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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 선거여론조사 방지법 강화해야

방식·주체 등 따라 결과 달라 정확성·객관성 확보 안되면 혼란·피해 커질 수밖에 없어

▲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권력은 여론조사에서 나온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정몽준 후보가 세계 최초로 여론조사에 의한 후보단일화를 이룬데 자극을 받은 한나라당이 2005년 국민참여선거인단을 통한 공직후보 선출을 아예 당헌당규로 채택하여 정당의 후보 선출에서 여론조사가 정식으로 도입되었다. 이후로 모든 정당들이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100%까지 여론조사에 의존하여 대통령은 물론이고 국회의원, 단체장, 지방의원 등 모든 후보들을 뽑고 있다.

 

그래서 후보들은 여론조사에서의 승리는 곧 선거에서의 승리로 인식하여 선거의 시작부터 끝까지 여론조사에 목숨을 걸고 있다. 그러다 보니 여론조사의 부실, 왜곡, 조작, 악용들과 관련된 고발, 고소, 항의 등이 끊임없이 일고 있다.

 

여론조사는 본질적으로 문제점을 가질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다. 표본추출, 질문내용, 조사방식, 조사시점, 조사주체 등에 따라 조사결과가 다를 수밖에 없다.

 

선거여론조사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모집단을 잘 대표할 수 있는 대표표본의 확보가 어렵다는 점이다. 유선전화의 경우 전화번호부 등재율이 채 50%가 되지 않고, 무선전화 가입자 리스트는 아예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표본추출이 불가능하다. 또한 유무선 전화가입자의 비율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서도 조사결과가 달라지는데, 유선전화에 비율을 좀 더 높이면 여당 후보가, 무선전화에 비율을 높이면 야당후보가 유리하게 나온다. 조사시점도 중요한데, 주중과 낮에 조사하면 여당 지지자들이 과대 표본추출되고, 밤과 주말에 조사하면 주중과 낮 조사보다 야당 지지자들이 많이 조사된다.

 

설사 완벽한 대표표본이 확보된다 하더라도 질문내용에 따라 결과가 확 달라진다. 선거여론조사에서는 후보의 지지도를 물어보느냐 아니면 선호도 또는 적합도를 물어보느냐에 따라 후보의 운명이 결정된다.

 

일반적으로 후보의 지지도는 “어느 후보를 지지하십니까”, 후보의 선호도는 “어느 후보가 좋다고 생각하십니까”, 적합도는 “00당 후보로 누가 적합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묻는다.

 

과거의 사례를 보면 노무현, 박근혜, 문재인 등 열성적인 지지층을 갖고 있는 후보들은 지지도 질문을 선호했고, 정몽준, 이명박, 안철수 등 갑작스럽게 인기가 떠오른 후보들은 선호도 또는 적합도 질문을 선호했다.

 

후보들 간에 타협된 최종 질문이 지지도 또는 선호도(적합도)에 방점을 두었느냐에 따라 승부가 결정되었다.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단일화 때 최종 합의된 질문은 “이회창 후보와 견주어 경쟁력 있는 단일 후보로 노무현, 정몽준 가운데 누구를 지지하십니까”로 결정됐다.

 

두 후보의 주장을 절충한 질문이었지만, 질문의 방점은 지지도에 있었다. 사생결단식으로 치러진 2007년 대선의 한나라당 경선에서 이명박-박근혜 후보가 극적으로 타협한 질문은 “누구를 지지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하십니까”였다. 역시 선호도를 선호한 이명박 후보가 승리하였다.

 

일반 유권자가 참여하는 상향식 공천 방식이 선호되고 있고, 시간과 경비 절감 차원에서, 그리고 여론조사를 대신할 수 있는 마땅한 방식이 없다는 이유로 각 정당들은 여론조사에 의한 공천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우리가 선거여론조사에 의존하고 정치적 파워를 더 많이 부여할수록 여론조사에 의한 혼란과 피해는 더욱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제 부정확하고 왜곡 조작된 여론조사에 국가적, 정치적 중요 결정을 맡겨서는 안 된다. 사이비 여론조사로 인한 국가적 피해를 줄이기 위해 여론조사의 정확성과 객관성 확보, 그리고 여론조사의 공표와 관련된 법적 규제의 강화를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는 것이 국민의 여론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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