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을미년' 새해에는 상식 통하는 인간다운 사회 정의로운 대한민국이 되길
연초부터 경주 리조트 붕괴사고로 입학식도 치르지 못한 대학생들이 속절없이 죽음으로 내몰렸다. 재해 대비 미비와 부실, 이를 방치한 관의 합작품이었다.
잔인한 달 4월에는 꽃다운 아이들과 선생님, 시민들이 구조되지 못하고 차가운 바닷속으로 빨려 들어간 세월호 참사가 있었다. 부도덕한 선장과 선원, 구조시스템을 전혀 가동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한 정부와 해경 및 구조대들의 적나라한 민낯을 보여준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선주와 기업, 정부와 해피아들의 거미줄처럼 얽힌 부패 덩어리가 부른 참사였다.
전 국민이 TV로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된 세월호 침몰과 참사는 ‘빨리빨리’와 성장 일변도 대한민국의 총체적 부실과 정·경·관 유착의 모든 것을 다 드러냈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황색언론과 검경의 희생양 찾기와 지루한 정치권의 논쟁으로 왜곡되며 시간을 허비하고 결국 수박 겉핥기 형태로 국회에서 봉합되며 여타의 사건처럼 세월을 까먹고 있다. 유가족들은 여전히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어느새 국민들 하나하나 가슴 속 깊은 곳에 짙은 생채기를 남긴 채 잊혀가고 있다. ‘찌라시’수준에서 있을 법한 대통령의 석연찮은 행적의혹들이 정치권을 강타하더니 권력 암투 성격의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이 세상을 들끓게 하고 전직대통령 시절의 부패비리 사건은 흐지부지되었다.
특히 올해는 일명 “수퍼 갑”들이 갑질을 대놓고 자행한 해였다. 부도덕한 상류층과 재벌가의 일상이 국민들에게 가감 없이 전달되었다. 항공기 기내에서 벌어진 포스코 상무, 일명 라면 상무의 광폭행동은 전초전에 불과했다.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의 램프 리턴 사건과 기내에서 벌인 조폭 수준의 행동들은 우리 사회의 갑들이 얼마나 제멋대로이며 안하무인인지 혀를 내둘러야 했다. 골프채를 휘두르는 천박한 자식 사랑, 사장실에서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하고 맷값을 던지는 사장 등 전대미문의 사건을 저질러 놓고도 반성은커녕 변명으로 일관하며 직원들을 노예처럼 대하는 재벌가들, 대한민국은 언제까지 이런 종자들에게 상속제, 법인세, 소득세를 깎아 주다 못해 탈세와 분식회계를 대충 무마해주고 기업 상속과 사유화를 용인할 것인지 스스로 반문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서울 압구정 강남아파트 경비원과 송파 세모녀 자살 사건은 천민자본주의의 행태를 유감없이 보여주며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가고 있나 되새기게 했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기대하지 않는다. 상식과 인간 존중을 바라는 것이다. 치료비와 생활고로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과 인간다운 대접도 받지 못하는 상황을 죽음으로 대답한 경비원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은 완전히 딴 나라 사람이 되었다. 상식이 통하는 최소한의 인간다운 사회를 열망하는 것이 대한민국에서는 과한 욕심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2015년 새해에는 욕심내지 않고 소박하게 사는 이 땅의 서민들이 사람답게 살 희망이라도 주는 한해였으면 한다. 너와 나 누구랄 것 없이 최악의 정치 경제 상황에서 소통하며 먹고 먹히는 경쟁만이 아니라 협력하고 단결할 수 있는 한 해, ‘을’에게도 살 수 있다는 희망과 “그래도 세상은 아름답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새해가 될 수 있도록 심기일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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