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지자체가 나서서 자격조건 갖춘 신문에 선택·집중정책 실행을
얼마 전 지역인사 몇 사람과의 식사 도중에 나온 말들이다. 글로 다 옮기기 어려운 험한 말들이 마구 쏟아졌다. 대화가 깊어갈수록 우리 지역 언론에 대한 이들의 불만과 불신은 구체적이고 신랄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내세운 사례는 도민은행인 전북은행의 차별인사에 대한 지역언론의 태도였다. 지난해 전북은행이 광주은행을 인수하면서 오랫동안 아래 동네에 피해의식을 가졌던 도민들에게 모처럼 만에 자긍심을 심어주었다.
그러나 전북은행장과 감사, 그리고 2명의 부행장 중 1명이 외지 인물들로 채워지는 바람에 1969년 설립 이래 최초의 전북은행 출신 은행장 탄생을 잔뜩 기대했던 전북은행 직원들과 도민들에게 큰 실망을 주고 말았다는 것이다. 이에 은행 측은 전북은행 임원이 광주은행 부행장으로 입성한 것을 크게 부각시켰지만 실상은 이 인물 역시 정통 전북은행 출신이 아니라 몇 년 전 외부에서 영입된 인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광주은행을 인수하였지만 계열사는 물론이고 당은행에서 조차 전북은행 출신들이 철저히 찬밥이 되는 바람에 전북은행 직원들은 큰 불만과 함께 사기가 크게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을 응당 지적하고 비판해야 될 도내 언론들이 일제히 꿀 먹은 벙어리 마냥 입을 다문 것이 매우 실망스럽고 괘씸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도내 언론들이 눈을 감아버린 것은 광고비와 행사 협찬비를 고리로 한 은행 측과 언론사 간의 이해관계, 그리고 은행 측과 출입기자단의 긴밀한 유착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오비이락인지는 모르겠지만 실제로 전북 민언련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중순 경 전북은행 출입기자 13명이 연수를 핑계로 3박 4일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으며, 예년과 마찬가지로 올해에도 해외연수 계획까지 잡혀있다고 한다. 전북 민언련의 도내 언론의 전북은행 보도 분석에 따르면 대부분 기사가 보도자료를 그대로 베낀 홍보성 기사이고, 비판기사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게 이해 가는 대목이다.
사실 전북은행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우리 전북지역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무려 13개나 되는 일간신문의 난립으로 인해 지역신문들이 재정적으로 열악하기 때문이다. 독자 구독료에는 아예 신경을 쓰지 않은 채 오직 관공서와 기업들로부터 광고비, 협찬비 등을 뜯어내지 않으면 존립 자체가 어려운 일부 영세 신문사들에 감시와 비판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이들 영세 신문사들이 시장의 물을 흐려놓는 바람에 전북일보와 같은 건전한 신문은 물론이고 지역방송사들마저 진흙탕 싸움판으로 내몰리고 있다.
우리 지역신문시장이 이 지경까지 이른 데에는 자치단체장들의 책임이 크다. 일부 지역신문들에 대한 주민들의 분노가 천장을 찌르고 있는 이 시점에서 각 자치단체들은 지역신문의 선택과 집중 정책을 실행해야 한다. 일정 자격조건을 갖춘 건전한 신문만을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나머지 신문에 대해서는 지원은 물론이고 신문구독 마저 끊어 시장에서 도태시켜야 한다.
그런데도 자치단체장들이 말을 듣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는 전북 민언련과 같은 시민단체와 주민들이 나서서 자치단체장들에게 선택과 집중 정책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이의 실천을 감시하여 선거에서 표로 심판할 수밖에 없다. 일찍이 플라톤은 국민이 정치를 외면하면 가장 저질스런 정치인들에게 지배당하게 되는 벌을 받는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지금 같이 우리 도민들이 질 낮은 언론으로부터 피해 보고 있는 것은 그동안 지역 언론을 외면한 벌이 아닐까?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