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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분열 총선

야권이 뭉치지 못한 건 작은 권력에 취했기 때문…수권은 커녕 견제도 난망

▲ 수석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방송 드라마에서 이성계의 조선 개국을 전후한 이야기는 인기를 모은다. 수백년 고려왕조를 무너뜨리고 조선을 세운 이야기가 드라마틱하기도 한 탓이다.

 

흔히 제왕은 하늘이 내려준다고 하니, 그 주인공을 다룬 이야기는 뭇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근 야당의 한 인사가 ‘국부’ 발언을 했다가 곤욕을 치른 이승만 전 대통령이나 군부독재의 중심에 있는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의 경우도 흥미있는 드라마 소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조선의 몰락, 식민시대를 거쳐 70년 전 독립한 동아시아 소국이다. 그곳에서는 가난과 동족상잔의 전쟁이 있었다.

 

독재와 도전이 있었고, 기적같은 일도 있었다. 그런 과정을 거쳐 무역규모 1조달러 경제 선진국이 됐다. 일제에 맞서 싸우고, 민주화운동을 하고, 가난과 싸워 세계 10위 경제권에 진입했다. 대한민국이 온갖 고난을 헤치고 거둔 거대한 성공 스토리 속에 있는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등 전직 대통령들을 다룬 드라마는 태조 이성계의 개국을 둘러싼 이야기만큼이나 흥미진진할 것이다. 분노와 감명이 함께 할 것이다.

 

그들은 어떻게 대통령이 됐을까.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관계 너머에 다른 무엇인가 특별한 운발이 있을까. 천운을 타고 났을까. 운 때문에 대통령이 됐다는 것은 너무 재미없는 고리타분한 구성일까.

 

운칠기삼이란 말이 있다. 세상 일의 성패는 노력이나 실력보다 운에 달려 있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그들은 이 운칠기삼의 기제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태어났을 수 있다. 18년 독재 후 30여년 만에 대통령 딸을 배출한 박정희 가문은 운칠기삼을 너머 ‘운구기일’ 정도의 천운이 배어 있는 것일까. 아무튼 도전과 성공은 인기 드라마의 단골 손님이다.

 

요즘 세상이 시끌벅적하다. OECD회원국이면서 수출입 규모 1조 달러, 세계 경제 랭킹 10위를 오르내리는 대한민국이 어수선하다. 여러 난제들이 겹친 탓이다.

 

가계빚이 1000조원을 넘어섰고 청년 일자리, 은퇴자 일자리가 없다며 아우성이다. 대기업은 돈이 넘치고, 상당수 중소기업과 서민들은 장사가 안돼 아우성이다. 유가 폭락, 중국발 악재 등이 터지며 세계 증시가 널뛰기장이다. 나홀로 잘난척하며 금리 인상을 선언했던 미국도 엉거주춤이다.

 

대통령은 국회가 노동개혁법을 처리하지 않는다며 노골적으로 시위하고, 여당은 제 손으로 만든 국회선진화법을 고치겠다니 여반장도 유분수다. 야권은 피할 수 없는 권력 투쟁에 빠졌다.

 

국내 문제의 많은 것은 코앞에 닥친 총선과 대선 때문이다. 권력을 손에 쥐고 있는 여당은 전열을 정비하느라 시끄럽고, 지지율 떨어진 야당은 혼비백산하더니 갈래 갈래 흩어졌다.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뚜벅뚜벅 걸어가겠다는 정치권이 이익 좇아 갈지자 행보다. 전북정치권도 똑같이 움직이고 있다. 정치가 운칠기삼인가. 사실 야권의 이번 혼란은 문재인 대표 책임이 크다. 문재인 대표는 비주류와 안철수 의원 등의 퇴진 요구를 받아들였어야 한다. 나무에 올려 놓고 흔들어 댄다고 탓만 할 것이 아니었다. 겸손은 사람을 끌어 모으고 더 큰 기회를 만든다.

 

진짜 문제는 분열한 야권의 도덕적 해이다. 지난 수십년간 헤쳐모여를 반복하다보니 세력이 크게 약화됐다. 정체성도 모호해졌다. 대의를 좇는지, 사익에 급급하는지 알 수 없을 때가 많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야권 이합집산이 결국 총선을 앞두고 정리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만일 그들이 통합하거나 연대를 하면 지지했던 민심은 난감할 것이다. 그럴 줄 알았어 하고 넘어가면 그만인가. 정치 무관심층 양산 작전인가.

 

야권이 뭉치지 못한 건 작은 권력에 취했기 때문이다. 수권은 커녕 견제도 난망한 상황이 됐다. 이런 상황이라면 야권은 운칠기삼을 믿어야 할 것 같다. 그렇더라도 운은 준비가 잘 된 자에게만 따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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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 jhkim@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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