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복지전달체계 현장형으로 추진
내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의 여운이 가시지 않는 이유는 지천명 나이에 듣게 된 〈청춘〉이라는 노래도, 지금은 보기드믄 골목길도, 추억 속의 먹을거리도, 대학시절 서울살이 기억도, 등장인물 사이 러브라인도 아니었다. 그것은 “밥 먹고 가”, “이거 누구네 집에 갖다 줘” 라는 대사들이었다. 이웃 간에 음식을 나누고 고민을 함께 하는 모습, 그동안 잊고 지내던 ‘이웃’과 사라진 ‘인정’의 재발견이었다.
정부는 지난 3일 황교안 총리 주재로 제12차 사회보장위원회를 열어 그동안 시범사업 형태로 시행해 온 ‘읍면동 복지 허브화’ 사업을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조기 안착을 위해 국조실에 범정부 협의체를 구성해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읍면동 주민센터 명칭을 ‘주민복지센터’로 변경하고 복지인력을 확충해 복지전달체계를 보다 현장형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2018년까지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모든 주민센터가 복지 허브화 되고 올해는 우선 700개 읍면동이 복지허브로 개편될 예정이다. 읍면동에 맞춤형 복지전담팀이 설치돼 복지 공무원이 취약계층을 직접 방문해 상담하고, 가구별 욕구에 따른 다양한 지원이 통합적으로 제공된다. 이를 위해 내년까지 복지인력 6000명을 충원하고, 복지업무 경력자를 읍면동장에 임용하는 등 복지담당 인력에 대한 전문성도 높여 나갈 계획이다. 눈여겨 볼 대목은 기존에 시·군·구 지역사회복지협의체를 사회보장협의체로 개편하고 읍면동까지 구성하여 민간자원과의 연계·협력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복지전달체계를 개편하는 이유는 복지예산은 이제 130조 원에 육박함에도 국민들의 복지 체감도는 여전히 낮고, 시나리오 작가 고 최고은씨 사망사건이나 송파 세 모녀 사건과 같은 복지 사각지대 때문이다.
가라타니 고진은 〈세계사의 구조〉에서 법과 제도를 통해 보로메오 매듭(국가-자본-국민)을 풀고자 한 어떠한 시도도 가장 기만적인 좌절에 이르게 된다고 설명한다. 국가주의와 자본의 횡포를 막아내는 것은 시민이 과거 공동체의 유대감(친절하고 상냥하게 대가없이 주는)을 다시 불러와 회복하는데 있고, 그 호수의 가치를 사회의 공동가치관으로 자리 잡을 때 보로메오의 매듭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웃' 재발견하고 '인정' 살려내야
읍면동 복지 허브화가 ‘이웃’을 재발견하고, ‘인정’을 살려내지 못한다면, 단순히 복지공무원 증원과 복지기구 하나 더 늘리는 국가 권력에 의한 보로메오 매듭 풀기의 하나가 될 뿐이다. 필자가 이번 읍면동 복지허브화로 구축될 읍면동 단위 사회보장협의기구에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읍면동 사회보장협의체는 그동안 잊고 지냈던 이웃의 고통과 아픔을 발견하는 통로가 되고, 또 국가복지가 아닌 공동체적 복지를 상상하고 실천하는 단위가 되어야 한다.
이번 복지전달체계 개편이 약자도 살만한 이웃이 있고 인정이 흐르는 사회를 만들라고 주문하는 〈응답하라 1988〉에 대한 사회적 응답이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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