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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장군의 사생활 엿보기

개인적인 역경·불행 딛고 나라 구한 충무공의 열정, 공직자 책임감 본 받아야

▲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오는 4월 28일은 ‘충무공 이순신 탄신일’이다. 충무공은 지금으로부터 470년 전인 1545년 음력 3월 8일 새벽 1시 서울 건천동에서 출생했다. 충무공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역시 난중일기이다. 난중일기는 7년 동안의 임진왜란을 꼼꼼히 기록하였는데, 모두 7책 205장으로 된 그 양이 제법 방대한 일기이다. 본래 충무공의 일기는 그 이름이 없었으나 정조 때 ‘이충무공전서’를 편찬하면서 당시의 편찬자가 편의상 ‘난중일기’란 이름을 붙인 것이다.

 

난중일기를 읽어보면 충무공의 충(忠)과 효(孝)가 얼마나 높고 깊은지를 잘 알 수 있다. 난리 통에도 고향 아산에 있는 어머니의 안부를 애타게 기다리고 수시로 사람을 보내어 안녕을 확인하고 안도하는 대목이 숱하게 나온다. 그런데 하필이면 충무공이 백의종군하던 시절인 1597년 4월 어머니가 82세의 나이로 숨을 거두자 충무공의 슬픔은 극에 달한다.

 

“종 순화(順化)가 배에서 와서 어머님의 부고를 전한다. 뛰쳐나가 뛰며 슬퍼하니 하늘의 해조차 캄캄하다… 가슴이 미어지는 슬픔이야 이루 다 어찌 적으랴…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고, 나는 맥이 다 빠진데다가 남쪽 길이 또한 급박하니, 부르짖으며 울었다. 다만 어서 죽기를 기다릴 따름이다.” 이처럼 어머니에 대한 효심은 지극한 반면에 부인을 걱정하는 대목은 겨우 두세 번에 불과할 정도로 부인에 대해서는 매우 무심한 편이었는데, 그 이유를 알 길이 없다.

 

전쟁준비와 공무에 관한 대목은 제쳐놓고 난중일기에 나오는 충무공의 사생활을 잠깐 엿보기로 하자. 많은 영웅호걸들이 그랬듯이 충무공 역시 술을 좋아했다. 술을 자주, 그리고 많이 마셨는데, 때로는 공무시간과 관계없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술을 마셨다. 동료를 송별하거나 특별한 날에는 아침부터 종일 술을 마시기도 하였다. “아침 광주 목사가 와서 식사를 같이 하는데, 먼저 술이 시작되어 밥을 먹지 않은 채 취해버렸다. 광주 목사의 별실에 들어가 종일 술에 취했다.”(1596년 9월 19일). 공은 꿈을 자주 꾸었는데, 꿈을 꾸고 나면 반드시 스스로 해몽을 하고, 점괘를 뽑아 길흉을 점치곤 하였다. 이 또한 전쟁 중의 스트레스 때문이 아니었겠는가?

 

충무공은 취미가 다양하였는데, 거의 매일 활을 쏘았으며, 가끔 거문고와 가야금을 타기도 하였다. 바둑과 장기도 두었는데, 본인이 두기 보다는 사람들을 불러 두게 하고 훈수하거나 구경하는 것을 더 즐기는 편이었다. 그런데 불행히도 충무공은 적어도 네 가지 병을 달고 살았다. 가장 심한 병은 위장병이었다. 수시로 토사곽란을 일으키고, 자주 신음을 내면서 몸이 아파 공무를 보지 못한 적이 잦았다. “이날 밤 속이 답답하여 자지 못하고 밤중까지 앉았다 누웠다 하다가 밤이 깊어서야 잠들었다”(1596년, 7월 24일). 또한 불면증에 시달렸으며, 다한증(多汗症)으로 심하게 고생하였다. 잠자리에 땀을 너무 많이 흘려 자다가 젖은 옷을 갈아입는 경우가 허다하였는데, 때로는 이불을 모두 적실 정도로 거의 매일 같이 자면서 땀을 흘린 것을 낱낱이 기록하였다. 그리고 지금으로 말하면 지루성 피부염인 머리 가려움증으로도 고생하였는데, 심할 경우는 여종을 시켜 긁도록 하였다는 기록이 자주 나온다.

 

충무공은 건강도 좋지 않았고, 막내아들이 전쟁에서 순직하는 등 개인적으로는 참으로 불행하였다고 본다. 그럼에도 개인적 역경을 이겨내고 나라를 구한 충무공의 나라 사랑과 공직자로서의 절제와 책임감에 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그러나 오늘도 빠지지 않고 언론에 등장하는 정치인과 공직자들의 일탈과 무책임, 무능력에는 그저 한숨만 터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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