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막이·벽 없앴더니…직원들, 자유롭게 소통 / 협업·융합 시너지 창출
지난해 페이스북의 새 사옥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에 들어선 4만㎡의 건물 사무실에 칸막이나 벽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축구장 7개 크기인 사옥 전체가 하나로 연결된 초대형 사무실인 셈이다. CEO 주커버그는 개방과 소통이라는 페이스북의 철학을 사무실에도 담아내고 싶었다고 했다.
그의 생각처럼 이 공간에서 2800여 명의 직원들은 자유롭게 소통하며 업무를 공유하고 있다. 고개만 돌리면 디자이너와 엔지니어가 의견을 교환할 수 있고, 서로 다른 전공자들이 수시로 머리를 맞댈 수 있게 된 것이다.
칸막이와 벽을 없앴더니 소통이 되고, 협업과 융합이 이루어졌으며, 창의성으로 이어지는 시너지가 창출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는 곧 페이스북이 시가 총액 규모 세계 7위 기업으로 성장한 원동력이 되고 있다.
나는 축구장 일곱 개 크기의 페이스북 사무실이 주는 함의를 한국 대학들이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 어느 나라 대학보다 유독 우리나라 대학에 불필요한 칸막이와 벽이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많은 교수들은 개인 연구실에서 홀로 지내며 자신만의 니즈를 위해 더 많은 칸막이를 세우고 더 높은 벽을 쌓기도 한다. 학과끼리 배척하기도 하고, 학생들을 학과라는 칸막이 안에서만 교육하는 경우도 많다. 대학의 생명력은 다양성에 있다고 얘기하면서도 융합과 협업과 같은 다양성이 발현될 수 있는 생활공간을 만들려는 노력은 매우 부족하다. 게다가 부서 간, 단과대학 간, 인문계와 이공계 간, 교수와 학생 간, 교수와 직원 간, 대학과 지역사회 간의 벽은 또 얼마나 높고 많은가.
누군가는 전문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학에 그런 벽은 어느 정도 필요하지 않느냐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세상이 변하고 있다. 이제는 한 분야만 파고들어 성과를 내는 연구와 교육이 한계에 봉착했다. 복잡다단한 사회현상 속에서 인류가 처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존의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칸막이와 벽을 허물어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융합해야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연구개발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인재양성도 과거 제조업 중심 시대에는 시키는 일만 잘해내는 사람이면 충분했지만 이제는 전공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까지도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창의성을 발휘하는 융합형 인재를 요구하고 있다.
융합은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이미 융합은 대학 경쟁력의 척도이자 국가 경쟁력의 원동력이 되어버렸다.
여기서 우리는 페이스북 초대형 사무실을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칸막이와 벽이 없는 뻥 뚫린 연구실, 자유로운 소통 공간을 대학 캠퍼스에서는 구현할 수 없을까. 쉬운 일을 아니겠지만 서로에 대한 이해와 소통, 협업의 정신을 발휘한다면 결코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 대학엔 대학본부와 학과 간 소통뿐만 아니라 토요데이트, 워크토크데이, 캠퍼스 텃밭, 치킨피자데이, 소복열차 같은 총장과 구성원 간, 구성원과 구성원 간, 구성원과 지역민 간 소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나는 언젠가 이런 소통 프로그램이 우리 대학에 존재하는 유무형의 벽을 과감하게 무너뜨리고, 구성원과 구성원을 이어주고, 대학과 지역사회를 융합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확신한다. 그리고 이런 소통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확산되길 기대한다. 그래야 한국 대학이 단순한 ‘지식 전수의 장’을 넘어 국가 경쟁력을 이끌어가는 ‘지식 생성의 장’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남호 총장은 남원 출신이며 전주고, 서울대를 졸업하고 서울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립 익산대 교수를 거쳐 전북대 교수, 산학협력단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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