 하면 산다고 하는데 도대체 무엇을 위해 죽으려고 한다는 것인가? 의를 위해서 죽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말에는 목숨보다 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생관이 들어 있다. 반면에 살려고 하면 죽는다는 말은 목숨을 위해 의를 버리면 오히려 죽는다는 뜻이다. 이순신 장군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악을 행하는 것보다 목숨을 바쳐서라도 선을 행해야 한다고 믿은 것이다. 결국, 이순신 장군의 인생관은 생사의 문제보다 선악의 문제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신이다. 우리가 이순신 장군을 최고의 리더로 존경하는 이유도 바로 이순신 장군의 이런 정신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가? 우리는 생사의 문제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우리는 흔히 이런 말을 한다. “죽고 사는 문제도 아닌데 그냥 넘어가지.” 생사의 문제라면 안 되겠지만, 생사의 문제가 아니니까 괜찮다는 뜻이다. 우리가 이렇게 생사의 문제에 매달리면 어떻게 될까? 사는 게 아니라 오히려 망한다. 필생즉사가 바로 이런 뜻이다. 우리는 오히려 선악의 문제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지금 당장은 손해가 되더라도 악을 버리고 선을 지키기 위해 온 힘을 쏟아야 한다. 그래야 산다. 필사즉생이 바로 이런 뜻이다.

 

이순신 장군과 정반대의 모습을 보인 사람이 일제강점기 때 친일파가 된 사람들이다. 이들은 살기 위해 친일파가 되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가? 지금 말할 수 없이 비천해지고 말았다. 생사의 문제에 매달려 어떻게든지 살려고 했더니 오히려 죽은 것이다. 불량식품을 파는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망한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한다. 생사의 문제에 매달려 불량식품을 팔다가 자신과 이웃이 함께 망하는 것이다. 정치인들은 자기가 망하지 않으려고 부정선거를 하고 거짓말을 한다. 그래서 자기가 사는가, 나라가 사는가?

 

우리는 지금 생사의 문제가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라는 착각 속에 빠져 있다. 절대 그렇지 않다. 선악의 문제가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우리가 선과 의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선을 내 삶의 기준으로 삼으면 나도 살고 나라도 살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존경하는 이순신 장군에게서 배워야 할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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