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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과 '선생'을 찾아서

▲ 백민기 문화영토 판 대표
“나보다 먼저 나서 그 도(道)를 듣기를 진실로 나보다 먼저라면, 내 이를 스승으로 좇을 것이다. 나보다 뒤에 나서 그 도(道)를 듣기를 나보다 앞이라면, 내 이를 스승으로 좇을 것이다. 나는 도(道)를 스승으로 하는 것이다.”-韓愈의 師說에서-

 

형식적 호칭으로만 남용되는 선생

 

스승의 날도 아닌데, 왠 뜬금없는 스승 얘기이인가 하며 의아해 하는 이들도 적잖게 있을 것이다. 선생과 스승의 의미는 우리 사회에 아주 중요하고 값어치 있는 커다란 자리임에 틀림없으나 시대가 변하고 세상의 가치관이 달라지면서 스승과 선생의 의미는 그저 형식적인 용어로 남용되고 있는 현실이다. 무슨 자리나 만남에 있어 서로가 조금 불편하고 어색한 경우나 뭐라 부르기 애매할 때, 여지없이 서로가 선생이라는 말이 쓰는 모습은 흔하게 볼 수 있고, 심지어 어떤 연장자는 자기보다 손아래 사람에게 왜 자신을 선생으로 부르지 않느냐며 나무라는 모습을 간혹 보기도 하는데 이 또한 참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선생(先生)’이란 학문적으로나 덕망이 높은 사람, 혹은 사회적으로 존경받을 만한 위치의 사람, 학예가 뛰어난 사람, 각 관청과 관아(官衙)의 전임자를 가리키던 일종의 존칭 또는 경칭으로 고대사회부터 근대사회의 호칭이었다. 그리고 선생이라는 단어는 보통 연장자에게 쓰였으나, 자신보다 어린 사람이더라도 학덕이 높은 사람에게는 함부로 이름을 부르지 않고 선생이라 불렀다. 또한 중국과 한국에서는 사람의 이름을 함부로 불러서는 안 된다 하여 호(號)와 시호를 사용했다 하는데, 이는 그만큼 그 가치를 소중히 생각했기 때문이었으리라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해마다 큰 사건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그와 함께 쏟아내는 말들은 사건에 대처하는 이들의 행동과 방안들을 보면서 깊은 한숨과 답답함이 묻어난 불만을 토해내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아직도 제대로 된 그 무엇 하나 속 시원하게 내놓지 못하는 현실이 더 없이 안타깝기만 하다. 그들도 누군가에게 가르침을 받았을 것이데, 그들을 가르쳤던 선생이나 스승은 분명 그렇게 가르치지는 않았을 것인데 왜 이런 상황은 계속되는 것인지. 그러면서 입맛에 맞으면 삼키고 그렇지 않으면 무조건 뱉어 내는 이런 현상이 하나의 사회 규범이 되어 가는 건 아닌지 하는 불안한 생각마저 든다.

 

이는 문화계 또한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다. 정치판만큼이나 문화계도 많은 라인들이 있어 그 속에서 여러 갈등들이 난무하기도 한다. 지난 글에서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라는 표현을 했듯이 참 많은 선무당들이 ‘선생’이라는 호칭을 남발하고 또 누구를 평가하고 논하기까지 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보기도 하는데, 누가 뭐라 하기 전에 본인 스스로가 냉정한 평가를 해 봐 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것은 글을 쓰는 나 자신에게도 해당 되는 부분이다. 사람이 완벽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선생이라 불리고 또, 듣기를 원한다면 분명 시간을 가지고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존경(존중)은 내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밑에서 우러러 나올 때 가치가 있는 법이다.

 

덕망·학식 갖춘 인물 존칭해야

 

우리 사회의 선생관은 오랜 전통 속에서 형성, 변천되어왔다. 전통 사회의 선생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학문의 전수 과정에서 형성되는 제도적인 측면과, 덕망·학식을 갖추어 한 시대의 사표가 될 만한 인물을 존칭하는 사회문화적인 측면 등이 그것이다. 요즘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선생의 참모습은 후자의 경우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런 이들이 냉대와 조소를 극복하면서 새로운 인재들을 길러낸 덕분에 그나마 사회가 발전되어 왔음은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속담에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란 말이 있다. 하지만 언젠가 부터 ‘콩 심은데 콩 안 나고, 팥 심은데 팥 안 난다.’란 말로 쓴 웃음을 짓기도 했는데 그럼 무엇이 문제일까? 심은 콩과 팥이 문제일까? 아니면 새로 싹을 틔운 콩과 팥이 문제일까? 무엇이 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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