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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뒤집힌 오월동주

안철수, 탈당 제 갈 길 / 진정한 정치 재목인지 가늠하는 시험대 될 것

▲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안철수 의원이 지난 13일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 20대 총선을 향한 야권 줄서기가 시작됐다. 기업인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그는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박원순에게,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문재인에게 양보하며 뒷심이 부족하다는 평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공동 창당한 정당을 아예 탈당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그의 비서실장을 지낸 문병호 의원과 호남의 유성엽 황주홍 도당위원장이 1차적으로 동반 탈당할 것이란 예고도 나왔다.

 

사실 안 의원이 최근 3년여 사이 참신한 이미지 때문에 급부상했지만, 안 의원의 정치적 리더십이 어느 정도 수준이고 또 얼마나 강력한 구심력을 갖고 있는지 의문스러웠다. 이런 즈음에 터진 안철수 탈당 정국은 그가 진정한 정치적 재목인지를 가늠할 중대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안 의원의 탈당은 갑작스러운 게 아니다. 대권을 꿈꾸는 그가 자신의 창업 지분이 확실한 제1야당을 탈당하기란 부담스러운 일이고, 탈당을 결행하기 전에 고도의 계산을 했을 것이다.

 

안철수 의원은 탈당이라는 초강수를 통해 자신이 결코 나약하지 않고, 항상 밀리는 정치인이 아니라는 점을 확실히 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표를 향해 줄기차게 혁신을 주문했지만 문재인 대표는 ‘이미 혁신위를 통해 혁신안을 내놓았고, 실천하면 될 일인데 더 이상 뭘 혁신하라는 것이냐’며 외면했다. 문 대표 입장에서는 안 의원의 혁신 요구가 ‘딴지 걸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안 의원 개인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문재인을 공격하는 정치공세일 뿐이었다. 애초 안 의원의 혁신 요구는 문 대표에게 받아 들여질 가능성이 제로였고, 안 의원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결국 탈당 명분을 쌓은 뒤 제 갈 길 가는 수순을 밟은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의원의 단기적 목표는 이제 문재인 체제, 노빠 체제의 새정연 체질을 깨고 환골탈태한다는 ‘구당’에서 진정한 안철수 신당 창당 쪽으로 정해졌다. 물론 내년 총선에서 제1야당 입지를 굳히고, 2017년 대선에 출마하는 포석이다.

 

위기는 기회를 만든다고 했다. 야권 분열 정국은 안철수는 물론 문재인에게도 기회다. 큰 기회가 어느 쪽으로든 주어질 것이다. 신의 손이 신당 추진세력의 누구에게 갈지, 문재인 대표 머리에 얹어질 것인지는 오리무중이다. 확실한 예측은 거대 여당 새누리당에 맞선다는 고루한 명분이 적어도 4월 총선을 앞두고 머리를 쳐들 것이고, 갈기 갈기 찢겨진 이들은 또 다시 뭔가 명분을 만들어 야권 통합이라는 카드를 국민 앞에 내놓고 구걸할 것이란 점이다.

 

최근 야권 분열은 상생 거부에서 비롯됐다. 너 죽고 나 살기 뿐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2014년 3월 자력으로 지방선거를 치를 힘이 없는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이 통합해 만들어 졌다. 당시에는 모두가 낯 꽃을 피웠지만 이제 등을 돌렸다. 그 핵심은 국민 이익이 아닌 정파 이익이다. 문재인은 마음을 비울 줄 알아야 했고, 새정연의 노빠 색깔이 결국 독이란 점을 눈치챘어야 했다. 물론 알면서 어찌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새누리당에 친박, 비박이 있듯이 새정연에는 친노, 비노, 주류 비주류가 사사건건 대립했다. 야당이 내분에 휩싸여 여당과 청와대 권력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했다. 그런 새정연을 국민이 외면하니 서로 ‘네 탓’만 외쳤다.

 

야당은 새누리당에게서 배워야 한다. 새누리당은 1997년 12월 대선에서 패배한 뒤 10년간 청와대와 국회 권력을 되찾기 위해 전열을 정비했다. 뭉쳤다. 그렇게 되찾은 권력을 지키기 위해 철옹성을 쌓았다. 10년 전 손학규가 탈당하기도 했지만 전열은 한 번도 흐트러지지 않고 있다. 보수와 진보의 3당 합당체지만 큰 흔들림이 없다. 제1야당이 수없이 헤쳐모여를 반복해 온 것과 분명히 다르다. 어쨌든 야권은 지긋지긋한 통합 명분을 준비하면서 또 분열했다. 안철수 의원은 자청해 오른 시험대에서 뭘 생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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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 jhkim@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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