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문제 핵심은 ‘가난’ / 정부·지자체·기업 나서 질 좋은 일자리 만들어야
노령인구가 급속히 늘면서 고령화의 그늘이 짙어지고 있다. 노인 자살률과 빈곤율이 경제협력기구(OECD) 가운데 가장 높은 것은 물론, 노노간 양극화 심화와 노인의 가계 빚, 황혼이혼, 노인범죄, 노인학대 등이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옛 부터 사람은 평생을 살면서 세 가지가 여유로워야 한다고 했다. 하루 중에는 저녁이, 일 년 중에는 겨울이, 일생에서는 노년이 여유로워야 한다는 것이다. 소위 삼여(三餘)다. 그런데 한국인은 노년으로 갈수록 여유는커녕 칼바람을 맞아야 하는 게 현실이다. 이를 어찌 행복한 나라라 할 것인가.
몇 가지만 살펴보자. 지난 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고령층 가계부채의 구조적 취약성’을 보면 우리나라는 60대 이상 고령층의 소득 대비 가계대출 비율이 161%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연령대 평균 128%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이처럼 고령층의 가계부채 비율이 높은 나라는 미국과 독일 등 비교 대상 15개 국 중 유일했다. 심지어 부도 직전의 그리스보다도 못했다. 다른 나라는 나이 들수록 빚이 줄어드는데 비해 우리는 거꾸로 빚이 늘어나는 양상이다.
더구나 베이비부머의 중심인 50대가 고령층에 진입하면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이들은 주택 구입과 자녀교육비, 결혼 지원에 매달리느라 빚을 줄이지 못했다. 이들의 퇴직과 은퇴가 본격화 되는 앞으로 10년은 고령층의 가계 빚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 원인 중 하나는 고령층의 소득 가운데 연금 및 이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서다. 결국 노인들이 돈을 벌기 위해 일자리로 내몰리는 것이다.
또 다른 고령화의 그늘은 노노간 소득의 양극화다. 65세 이상 노인들의 상대적 빈곤율이 갈수록 심각해져, 여유 있는 노인과 궁핍한 노인 간의 신(新)양극화가 머지않아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 2006년 52.3%였던 상대적 빈곤율은 지난 해 62.5%로 늘었다. 올해 기초수급자 중 65세 이상 노인은 사상 처음으로 30%를 넘었다. 더불어 실버범죄도 급증하는 추세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전체 노인 범죄자는 2011년 6만8836명에서 지난 해 8만7583명으로 크게 늘었다. 노인인구가 12% 늘어날 때 노인 범죄는 27% 늘어난 것이다. 전체 범죄에서 절도·사기범죄가 줄고 있는데 유독 노인들의 절도·사기가 가파르게 늘어난 것은 노인들의 빈곤과 관련이 깊다.
이러한 고령화의 그늘은 노인인구가 폭증하면서 더욱 짙어질 것이다. 통계청이 추계한 2040년 우리나라 노인인구 비율은 32.4%다. 유엔이 정한 65세 이상 노인인구 20%인 초고령화를 넘어 극(極)고령화에 달하게 된다. 이럴 경우 세대 갈등과 더불어 경제 사회적 부담은 국가적으로 큰 압박이 될 것이다.
이러한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선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우리나라 노인문제의 핵심은 가난이다. 가난을 완화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선 일자리 마련이 최선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심각한 청년실업이 반면교사라 할 수 있다.
그 동안 노인 경제활동을 지원해온 대표적 사업은 정부가 2004년부터 추진해 온 노인일자리사업이다. 이 사업은 양적으로 대폭 확대되고 많은 긍정적 효과를 거뒀지만 한계에 이르렀다. 전체 사업의 85%를 차지하는 공공분야 일자리의 경우 급여수준이 20만 원 안팎에 그쳐 소득보장 기능이 크게 미흡한 편이다. 또한 민간사업장과 연계한 일자리 창출도 만만치 않다.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을 설립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으나 이것 역시 수월한 일이 아니다. 결국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 등이 부단히 노인일자리 창출과 일자리 나누기 방안을 고민하는 수밖에 없다. 노인들이 여유롭고 행복해야 진짜 복지국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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