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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시대의 보루, 책

▲ 이종호 신아출판사 상무
중세사회에서 책을 소유한다는 것은 권력의 상징이었다. 권력자는 동서양의 책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여 통치의 방편으로 이용하였다. 문맹이었던 국민을 계몽하는 도구로 이용하였던 것이다. 책은 통치자에게 사상과 지혜를 주는 연금술사였고 민중에게는 보여주지 말아야할 금기였다. 백성이 무지해야 통치를 제대로 할 수 있다는 발상으로 분서갱유를 일으킨 진시황이나, 아랍 왕 오마르1세가 이집트 원정 당시 〈알렉산드리아 대 도서관〉의 장서를 목욕탕 땔감으로 사용한 것은 민중의 우민화와 사상의 통제를 가한 광기(狂氣)의 사건이었다.

 

영상 보다 종이책이 뇌 진화에 좋아

 

그러나 코페르니쿠스의 금속활자의 발명은 책의 보급으로 이어져 권력자의 신화가 무너지는 사태에 이른다. 어찌 보면 문명의 진화는 활자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 역사를 들여다보자. 코페르니쿠스의 금속활자보다 먼저 발명되었던 것이 고려의 금속활자이다. 발명은 했으나 주조기술의 어려움으로 목판을 사용하다가 세종대왕 대에 이르러 본격적인 금속활자의 전성기를 맞는다. 그러나 중앙 관서에서 한정본으로 책을 발간하다 보니 지방에까지 보급될 리가 없었다. 목판은 활자를 대체하는 수단이었고 전라감영의 인청에서 발간한 완영본 책판은 그 증거이다. 보급률이 낮았던 당시 책은 사대부들의 전유물이었고 백성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그로부터 100년 후 잡스라는 한 인물이 정보통신의 혁명을 일으켰다. 통신과 영상, 정보를 통합한 쇼셜네트워크의 등장은 코페르니쿠스 이후 인류 문명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변화되는 역사적 사건이었고 아날로그의 소멸을 예고하는 전주곡이었다.

 

빛의 속도로 진화하는 디지털 매체는 불과 몇 년 사이에 전자책의 등장으로 이어진다. 세계 최대의 전자책을 만드는 구글은 한국에 상륙하여 전진기지를 구축하고 있다. 우리가 잠자는 사이에 소리 없는 전쟁이 시작 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기록문자로 대변되는 종이책마저 점령할 태세이다. 페이퍼 신문도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는 현실이다. 종이신문의 구독률은 한때 70%에서 현재는 11%로 낮아졌다는 통계이다. 이른바 올드 매체로 취급받는 현실이다.

 

정보의 신속성과 언제든 꺼내 볼 수 있는 휴대성에 필요한 지식을 무료로 얻는 덤까지 제공받고 있는 전자 매체의 진보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다.

 

출판문화 시장에서 아동이나 청소년을 상대하는 책은 이미 영상과 연결된 상품이 대세이다.

 

교과서로 공부하다가 모르는 것이 나오면 밑줄을 긋고 사전을 찾아보며 공부하던 시대가 멀어져가고 있다.

 

손으로 책장을 넘기며 글을 읽는 단순한 동작이 뇌를 진화시킨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다. 영상은 정보기능에는 강하지만 금방 잊어버리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종이책은 한마디로 영상정보의 알츠하이머 효과 덕분에 근근이 버티고 있다.

 

디지털로 마음의 평화 얻을 수 없어

 

SNS의 발달로 뇌를 활용할 기회가 점점 없어지고 있다. 스마트폰을 열면 지식백과가 있으니 무거운 사전 볼 필요가 없고 아는 길도 내비게이션에 의존하다 보니 뇌의 기능은 퇴화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심각한 장애를 불러일으키는 현실을 목도하면서도 빠져나오지 못하는 집단중독에 걸렸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개성 있는 나만의 필체로 종이에 꾹꾹 눌러쓰면서 상상력이 생겨나고 창조적 글쓰기로 이어지는 아날로그 방식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또한 영상으로 보는 전자책이 가독성이나 지식 습득 면에서 활자매체를 따라올 수 없고 무엇보다 인간 내면의 감성과 마음의 평화는 디지털이 해결해 줄 수 없다는 사실이다.

 

미래시대의 주역인 아이들의 교재만은 종이책으로 공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것만이 교육의 마지막 보루이자 희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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