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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 굿판을 벌여?

▲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임실이 바람 잘 날 없는 고장이 됐다. 임실군수가 법정을 안방 드나들 듯 하고 있으니, 굿판이라도 한바탕 푸지게 벌여야 할 모양이다. 도대체 주민들 힘으로 임실을 휩싸고 있는 이 망할 놈의 한을 풀어낼 도리가 없다는 말인가.

 

지난달 27일 검찰이 심민 임실군수를 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민선 6기동안 임실군청을 접수한 수장들이 모두 기소되는 진기록이 세워졌다. 군수들의 무덤이라는 말이 재확인된 순간이기도 하다.

 

민선 임실군수들 모두 기소돼

 

심군수가 법정에 서게 된 것은 누군가의 고발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0년 11월 이형로 군수가 옷을 벗은 이후 계속되는 임실군수 낙마 사태를 살펴보면 경쟁자들의 끊임없는 감시, 발목잡기가 치열하다. 상대 후보 사무실 맞은 편에 사무실을 확보한 뒤 24시간 감시한 사실이 과거 임실군수 재판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사실 이런 살기등등한 임실 선거판에서는 당사자들이 더욱 원칙을 지키고, 뼈를 깎는 자기관리를 해야 한다. 가장 법을 잘 지키고, 도덕적이고, 청렴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그렇지 못했다. 자신의 목에 비수를 겨눈 상대 패거리들이 난립하는 것을 무시했다. 시시각각 감시와 고발에 온갖 신경을 곧추세우고 있는 하이에나에 둘러싸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감각했다.

 

답답하다보니, 굿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굿판 벌이는 것이 부끄럽다면 풍수지리가의 분석도 제기된다. 임실이 고향인 풍수지리가 최낙기 교수는 “수백년 이상 된 고을의 지형을 풍수적으로 살펴보면 선조들의 지혜가 그대로 드러난다. 하지만 임실의 심장부인 임실읍은 선조들이 지혜를 발휘해 만든 조화가 깨져 있다”고 지적한다.

 

삶의 터전이든, 묏자리든 자연과의 조화를 강조하는 풍수지리 과학에 의하면 ‘위치’가 중요하다. 바람길을 막고 햇볕을 잘 받으며 눈·비가 와도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곳이 명당이다. 그래서 산과 하천이 중요했다. 인간이 거주하는 모든 곳이 최상의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면 풍수지리는 보완 조치를 취했다. 이른바 비보풍수(裨補風水)다.

 

그런 측면에서 접근할 때 사회적 파장이 인 지역에 대한 풍수지리적 분석은 무시하기 힘들어 보인다. 최교수에 의하면 단체장들이 구설수에 오른 지역은 관청이 엉뚱하게도 산 뒤편에 위치해 있거나, 맥이 끊겼거나, 수구(水口)가 열린 형국이 대부분이다. 임실읍의 경우 수구가 열리고, 맥이 끊긴 경우에 해당한다.

 

지형상 임실읍내를 관통하는 하천 물은 북쪽으로 흐른다. 이 때문에 바람이 북쪽에서 읍내로 분다. 바람은 지나치면 일상생활에 해롭다. 선조들은 이를 경계하여 읍의 입구에 해당하는 곳, 그러니까 임실고 부근에 숲정이를 조성해 바람을 차단하고자 했다. 하지만 지금은 숲정이가 없다. 주민들이 수구를 연 것이다. 최교수는 “수구가 열려 북방이 허해졌다. 이 때문에 수장의 위치가 흔들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민 단결·화합의 단초 마련돼야

 

또 임실읍 맥이 잘렸다고 지적한다. 임실군은 1990년대 중반 무렵에 임실우회도로를 냈다. 전주-남원간 도로에서 청웅·강진·순창 방면으로 연결되는 읍 외곽도로다. 최 교수는 이 도로를 내면서 고을의 맥이 끊어졌다고 분석했다. 임실군청이 몇 년 전 신청사로 이전했지만 수구에서 너무 동쪽으로 치우쳐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논바닥 한 가운데에 지어진 신청사에 대한 비보 등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요즘 임실읍내 일대는 35사단 이전과 일진제강 입주 등 영향으로 부동산가격이 최대 10배 뛰고, 지역경기가 근래 최고다. 하지만 수뇌부가 안정되지 못하면서 지역 이미지가 추락했고, 발전 기반을 제대로 세우지 못하는 형국이다. 예를 들어 옛 숲정이를 복원, 지역의 명소로 만드는 일은 단순히 풍수적 비보 차원을 넘어 주민 단결과 화합의 단초가 될 수 있다. 고을 입구에 숲을 조성한 선조지혜를 옛 것이라고 그저 흘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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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 jhkim@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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