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지나 가을로 들어가면서 덕진연못은 연꽃이 시들어 짐짓 살풍경이지만 여전히 아름답다. 연꽃이 시들었지만 연못에는 그 잔해들이 남아 있다. 연이 잎을 키우고, 꽃을 피울 때 가렸던 더러운 연못 속에서 흉칙한 형상을 보이고 있다. 삼라만상은 한 때 화려하지만 영원하지 않고 결국 초라하게 시들고 만다. 역으로, 지금은 더러운 연못에 꺾인 채 방치된 신세지만, 찬서리와 북풍한설을 견디고 나면 널다란 잎으로 더러운 것 다 가려내고 세상을 향해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 것이 세상 이치다.
연꽃은 만다라화라고도 불린다. 우주의 본질, 인간세계의 중심적 가치가 응집돼 있다고 보는 것이다. 연꽃은 처염상정(處染常淨) 하는 고결한 자태를 통해 인간에게 한없는 가르침을 준다고도 한다.
전주 덕진공원에 들어가면 참 많은 인물들을 마주할 수 있다. 시민 공원에 이처럼 많은 인물의 유허비, 기념비, 공적비 등이 자리잡은 사례가 많지는 않을 것이다.
연화문을 들어가 몇 걸음 걷다보면 우측에 간재전선생유허비(艮齋田先生遺墟碑, 전주 출신 유학자 전우)가 우뚝 서 있다. 거북등에 세워진 것이 예사롭지 않은 인물이다.
곧바로 나아가면 둥근 갈래길이 나오는데 시계 반대 방향으로 빙 둘러가면서 4명의 시인이 둘러 소개돼 있다. 감꽃 시인 이철균을 비롯해 백양촌 신근, 신석정, 김해강 시인의 시비에는 시인들의 대표시가 돌에 새겨져 있다.
우측으로 나아가면 1900년대 초 태인에서 의병을 일으켰던 김개남 장군을 기리는 기념석이 나오고 그 뒤에 전봉준 장군의 기개어린 입상이 서 있다.
계속해서 산책로를 따라 나아가면 독립운동가 김일두, 제7대 국회의원 김용진 등의 행적, 공적을 기리는 기념비가 줄을 잇는다. 연못을 빙 돌아 나오면 취향정과 풍월정 사이에 김병로, 김홍섭, 최대교 등 3명의 청백리 법조인의 행적을 기리는 법조삼성상이 서 있다.
최근 전주에서는 전주정신, 전주인물 찾기가 한창이다. 전주의 얼, 그 얼에 부끄럽지 않은 인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