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7 19:50 (Fri)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문화마주보기
일반기사

성 소피아사원

▲ 소재호 석정문학관장·문인

필자는 최근에 그리스와 터키를 여행했다.광활한 자연 경관이며, 고대와 중세와 현대까지 아우르는 찬란한 유물 유적들, 그냥 그대로 장관이었다. 또한 많은 왕조들이 교체하며 흥망성쇠를 거듭하는 중에도 적국의 유물을 그대로 두어 자신들의 보고로 삼는 민족들의 슬기로움을 경의롭게 관람하는 복을 누렸던 것이다.

 

그리스 정교와 이슬람교가 한 곳에

 

그중에서도 그리스 정교의 원류인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가 한 방을 쓰고 있는 성소피아사원에서 필자는 참으로 감탄스런 정경을 만났던 것이다. 그러니까 아기 예수를 안은 성모마리아상을 옛 터키 이슬람인들이 페인트로 덮어씌웠다가 근래에 다시 겉을 긁어내고 본래의 모습으로 환원시켜 놓은 것이었다. 이슬람교의 코란 문자들, 무슨 상형의 말씀으로 겹겹이 안치시켜 놓으면서도 병치하여 나란히 기독교의 성화들이나 조형들을 복원시켜 함께 모셔놓은 것이다. 그리하여 이국에서 몰려온 각양의 민족, 각양의 종교인들이 이 경건한 두 종교의 화목(?)을 관람하게 된 것이다. 회교 국가의 이슬람 사원을 세계 기독교인들이 돈을 내고 꾸역꾸역 모여드는 상황을 보며 감동이 일었다.

 

터키인들은 조석으로 이슬람식 예법을 챙기면서도 그리스도교인들의 도래에 마냥 기뻐하하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자기 종교의 강박한 고수보다는 돈벌이가 더 신이 난 것이다. 유럽인들은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에게 무슨 선교다 포교다 하는 건방진 행위는 애시애초 마음도 먹지 않는다고 했다. 서양 문화는 거의가 기독교 문화라고 필자의 인식이 굳어진 터에 저리도 무한 무변한 이슬람인들의 인문학적 넘나듬에 대하여 필자는 골똘해질 수박에 없었다. 유럽의 모든 역사적 전쟁은 거의 종교전쟁이었다고 믿고 있으며, 지금도 종교 분규로 총성이 그치지 않은 마당에 여기서는 천연덕스럽게 두 종교가 화평하고 있었다.

 

“아, 이렇게 넘나들고 있구나! 서로의 가로막이 경계가 희미해지고, 국경이니 민족차별이니 무슨 이념이니 고집스럽기만 하던 종교적 교부가 서로는 서로에게 물들고, 서로가 서로에게 번지고 있구나!”

 

EU라 하며 유럽이 통합되고 화폐도 유로화로 통일되고, 비자도 없이 오고 가는 저 유럽 나라들은 일찍이 국가의 울타리를 걷어차고 있는 것이었다. 아니 넘나드는 것은 이뿐이 아니었다. 고대 문명이 현대에 다른 모습으로 승화되고, 동양과 서양이 합심하여 지중해에서 유람선을 띄우고 있었으니 상황 변이는 그 궁극을 모를 일이었다.

 

필자에게는 저 원효대사의 화쟁 원융의 이상 설파가 퍼뜩 뇌리를 스쳤다. 우리에게도 중세를 넘어오며 유·불·선이 우리의 의식 속에서 한타랑을 이룬 것도 괄목할 일이 아닌가. 우리 국민에게 이다지도 시시한 지역 감정이란 도대체 무슨 잠꼬대란 말인가. 남북이 철조망을 걷어차버릴 때도 머지 않지 않은가.

 

저 그리스 터키는 구원은 무슨 구원, 아침 저녁 식사를 교차하여 먹는 그들이 마냥 부럽다. 안중근 의사는 동양 평화를 부르짖었다. 우리 독립선언문에 주장된 바, 아시아의 공영 공생은 그냥 막연한 이념만은 아니다. 속좁은 일본이나 동북 공정 운운하며 음흉하게 속셈부리는 중국을 이끌고서 의연한 형님으로서 우리가 동북 아시아 통합 문명권을 창달한다면 오죽 좋으랴 싶다.

 

우리가 동북아 통합문명권 창달해야

 

소피아 사원 안에서 예쁜 터키 여고생들에게 둘려싸여 사진 촬영에 응했던 감격은 순전히 한류 열풍 덕이었다. 세계 젊은이들에게 한국인들은 신비의 민족이 되어 있었다. 굽 높은 우리네 문화 인기를 실감하고서 환상적 세계 넘나들기 여정을 접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