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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남의 일구일언] 또다시 막힌 전북의 하늘길

하늘길이 또 막혔다. 약 40년 동안 굼벵이 걸음 해온 새만금 개발이 다시 멈추게 되었다. 전북 땅이 아니라 다른 시도 땅이었다면 벌써 끝났을 새만금 사업은 도민들에게 기쁨보다는 아픔을 더 많이 주었다. 역대 정권들은 새만금을 가지고 전북도민들을 무던히도 이용해 먹었다. 선거철만 되면 장밋빛 새만금개발 공약을 내세우다 선거가 끝나면 몰라라 했던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새만금 이외에는 마땅한 미래성장동력 카드를 갖지 못한 전북으로서는 울며 겨자 새만금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새만금이 볼모가 되어, 다른 시도와 경쟁이 붙은 개발 사업들을 포기해 가면서까지 애지중지 지켜온 새만금이다. 그래도 2017년 문재인 정부 들어 새만금 개발이 본격화되었다. 새만금개발청 이전, 새만금개발공사 설립, 동서 도로 개통, 공항 건설 확정 등 처음으로 개발에 속도가 붙었다. 해마다 1조 원 이상의 국가 예산이 투입되었다. 특히 2019년 1월 새만금 공항의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는 엄청난 쾌거였다. 사실 전북도민에게 공항 건설은 간절한 숙원사업이었다. 대지 매입과 건설사 선정까지 마쳤던 김제 공항 건설이 2008년에 갑자기 중단되어 전북도민들은 큰 충격에 빠졌었다. 잘 나가는 듯했던 새만금 개발이 2023년 잼 보리 파행에 대한 보복으로 윤석열이 새만금 예산의 78%를 삭감하는 등 진통을 겪기도 했다. 공항 건설 착수를 얼마 앞둔 지난 11일 서울행정법원이 새만금 공항 기본계획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또 한 번 날벼락이다. 재판부는 조류 충돌 위험성, 갯벌과 철새 서식지 환경파괴, 경제성 부족 등의 이유를 들었다. 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환경단체는 다음 날인 12일에 새만금 관련 사업을 모두 중단하라는 내용의 집행정지를 서울행정법원에 신청했다. 만약 집행정지 신청마저 인용된다면 판결이 최종 선고될 때까지 새만금 공항의 모든 행정과 개발행위가 멈추게 된다. 공항 건설 반대 측은 새만금 공항은 조류 충돌 횟수가 무려 45.92회로 다른 공항에 비해 수십 배 또는 수백 배에 달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통계는 매우 과장되었다고 본다. 새만금 공항 부지는 아직 미개발지이기 때문에 새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다. 또한 불과 1.3km밖에 안 떨어져 있는 군산공항의 연간 조류 충돌 횟수가 0.04회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법원의 판단을 수긍하기 어렵다. 재판부는 경제적 타당성 이유도 들었다. 그러나 새만금 공항 건설은 경제성이 부족함에도 행정부가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추진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서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면서까지 추진하는 국가사업이다. 과연 사법부가 행정부의 정책을 판단할 권한을 가졌는지 사법권의 한계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사법권은 무한 권한이 아니다. 행정부와 입법부 고도의 정치 판단이나 정책 입안 등에 사법부가 권한을 함부로 남용해서는 안 된다. 공항 건설이 무산되면 새만금은 속 빈 강정이 된다. 그저 광활한 간척지에 불과하다. 2036 하계올림픽은 물론이고, 기업과 관광객 유치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이런 사태가 일어나도록 안이하게 대응한 전북도청에 책임이 크다. 지청구를 들어도 싸다. 전북의 유일한 미래성장동력인 새만금이 꺼져서는 안 된다. 정관계, 사회단체, 도민들이 한마음이 되어 비장한 각오로 이번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아직도 보존되어있는 김제 공항 부지도 대안 카드로 검토해보자. 권혁남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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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9.23 18:25

[권혁남의 일구일언] 통합을 반대하는 완주군 정치인들에게

전북이 쇠퇴하고 전주도 이울고 있다. 성장엔진이 꺼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꺼져가는 엔진을 시급히 살려야 한다. 어떻게? 새만금 개발에 대한 기대는 요원하다. 선택은 하나뿐이다. 전주와 완주를 결합하여 강력한 새로운 엔진을 장착해야 한다. 전주의 소프트웨어와 완주의 하드웨어가 결합하면 엄청난 시너지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본디 뿌리가 같고, 단일 생활권인 전주와 완주는 이와 입술(脣亡齒寒, 순망치한)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한 몸이다. 각자도생의 길로 가면 서로가 망한다. 전주·완주 통합은 완주를 희생시켜 전주가 잘살자는 게 아니다. 전국에서 꼴찌인 가난에서 벗어나 다 같이 잘 살기 위함이다. 가난은 사람을 구속한다. 가난은 온갖 자유를 억압한다. 가난하면 건강은 물론이고, 교통, 문화, 직업, 교육 등 모든 면에서 차별받는다. 그래서 가난에서 탈출해야 한다. 지역이 못사는 것은 결코 사람이 못나서가 아니다.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다. 잘못된 구조를 바로 잡고자 하는 것이 통합의 목적이 아니겠는가. 10월 주민투표를 앞두고 완주에는 폭력과 야유, 혐오, 공포, 선동이 넘치고 있다. 아무리 급해도 상대의 가슴을 후벼파는 날 선 말과 행동은 삼가야 하는 법. 부끄러움을 잊은 억지와 가짜정보를 펼쳐서도 안 된다. 통합 찬반을 선과 악의 대결로 몰아서는 더더욱 안 된다. 통합 반대파들이 프레임 싸움에서 크게 재미를 본 소위 3대 폭탄(빚, 세금, 혐오 시설)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 특별법에 따라 세금은 그대로, 전주시 부채도, 많지 않지만, 전주시가 해결한다. 쓰레기 소각장, 화장장은 현재 전주 것을 그대로 사용한다. 전주시 민관협의회는 105개 상생발전 방안을 통해 완주 군이 원하는 것 이상을 통 크게 양보하였다. 특히 통합 합의사항 이행감시를 위한 위원회도 2/3가 완주 군민이고 위원장도 완주 군이 맡는 것으로 명토 박았다. 한 마디로 완주는 잃을 게 없고, 얻을 건 넘친다. 완주 군민들이 이러한 정보를 제대로 알고, 올바로 선택하기 위해 완주 군민과의 대화와 토론이 보장되어야 한다. 김관영 도지사의 완주 군민과의 대화는 세 차례나 무산되었다. 온갖 야료와 협박에도 김 지사는 주소를 삼례로 옮기고 이사까지 하였다. 김 지사의 진정성과 뚝심을 보여주는 용기 있는 행동이다. 통합 반대파의 중심인 안호영 의원은 뒤늦게 전주와 완주, 익산을 통합하는 메가시티를 제안했다. 한 마디로 통합하지 말자는 얘기다. 완주의 국회의원, 군수, 군의원 등 정치인들에게 묻고 싶다. 도대체 누구를 위해 통합을 반대하는지. 왜 개방과 혁신이 아닌 폐쇄와 정체의 길로, 미래가 아닌 과거의 길로 가려 하는지. 역사적으로 문을 닫은 도시나 국가는 모두가 망했다. 지역소멸 위기를 맞고 있는 전 세계의 도시들이 지역 간 대통합을 통해 위기를 돌파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당신들이 가고자 하는 길은 시대 정신과 흐름에도 맞지 않는다. 정치인이 현실 감각을 잃고 허깨비 같은 권력에 취하면 자신은 물론이고 지역과 국가가 실패하고 만다. 알량한 동네 권력과 이권을 놓치고 싶지 않은 사리사욕에 완주의 미래가 튕겨 나가고 있다. 세상에 착한 정치는 없다고 한다. 그래도 자신을 버리고 지역과 국가를 위해 올바른 선택을 하는 정치인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전주·완주 통합은 돈과 사람을 불러 모을 것이다. 그것이 희망의 홀씨가 되어 전북 땅에 널리 퍼지게 될 것이다. 권혁남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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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8.12 18:35

[권혁남의 一口一言] 집단 간 혐오와 양극화를 부추기는 언론

집단 간 혐오와 양극화가 도를 넘고 있다. 집단 간 대립과 갈등 양상이 불신과 적대시를 넘어 상대 집단과 소속된 사람들을 폄훼, 배척, 공격까지 하는 실정이다. 주로 온라인 게시판과 댓글을 통해 상대 집단에 대한 차별적이고 적대적인 혐오 표현을 퍼붓고 있다. 절라도, 개쌍도, 홍어, 흉노(지역 근거), 절뚝이, 무뇌아(장애), 페미, 맘충(성별), 짱개, 개남아(인종), 개독교, 땡중(종교), 똥꼬충(성 정체성), 개검, 검새(직업), 틀딱, 급식충, 잼민이(나이), 빨갱이, 좌좀, 극우 꼴통(정치 성향). 문제는 이런 혐오 표현이 개인의 문제를 넘어 집단의 문제로 확대된다는 점이다. 대체로 분노와 공포를 담은 내용일수록 전염성이 강한데, 소셜 미디어의 알고리즘이 이런 콘텐츠를 더 많이 추천해 혐오와 양극화를 조장한다. 집단 간 혐오와 양극화는 언론에도 책임이 있다. 언론의 취재 보도 관행이 대중들의 혐오 표현과 정치적 양극화를 부추기고 있다. 언론계에는 출처와 근거가 명확하지 않더라도 대중의 관심을 끌 만한 내용이면 ‘일단 쓰고 보자’ 정신이 만연되어있다. 이것이 노리는 것은 선정성에 기대어 오직 클릭 수를 늘리는 것이다. ‘클릭 저널리즘’은 적은 비용으로 최대이익을 얻으려는 생존전략의 일환이다. 또한 우리 언론은 객관적 보도라는 이름을 내세워 진실성 검증 없이 특정 정보원의 발언을 직접적으로 인용하는 이른바 ‘따옴표 저널리즘’을 너무 많이 사용하고 있다. 큰따옴표(“ ”) 헤드라인은 독자의 흥미와 주목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의 진실성을 제대로 검증하지도 않은 채 객관적 저널리즘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여 무분별하게 인용 보도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언론의 명백한 책임 회피이다. 연구에 의하면 취재원의 부정적 감정을 인용하는 비율이 긍정적 감정을 인용하는 비율보다 2.8배가량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우리나라 신문은 다른 나라에 비해 큰따옴표 헤드라인을 월등히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문제는 큰따옴표 헤드라인이 무례한 댓글을 더 많이 유도하는데, 특히 특정 개인에 대한 모욕과 공격 댓글을 더 많이 부추긴다는 점이다. 한편 우리 언론은 정치인 등 유명인이 소셜 미디어에 게시한 글을 기사화하거나, 수용자의 관심을 끌 만한 게시물을 찾아 이를 기사화한다. 이 과정에서 사실관계 확인 없이 소셜 미디어 게시글을 그대로 보도함으로써 특정인과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과 비하, 혐오 표현 등이 여과 없이 보도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언론이 그들의 확성기 노릇을 하는 것이다. 언론은 집단 간 혐오와 양극화를 줄이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한다. 서구 언론에서 시작한 ‘컨스트럭티브 저널리즘’(constructive journalism)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저널리즘은 기존의 갈등 보도가 갈등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고, 부정적인 관점 중심의 보도 방식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대안적 보도 방식이다. 이 저널리즘은 6대 요소를 강조한다. 해결책, 미래 지향성(무엇을 할 것인가), 포용성 및 다양성(더 많은 목소리와 관점), 힘 돋우기(피해자와 전문가에게 힘을 실어주는 다양한 질문), 맥락 설명하기, 공동 창조(대중의 참여 유도) 등이다. 언론은 사회의 모든 집단이 소중하고 필요하다는 공동체 의식을 심어주고 상대방에 대한 관용을 높이는 데 앞장서야 한다. 권혁남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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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7.01 18:19

[권혁남의 일구일언] 유튜브의 사회적 책임

지난 4월 23일 유튜브가 창립 20주년을 맞이했다. 유튜브는 참으로 우연한 기회로 탄생했다. 2004년 세계적인 팝스타 자넷 잭슨이 생방송 공연 중 가슴이 0.5초 노출되는 사고가 유튜브 창립의 계기가 되었다. 이른바 니플게이트(Nipplegate)로 세상이 난리가 나고 인터넷에서 이를 검색하려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자베드 카림이 놓치지 않았다. 그는 다른 두 명의 동업자와 함께 2005년 동영상 검색 전용 플랫폼을 만들었다. 작명도 멋졌다. 유튜브(Youtube)는 ‘당신’의 ‘You’와 브라운관 TV의 ‘Tube’를 딴 것으로 곧 ‘당신의 TV’를 뜻한다. 유튜브가 창립된 지 1년 만인 2006년에 유튜브의 잠재력을 알아본 구글이 16억 5,000만 달러(약 2조 3,400억 원)에 인수했다. 구글이 인수한 뒤 처음부터 유튜브가 잘 나간 것은 아니었다. 2009년까지 연간 4억 달러 이상의 적자를 보는 골칫거리였다. 그러다 구글의 검색 및 광고 기능이 제대로 결합하면서 2010년에 이르러서야 흑자로 돌아섰다. 유튜브는 2024년 542억 달러(약 77조 3,6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기업가치가 4,750억~5,500억 달러(약 785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구글이 유튜브를 인수할 때보다 가치가 무려 333배 상승하였다. 유튜브는 돈만 많이 버는 게 아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동영상 플랫폼으로 성장한 유튜브는 사회적 영향력도 단연 압도적이다. 우리나라에서 유튜브는 뉴스 시장뿐만 아니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음원, 쇼트폼 등 국내 플랫폼 시장에서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뿐이 아니다. 컨슈머리포트의 조사에 따르면 수입차를 구매하려는 소비자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영업사원'을 제치고 '유튜브'(유튜브 시승 영상)가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한 전문가는 국산 차도 머지않아 같은 길을 갈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 뉴스 시장에서 유튜브가 차지하는 위상 역시 독보적이다. 작년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SNS는 카카오톡( 98.9%), 유튜브(84.9%)이었다. 뉴스·시사 정보를 많이 이용하는 소셜 미디어로는 유튜브가 60.1%로 단연 1위이다. 유튜브의 막강한 전달력과 영향력, 무한한 확장성을 인식한 레거시 미디어들도 자사 플랫폼과는 별도로 유튜브 내에 채널을 운영하는 등 유튜브 세계에 뛰어들었다. 이제는 <김어준의 뉴스공장> 등 유튜브 전용 시사 채널은 물론이고 지상파 방송, 종편, 보도채널, 여기에 종이 신문까지 모두가 유튜브 세계에서 소화되고 있다. 이처럼 유튜브가 메인 플랫폼이 되면서 미디어와 권력의 관계도 크게 변했다. 이제 인터넷과 유튜브를 폐쇄하지 않는 한 권력에 의한 미디어 통제가 불가능하게 되었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이라 하겠다. 문제는 추천 알고리즘으로 인해 이용자가 특정 성향의 콘텐츠에만 집중적으로 노출하여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조장하는 등 집단 양극화의 주범으로 비판받고 있다. 또한 가짜 뉴스를 만들어도 처벌받는 게 아니라 오히려 후원금으로 보상받는 시스템은 문제가 있다. 유튜브 등 외국 사업자도 국내 사업자와 동일한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만 간다. 밖으로 전혀 알려지지 않은 알고리즘의 공개나 개선 등을 포함한 사회적 책임을 강화할 수 있는 정책을 신중히 마련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권혁남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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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5.20 18:33

윤석열과 전북, 그리고 새로운 기대

시거든 떫지나 말고 얽거든 검지나 말 것이지. 경험도 없고 준비도 안 된 윤석열이 독선과 객기를 부리다 게도 구럭도 다 잃어버렸다. 윤석열은 취임 2년 11개월 동안 실체도 없는 반국가세력을 척결하고, 진실이 아닌 부정선거 의혹과 싸우느라 나라 전체를 엉망으로 만들어놨다. 자기 말대로 호수에 비친 달그림자를 잡으려 호수에 직접 뛰어들었다가 결국 빠져나오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K 문화와 K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세계 일류 문명국가로 욱일승천하던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보여준 그의 사고와 언행은 참으로 한심하고 부끄러웠다. 맹자는 혁명론에서 “군주가 책임을 다하지 않고 폭정과 무능으로 백성에게 고통만 준다면 그 군주는 천명(天命)을 잃었기에 마땅히 폐위되거나 교체되는 것이 정당하다”라고 하였다. 윤석열은 여민동락하지 않고서 정치, 경제, 외교, 남북관계, 의료, 사법 등 모든 분야를 파탄 냈으니 처벌받는 게 마땅하지 않은가. 역대 정부 중 윤석열과 전북의 관계는 최악이었다.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은 전북에서 역대 보수정당 후보로는 최고 득표율인 14.42%를 얻었는데도 말이다. 무주군에서는 19.84%를 얻었고 무풍면에서는 무려 24.66%의 득표율을 기록하기도 하였다. 윤석열은 선거운동 기간 전주를 찾아 “전북 홀대론이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특별히 챙기겠다”라고 큰소리쳤다. 당선인 시절인 2022년 4월 전주를 다시 찾아와 “새만금 개발과 함께 전북을 기업들이 누구나 와서 마음껏 돈 벌 수 있는 지역으로 만들겠다”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런 약속들은 완전한 뻥카였다. 윤석열은 예산과 인사에서 전북을 철저히 버렸다. 윤석열과 전북의 관계는 2023년 8월 새만금에서 열린 세계잼버리대회 참패를 계기로 완전히 파국을 맞게 된다. 대회가 끝난 후 모든 책임을 전북에 떠넘긴 윤석열 정부는 새만금 SOC 예산의 78%를 삭감하고, 새만금 공항 공사마저 지연시켰다. 여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다음 해 예산까지 깎는 치졸한 뒤끝을 작렬시켰다. 결국 지난 3년 동안 윤석열이 대선공약으로 내세운 전북지역 7대 공약 46개 실천 과제 중 완료된 것은 새만금 투자진흥지구 지정 단 한 건뿐이다. 사업비로 보면 총 25조 7,472억 원 중 1조 2,994억 원인 5%만이 이행하는 데 그쳤다. 이 정도면 공약이 아니라 사기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제 윤석열은 가고 장미 대선이 치러진다. 두 달 후면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것이다. 윤석열 정부 내내 예산과 인사에서 철저히 차별받았던 전북으로서는 또 한 번 깨달았다. 역시 예산과 인사가 만사라는걸. 지금 분위기로는 민주당 정부가 출범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러기에 새 정부에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먼저 참신하고 획기적인 전북지역 대선공약을 발굴하여 이를 후보의 공약집에 집어넣는 게 중요하다. 일은 사람이 하는 것. 일을 성사하기 위해서는 전북 출신들을 새 정부 요직에 다수 포진해야 한다. 전북은 민주당 10명의 의원 중 5명이 3선 이상인 중진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중진 의원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전북의 큰 정치자산이자 민주당의 거목인 정동영 의원은 새 정부에서 국무총리나 당 대표를 노려야 한다. 새 정부에서는 만년 변두리, 들러리, 홀대 전북이라는 딱지를 떼야 하고, 패싱해도 군소리 없는 온순한 지역이라는 이미지를 벗어야 한다. 새 정부에서는 특별자치도 이름에 걸맞게 특별하게 도약할 계기를 만들어보자. 권혁남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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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4.08 15:42

[권혁남의 一口一言  ] 윤석열과 파시즘 정치의 종말

윤석열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다. 그는 집권 초기부터 12·3 내란 때까지 잘못된 파시즘 정치에 빠졌다. 내란 성공을 통해 히틀러와 같은 강력한 파시즘 정치를 꿈꾸었을 것이다. 파시즘은 의도적으로 국민을 분열시킨다. 윤석열은 끊임없이 분열과 갈등을 조장했다. 국민을 ‘우리’와 ‘그들’로 갈랐다. 자신을 따르지 않고 반대하는 세력은 모두가 그들이다. 졸지에 그들은 반국가세력이 되었다. 파시즘 정치는 이성적인 논쟁보다는 음모론과 가짜 뉴스에 의존한다. 윤석열과 국민의 힘, 전광훈 목사 등의 종교단체와 극우 유튜버들은 부정선거와 중국 개입 의혹을 끊임없이 퍼뜨려 왔다. 파시스트들은 과연 누가 믿을까 싶은 정도로 뻔한 거짓말을 끝없이 반복한다. 나치 정권의 선전상이었던 괴벨스는 "대중은 처음에는 거짓말을 부정하고, 다음에는 의심하지만, 되풀이하면 결국엔 믿게 된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괴벨스는 "대중이 말하는 자기 생각이란 다른 사람들이 한 말을 그대로 반복하는 것에 불과하다"라고 하였다. 실제로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사람들 대다수는 근거는 잘 모르지만, 주변 사람들이 자꾸 그렇게 말하기 때문에 믿는다고 말한다. 히틀러는 그의 옥중 저서 「나의 투쟁」에서 선동의 목적은 이성적인 논쟁을 비이성적인 두려움과 분노로 바꾸는 것이라고 하였다. 말도 안 되는 음모와 가짜 뉴스는 제일 먼저 목표 대상에 대한 신뢰와 도덕성 의혹을 불러일으키는 데에 초점을 둔다. 거짓된 음모와 가짜 뉴스를 취급하지 않는 주류 언론을 편향적이라고 공격함으로써 주류 언론의 신뢰를 떨어뜨린다. 이런 방식을 통해 거짓과 가짜 뉴스를 진실로 둔갑시킨다. (제이슨 스탠리, 우리와 그들의 정치: 파시즘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현대판 최고의 파시즘 정치가는 트럼프다. 그는 음모론과 가짜 뉴스를 끊임없이 생산한다. 대표적으로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이 아닌 케냐에서 출생했기에 대통령 자격이 없다는 음모론을 퍼뜨렸다. 2016년 대선에서는 한 피자 가게가 아동 성매매 조직을 운영한다는 가짜 뉴스를 퍼뜨렸다. 이를 진짜로 맹신한 공화당 지지 남성이 실제로 총을 들고 피자 가게를 습격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내란 수습 과정에 있는 우리나라에는 부정선거, 중국 개입, 헌법재판소 재판관 관련 온갖 음모와 가짜 뉴스들이 판을 치고 있다. 지난 1월에 발생한 서울 서부법원 폭동에서 보았듯이 이를 맹신하고서 폭력, 방화까지도 불사하는 극렬세력이 존재한다. 음모론과 가짜 뉴스를 설파하는 정치인은 위선으로 가득한 정치판의 신선한 공기처럼, 그리고 용기 있고 진실한 정치인으로 추앙받기도 한다. 국민의 힘의 윤상현 의원 등이 바로 이를 노리고 있다고 본다. 3월 초중순에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파면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괴벨스는 “대중을 열광시키는 가장 강력한 힘은 분노와 증오”라고 하였다. 윤석열 일당은 틀림없이 파면 결정에 불복하고서 지지자들의 분노와 증오를 자극 시킬 것이다. 벌써 이 점이 우려스럽다. 편견과 혐오, 그리고 공포를 담은 음모론과 가짜 뉴스를 신봉하는 사람을 이성적으로 설득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미국 예일대 스탠리 교수는 이성적인 근거로 음모론과 가짜 뉴스를 논박하려고 하는 것은 마치 팸플릿으로 권총과 맞서는 것과 같다고 하였다. 사회가 분열될수록 파시스트 선동가들이 설치게 된다. 이참에 윤석열과 파시즘을 동시에 퇴출해야 한다. 5월에 들어설 새 정부 새 시대에는 갈라치기, 편견, 혐오가 화합과 이해, 포용으로 바뀌었으면 싶다. 권혁남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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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2.25 18:02

여의도 탄핵 광장에서

새벽에 일어나 내복, 장갑, 목도리, 깔판 등 장비를 단단히 준비한 채 여의도로 떠났다. 내란 수괴 윤석열에 대한 탄핵소추안 투표가 있던 지난 14일. 택시에서 내리기 전 70대 기사님의 “그놈 잡으면 실컷 두들겨 패주세요”라는 말이 더더욱 전의를 불태웠다. 예상대로 여의도로 가는 길은 간단치 않았다. 지하철을 타기도 쉽지 않았고, 내려서 역을 빠져나오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주최 측 추산 200만 명이 운집했다고 하니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1987년 13대 대통령선거 당시 여의도 광장에서 열린 김대중 후보 연설회 때 100만 군중을 본 이래 이렇게 많은 인파를 본 적이 없다. 무대와 연단은 고사하고 스크린마저 보이지 않는 도로와 인도까지 사람들이 빼곡히, 그러나 질서정연하게 자리 잡았다. 오직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구호와 음악에 맞춰 각종 응원봉과 촛불을 흔들어 대며 한 마음이 되었다. 무대가 보이지 않아도 관계없다. 앉고 서 있는 자리가 바로 무대였다. 현장은 비장하면서 동시에 축제 분위기였다. 성, 나이, 지역과 계층 구분 없이 완전히 하나로 통합되었다. 윤석열이 통합의 기수가 된 셈이다. “가 이백 네 표.” 우원식 국회의장이 투표 결과를 발표하는 순간, 여의도 탄핵 광장에 천지가 진동하는 환성이 터졌다. 마치 월드컵 축구 경기에서 우리가 골을 터뜨린 순간의 함성처럼. 초조하게 졸이던 가슴이 엄청난 기쁨으로 폭발하면서 옆 사람을 껴안고 일제히 소리를 질러댔다.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많았다. 11일간 계속되었던 뜬금없는 비상계엄의 트라우마가 일거에 날아가는 듯했다. 전주로 돌아가기 위해, 지하철은 아예 포기하고, 마포대교를 걸어서 건넜다. 인파 속에 묻혀 차디찬 강바람을 맞으며 기나긴 한강 다리를 건너면서 많은 생각을 하였다. 도대체 윤석열이란 괴물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과대망상, 피해망상, 편집증으로 가득한 광기의 대통령이 K 민주주의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에서 감히 쿠데타를 꿈꾸다니. 그러고 나서도 진정한 사과 없이 국민과 끝까지 싸우겠다고 하는 저런 인간을 대통령에 당선시킨 제도와 정치문화가 아쉽다. 우리는 정신 치료가 단단히 필요한 악마를 대통령으로 뽑았다. 국민께 석고대죄해도 모자랄 판에 내란 수괴 윤석열을 끝까지 보호하고 정권 지키기에만 골몰하는 국민의 힘 국회의원들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윤석열은 경험과 준비 없이 별의 순간을 잡은 것이 문제였다. 벼락출세로 개인적으로는 생의 정점을 찍었지만, 국가적으로는 큰 불행이 되었다. 윤석열은 검사, 검찰총장, 대통령을 거치면서 권력중독 증세가 악화했다. <승자의 뇌> 저자인 이언 로버트슨 교수에 의하면 너무 많은 권력을 가지게 되면 코카인과 같은 부작용을 일으킨다고 한다. 자기애에 빠지고, 오만해지며, 권력으로 모든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에 빠지게 된단다. 따라서 다른 사람에 공감하지 않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시야가 터널처럼 좁아져 오직 목표 달성을 위해 돌진하게 된다고 한다. 윤석열이 딱 그랬다. 언젠가 유승민은 윤석열에게 “권력의 칼춤은 결국 자신에게 돌아간다"라고 경고한 적이 있다. 권력의 칼을 허투루 휘두른 장님 무사 윤석열은 자신의 칼춤에 찔려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말았다. 한때는 일국의 대통령이었던 그대가 국가와 국민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더 이상 구차하게 굴지 말고 모든 걸 내려놓고 국민의 명령을 받기 바란다. 지난 11월 28일 천주교 사제들은 시국 선언문에서 이렇게 꾸짖었다. 사람이 어째서 그 모양인가. 권혁남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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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2.17 18:47

전주·완주 통합과 김관영 안호영의 다른 선택

벌써 네 번째 도전이다. 하지만 전주·완주 통합은 여전히 터덕거리고 있다. 반대론자들은 통합으로 인해 얻을 게 없고 오히려 지역 발전이 후퇴한다고 말한다. 일찍이 한비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의리도 인정도 아닌 오직 이익뿐이라고 하였다. 완주군민들에게 통합으로 인해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일부에서는 관 주도보다는 민간인 주도로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한다. 명분은 좋지만, 실상을 모르는 순진한 소리다. 나는 2009년 순수 민간 주도로 두 번째 통합운동을 추진했지만, 처절히 실패해본 경험이 있다. 민간단체는 자금과 조직 면에서 결코 관을 넘을 수 없다. 찬성 측이 주민들을 만나거나 정보를 전달하고 싶어도 완주 군의 이장, 통반장, 관변단체장 등 관 조직으로 잘 구축되어있는 방어막을 뚫기 어렵다. 그래서 다수의 완주군민은 찬성 측 의견을 접할 기회가 없는 폐쇄 공간에서 반대 측 논리와 주장만 계속 메아리치는 일종의 반향실 효과(echo chamber effect)가 일어나 반대 목소리가 더욱더 증폭되고 강화되고 있다. 관, 특히 정치인이 힘을 보태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그런 면에서 이번 네 번째 통합 시도의 성패는 김관영 도지사와 안호영 국회의원 두 사람에게 달려 있다. 김관영 지사에게 전주·완주 통합은 매우 중요한 정치적 시험대가 될 것이다. 128년 동안 지켜온 ‘전라북도’ 간판을 내리고 ‘전북 특별자치도’ 간판을 새로 단지 한 해가 저물어 가지만 도민들은 뭐가 달라졌는지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첫해는 준비기간이라 그렇다 쳐도 내년부터는 뭔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 간판을 새로 단 가게들이 새로운 깜짝 메뉴를 선보이듯이 전북 특별자치도 역시 강력하고 인상적인 메뉴를 첫 작품으로 내놓아야 한다. 아무래도 첫 작품은 내년 5월에 출시될 전주·완주 통합이 될 것이다. 우리 전북 전체에 미치는 파급력에 있어서 전주·완주 통합보다 더 강력한 게 또 있을까 싶다. 역대 도지사들이 모두 통합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웠지만 당선되고 나서는 한결같이 태도가 바뀌었다. 과거 도지사들의 소극적이고 방관자적 태도가 통합 실패의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다행히 역대 지사들과는 달리 김관영 지사는 취임하고서도 이를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과연 김 지사가 고도의 정치력을 발휘해 역대 지사들이 해결하지 못한 전북의 수십 년 숙원을 풀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반면에 안호영 의원은 김 지사와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지난날 통합 시도 실패는 전적으로 당시 완주 국회의원의 작품이었다. 특히 2013년 주민투표를 앞두고 사전 여론조사에서는 통합찬성 여론이 우세하였음에도 당시 완주 국회의원이 도지사는 물론이고 완주 정치인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여 통합을 무산시켰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안호영 의원은 전북발전을 저해시킨 대표적인 정치가로 손꼽히는 전임자의 전철을 그대로 밟으려 한다. 안의원이 왜 넓은 길을 놔두고 좁은 길로, 미래가 아닌 과거의 길로 가려는지 모르겠다. 안의원이 가고 있는 길은 시대 정신과 흐름에도 맞지 않는다. 소수의 개인과 집단만을 위하는 정객, 변화와 혁신을 거부하고 오직 다음 선거만을 노리는 정치꾼 소리를 들어서는 안 된다. 알량한 동네 권력 맛에 취해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스스로 단축하는 미욱한 선택을 해서도 안 된다. 전북의 소중한 정치자산인 3선의 안의원은 무엇이 완주의 다음 세대를 위한 길인지를 잘 헤아리고 전북 전체를 위해 큰 정치를 해주기를 바란다. 권혁남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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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0.29 11:27

도민들의 전북 사랑이 시들고 있다

'장강의 뒤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낸다'(長江後浪推前浪). 만물은 끊임없이 새로워지는 법. 개인이나 집단의 생각, 가치관은 쉽사리 변하지 않는다지만 이것 역시 세월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나는 지난 30여 년 동안 전북도민들의 의식을 주기적으로 조사한 바 있다. 그중에서 1992년, 2011년 조사 결과와 여기에 전북연구원의 ‘2022 전라북도민 의식구조조사’(이중섭, 최윤규, 성지효) 결과를 가지고서 30년의 의식 변화를 분석해보았다. 그 결과 세월의 흐름에 따라 도민들의 의식과 기질도 적지 않게 변했음을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전북도민들이 다른 지역으로 떠나고자 하는 비율이 30년 동안 꾸준히 줄어들었다. ‘다른 지역으로 옮기고 싶지 않다’는 의견이 1992년 45.7%, 2011년 52.2%, 2022년 57.1%였다. 얼핏 겉으로 보면 희망적인 변화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2022년 조사를 연령별로 분석해보면 40대 이하 젊은 연령층에선 여전히 다른 지역으로의 이주 의사가 절반을 넘는다(20대 59.2%, 30대 51.5%, 40대 58.0%). 대조적으로 50대 44.1%, 60대 이상은 22.7%만이 이주 의사를 보였다. 이렇게 젊은 층에서 이주 의사가 여전히 높음에도 지난 30년 동안 전체적으로 이주 의사가 줄어든 것은 전적으로 인구의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이주 의사가 낮은 50대 이상의 고연령층이 18세 이상 전체 인구의 56%를 차지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이주 의사 비율이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젊은 층에서 전북을 떠나고자 하는 비율이 여전히 높은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다른 지역으로 옮기고자 하는 이유도 세월 따라 달라졌다. 1992년에는 ‘자녀나 본인의 교육 문제’와 ‘문화시설과 혜택 부족’이 1, 2위를 차지했다. 2011년엔 ‘문화시설과 혜택 부족’, ‘직장이나 사업 문제’가 주된 이유였다. 2022년엔 ‘문화시설과 혜택 부족’, ‘전북이 낙후되어서’가 가장 많았다. 30년 전에 가장 큰 이유였던 교육 문제가 급격히 줄어든 것은 젊은 층이 크게 줄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도민들의 자긍심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는 점 역시 문제다. ‘전북 사람인 것이 자랑스럽다’라는 긍정 응답이 2011년 60.8%에서 2022년 45.0%로, ‘전북이 살기 좋은 곳이라고 생각한다’는 74.6%에서 52.8%로 크게 줄었다. ‘전북인은 인심이 좋다’는 응답 역시 1992년 83.2%, 2012년 77.9%, 2022년 60.7%로 큰 변화를 보였다. 전반적으로 30여 년 동안 인구의 고령화로 인해 도민들이 전북을 떠나고자 하는 전체 비율은 줄었다. 그러나 젊은 층에서는 지역을 떠나고자 하는 비율이 여전히 높다. 또한 지역에 대한 자긍심과 생활 여건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이러한 도민들의 의식 변화는 전북의 현재와 미래 삶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크기 때문이다. 이대로는 전북의 미래에 희망이 없다. 떠나려는 사람부터 잡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자리 창출, 문화시설과 혜택 확충, 도민들 간의 신뢰와 유대 강화 등을 통해 전북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줘야 한다. 긍정은 긍정을 낳고, 부정은 부정을 키운다. 일단 전북의 현실과 미래에 대한 도민들의 부정적 인식을 긍정으로 바꿔 희망을 심어주어야 한다. 국회의원, 도지사, 시장, 군수들의 적극적인 개선 노력만이 희망의 홀씨가 될 수 있다. 희망의 홀씨가 널리 퍼져 긍정 에너지가 넘실대는 행복의 땅 전북에서 살아보고 싶다. / 권혁남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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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8.27 15:38

전주·완주 통합을 위한 라스트 댄스

화천 겨울 축제로 유명한 산천어가 있다. 산천어는 송어 중에서 바다로 나가지 않고 하천에만 서식하는 물고기다. 바다로 나가지 않은 산천어는 몸길이가 20cm에 불과하지만, 바다로 나간 송어는 60cm에 달한다. 비단잉어 코이도 그렇다. 어항 속의 코이는 기껏 몸길이가 10cm에도 못 미치지만, 좀 더 넓은 수족관에서는 30cm까지 자란다. 이런 코이가 드넓은 강으로 나가면 120cm까지 커진다. 이처럼 모든 생명체는 주어진 환경의 지배를 크게 받는다. 지역의 자치단체도 마찬가지로 주어진 환경에 따라 성장의 크기와 내용이 결정된다. 전주와 완주 주민들이 더 크고 넓은 새로운 환경을 만들고자 네 번째 통합을 시도하고 있다. 아마도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 것이다. 통합의 성공사례로 잘 알려진 여수와 청주도 3전 4기 끝에 어렵게 열매를 맺었다. 나는 2009년 김병석 대표 등과 함께 ‘전주·완주 통합추진위원회’를 조직하여 민간인 중심의 통합운동을 벌인 바 있다. 당시의 실패 경험을 교훈 삼아 성공을 위한 방안들을 제시하고자 한다. 무엇보다도 완주 정치인들에 대한 통합 후 정치적 보상을 공개적으로 약속해줘야 한다. 아울러 완주군 공무원들에 대한 인사상 차별과 불이익 방지도 없을 것임을 천명해야 한다. 2009년, 2013년 실패는 완주의 정치인과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패한 것이다. 통합되면 국회의원 의석은 3석에서 4석으로 늘어나기에 안호영 의원의 거취는 문제가 될 게 없다. 하지만 통합 후 시장과 시 의장, 의회 상임위원장, 부속 기관장, 관변단체장 등의 자리가 문제다. 이 문제는 통합의 가장 중요한 고갱이다. 김관영 지사와 전주 국회의원, 시장, 시의원, 시민대표들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늦어도 주민투표가 시행되기 전까지 전주의 대폭적인 양보와 약속이 공개적으로 천명되어야 한다. 이게 선행되지 않으면 더 이상 진전되지 않을 것이다. 둘째, 도지사와 전주 완주의 정치인, 시민대표들이 완주군민들과 직접 대면하여 진정성 있는 대화와 토론을 통해 그들의 마음을 열도록 해야 한다. 기껏 전단이나 카톡을 통해 정보나 전달하는 무성의한 자세로는 완주군민들을 움직일 수 없다. 낙후된 전북의 발전을 위해 완주가 양보해야 한다는 논리로 설득해서도 안 된다. 완주군민들에게는 자신의 이익이 첫째고, 전북의 발전은 다음의 일이다. 완주군민들에게 통합시의 미래 비전, 통합으로 얻게 되는 개인적 혜택이 무엇인지가 중요하다. 소위 3대 폭탄(세금, 재정, 혐오시설) 등의 여러 우려를 불식시키고 이것들을 실천시킬 방안들도 제시해줘야 한다. 셋째, 결국 통합은 완주군민들의 주민투표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투표율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2013년 주민투표는 53.2% 투표율에 55% 반대였다. 사전 여론조사에서 통합 찬성률이 높았고 인구가 가장 많은 삼례읍, 봉동읍, 용진읍, 이서면의 투표율이 낮았던 게 패인이었다. 이들 4개 읍면이 차지하는 인구 비율은 무려 72%에 달한다. 이 지역 주민들의 투표율이 최소 50%를 넘기면 성공할 수 있다. 사람이나 조직은 현실에만 안주하고 변화를 추구하지 않으면 도태되고 만다. 현실에만 안주하다 하늘을 나는 법을 잊어버려 멸종된 ‘도도새의 법칙’을 새겨야 한다. 이대로 가다간 전주와 완주 모두 소멸하고 만다. 산천어가 송어로, 어항 속이 아닌 큰 강물의 코이가 되기 위해서는 더 크고 넓은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주민들의 축제 속에 전주·완주 통합을 위한 라스트 댄스가 성공하기를 바란다. /권혁남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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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7.09 15:43

정동영의 길

정동영. 우리 정치사에서 그만큼 부침이 심한 인물은 없다. 1996년 15대 총선에서 전국 최다 득표를 기록하면서 정계에 화려하게 진출한다. 천정배, 신기남과 함께 새천년민주당의 정풍 운동을 주도한다. 권노갑 의원 등 동교동계의 퇴진과 민주당의 쇄신을 강하게 요구하면서 일약 개혁의 기수가 된다. 2002년 대선 후 집권 여당으로 새로 창당한 열린우리당의 당 의장이 되어 17대 총선을 진두지휘하여 노인 폄하 발언 파동에도 원내 과반을 확보하는 승리를 이뤄낸다. 통일부 장관이던 2005년 6월 김정일 국무위원장을 만나 개성공단, 북핵 문제 등 남북관계를 크게 진전시키는 역할도 해낸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 입문 11년 만에 이해찬, 손학규 등 거물들을 물리치고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로 선출되면서 최고 정점을 찍게 된다. 이때가 정동영 인생의 화양연화(花樣年華)였다. 그런데 아쉽게도 딱 거기까지였다. 정동영에게 2007년 대선 후보 이력은 이후 정치 여정에 큰 굴레로 작용한다. 대선 참패의 책임을 오롯이 독박 쓴 채 말이다. 어쩌면 그때 대선 후보가 되지 않았다면 그의 정치 인생은 크게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 이후 정동영에게는 되는 일보다 안 되는 일이 더 많았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서울 동작을에 출마하였으나 한나라당의 정몽준에게 패배한다. 이듬해에 뜻하지 않게 전주 덕진 김세웅이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기회가 찾아온다. 그러나 민주당이 정동영의 출마를 반대하자 무소속으로 출마를 강행한다. 결과는 압도적 지지로 당선. 민주당에 복당한 정동영은 2012년 19대 총선에서 험지 출마 압력을 받아 서울 강남을에 출마하였지만 낙선하고 만다. 2015년 서울 관악을 재·보궐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 3등으로 낙선하는 치욕을 겪기도 한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전주 병에 국민의당 후보로 출마하여 그의 보좌관 출신인 민주당의 김성주 후보에게 989표 차이로 신승한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 민생당 후보로 출마, 민주당 김성주 후보에게 5만여 표 차이로 패배. 와신상담 끝에 지난 4월 22대 총선에서 김성주 의원과의 민주당 당내 경선에서 승리하면서 5선 국회의원이 되었다. 파란만장, 우여곡절 끝에 다시 돌아온 정동영의 마음을 사자성어로 표현하자면 일모도원(日暮途遠)일 것이다. 날은 저무는 데 갈 길은 멀다. 한때 진보 정치권의 최정상, 호남 인맥의 대부, 전북의 자랑이던 정동영의 정치 근력이 이울어가고 있다. 이제 정동영은 스스로 호랑이처럼 바람을 일으키거나 용처럼 구름을 불러 모으지는 못할 것이다. 그래도 썩어도 준치다. 여든 야든 누구도 민주당의 큰 어른인 정동영을 가벼이 여기진 못할 것이다. 잼버리대회 파행으로 인한 새만금 예산의 대폭 삭감, 지역 정치인들의 형편없는 대응력과 존재감을 지켜본 전북도민들이 정동영을 다시 소환한 이유는 간단하다. 윤석열 정권과 제대로 싸워라. 무너진 도민들의 자존감과 무력감을 다시 세우라는 것이다. 덧붙여 후배 정치인들을 잘 이끌고, 도움을 주는 맏형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 대체로 정치인의 뒤안길은 쓸쓸하다. 김종필은 말년에 정치는 허업(虛業)이라고 하였다. TK의 영원한 킹메이커 허주(虛舟) 김윤환도 토사구팽당하고 빈 배로 세상을 떠났다. 도종환 시인은 “꽃은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꽃은 젖어도 빛깔은 지워지지 않는다”라고 하였다(라일락꽃). 세월이 가도 향기와 빛깔을 잃지 않는 정치인, 결코 뒷모습이 쓸쓸하지 않은 정치인 정동영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 권혁남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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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21 18:08

총선 여론조사 제대로 읽기

대한민국은 여론조사 공화국이다. 정당의 국회의원 후보는 물론이고 대통령 후보마저 여론조사로 결정된다. 전 세계에 이런 나라는 없다.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여론조사에서는 소변검사나 피검사처럼 모집단 전체를 꼭 닮은 대표표본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설사 대표표본을 확보했다 하더라도 500명 조사는 ±4.3%포인트, 1,000명은 ±3.2%포인트의 표본오차가 반드시 발생한다. 따라서 500명 조사는 8.6%포인트, 1,000명 조사는 6.4%포인트 이내의 격차는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런데도 단 1%포인트 차이만 나도 표본오차를 무시하고 정당의 후보자를 결정한다. 참으로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선거 여론조사는 매번 예측에 실패했다. 실패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응답자 선정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성, 연령, 지역별로 인구 비율에 맞추어 표본을 할당하지만, 실제 조사에 응한 응답자들의 특성이 모집단과 다르기 때문이다. 모집단은 둥글게 생겼는데 추출된 표본은 세모나 네모처럼 생겼다면 표본 수를 아무리 크게 해도 틀릴 수밖에 없다. 면접조사냐 ARS냐, 조사 시점에 따라서 응답자들의 성향이 달라진다. 낮과 주중에는 보수 응답자들이, 저녁과 주말에는 진보 응답자들이 많이 표집 된다. 조사기관에 따라서도 달라지는 이른바 하우스 효과(house effect)도 있다. 대체로 갤럽조사는 보수 성향, 여론조사 꽃은 진보 성향의 응답자들이 과잉 표집 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같은 시점에 실시한 조사들이 제각기 다르게 나타난다. 자칭 선거전문가들이 전체 정당 지지율만 가지고서 총선 의석수를 예측하는 것을 보았다. 이건 거의 사기나 다름없다. 단일선거구인 대선과는 달리 총선은 254개 선거구를 분석하지 않고서는 선거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지역구 전국 득표율을 보면 민주당 49.9%, 미래통합당 41.4%였다. 양당 간 득표율은 8.5%p 차이에 불과했지만, 지역구 의석은 163석 대 84석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20대 총선에서도 민주당의 지역구 전국 득표율은 37.0%로 새누리당의 38.3%보다 적었지만, 지역구 의석수는 110대 105로 오히려 5석이 더 많았다. 전체 정당 지지율을 근거로 총선 결과를 예측하는 전문가나 언론이 있다면 그건 무시해도 된다. 연령, 지역별 등 소위 하위집단 분석 결과를 읽을 때는 조심해야 한다. 1,000명 조사의 경우 서울에 할당되는 표본 수는 약 183명에 불과하다. 이때 서울만의 표본오차는 ±7.3%포인트로 오차가 크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전국 1,000명의 갤럽 3월 1주차 조사에서 서울 지역의 국민의힘 지지도는 45%, 민주당 24%로 양당 간 격차가 무려 21%p였다. 그러나 바로 다음 주인 3월 2주차 조사에선 민주당 32%, 국민의힘 30%로 지지도가 대 역전되었다. 그러자 언론은 일제히 “서울에서 국민의 힘 지지도가 15%포인트 빠지는 등 민심이 급변했다”라는 엉터리 해석을 해댄다. 민심이 마치 누구 널뛴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표본 수가 작은 하위집단의 추이 분석에서는 흔히 일어나는 현상이다. 과연 이번 총선 결과는 어떻게 될까? 지금까지의 여론조사들을 종합하면 야당의 승리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우리나라 선거에서는 여론조사 보다는 투표율의 예측이 더 정확하다. 투표율이 높으면 진보가, 낮으면 보수 정당이 항시 승리했다. 투표율 기준은 대략 60%였다. 이번에도 여론조사보다는 투표율이 선거 결과를 정확히 예측해 줄 것이다. /권혁남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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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3.19 15:35

총선 출마자들에게

여기저기서 총선 출마 선언, 출판기념회, 사무실 개소식이 열리고 있다. 후보자 정보를 알리고 여론조사에 적극적으로 응답해달라는 문자메시지가 쏟아지고 있다. 애면글면하는 후보자들과는 달리 시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냉담하다. 장석주 시인은 대추 한 알이 저절로 붉어진 것이 아니라 그 안에 태풍과 천둥, 벼락이 몇 개 있었을 것이라고 하였다. 후보자들이 출마를 결심하게까지 쏟아낸 고뇌와 시련이 어찌 대추 한 알만 못하겠는가. 나는 오랫동안 각종 선거 출마자들의 성공과 실패에 관한 수많은 얘기들을 직간접으로 들어왔다. 이와 관련된 연구도 해왔다. 아울러 이 모든 것들을 종합하여 총선을 70여 일 남겨놓은 이쯤에서 출마자들, 특히 정치신인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들을 들려주고 싶다. 무엇보다 아직은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이니 정치가 자신에게 정말로 가치 있고, 적성에 맞는 일인가를 냉정히 한 번 더 평가해보기를 바란다. 그동안 자기 분야에서 성공적으로 잘해왔던 일을 포기하고 많은 시간과 돈, 열정을 쏟아부을 만큼 정치가 가치 있는 일인가를 마지막으로 판단해 보기 바란다. 또한 정치가 정말로 자기 적성에 맞는지도 냉철하게 평가해야 한다. 자기 적성에 맞지도 않는데 뒤늦게 정치판에 잘 못 뛰어들어 실패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자기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현역 정치인과 정치지망생들을 보면 한단지보(邯鄲之步) 고사성어가 떠오른다. 연나라 청년이 한단 사람의 걸음걸이를 배우려다가 원래의 걸음걸이마저 잊어버리고 기어서 돌아왔다는 고사. 본분을 잊고 남의 흉내를 내다가는 모든 걸 잃어버릴 수 있다. 한 분야에서 하던 일을 계속했더라면 개인과 국가적으로도 더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안타깝다. 정치를 오래 한 은퇴 정치인은 “경험해보니 정치는 잘난 사람이 하는 게 아니라 얼굴 두꺼운 사람이 하는 일이다”라고 하였다. 맞는 말이다.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추악한 모습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곳이 정치선거판이다. 티끌만 한 흠집이 눈덩이로 뻥튀기되고, 미담이 험담으로 바뀌고, 터무니없는 유언비어, 조롱, 비난이 난무하는 곳이 선거판이다. 선거운동을 하려면 얼굴에 철판 깔고 아무리 두들겨 맞아도 끄떡하지 않는 맷집과 정치 근육을 갖춰야 한다. 선거판에 통용되는 ‘3분의 1 법칙’을 잊어선 안 된다. 선거운동을 하다 보면 주변에 지지자들로 가득해서 당선될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지지한다고 한 사람 중 1/3은 투표장에 가지 않고, 1/3은 다른 후보를 지지하며, 오직 1/3만이 찍는다고 한다. 선거란 승자보다 패자가 더 많은 법. 이번 선거에서 당선되면 좋은 일이지만 불행히도 낙선하게 됐을 때 닥쳐오는 여러 후유증을 잘 이겨낼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선거에서 떨어진 낙선자들이 공통으로 겪는 가장 큰 고통은 인간에 대한 배신감, 불신감이란다. 선거판은 친구도 원수도 없다. 그래서 “밤 잔 원수 없고 날 샌 은혜 없다”라는 속담이 그대로 적용되는 곳이 선거판이다. 이 밖에도 낙선자들에게는 경제적 타격, 가족 간의 불화 등이 오랫동안 후유증으로 남는다고 한다. 가까운 사람들이 고통받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힘들 것이다. 선거는 로또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현실이다. “기적은 하늘을 날거나 바다 위를 걷는 것이 아니라 땅에서 걸어 다니는 것이다”라는 중국 속담이 있다. 정치 욕망은 느닷없이 햇빛처럼 스며들었다가 바람처럼 사라지는 유령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얼마 남지 않은 여행길에 행운을 빈다. / 권혁남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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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1.30 16:20

영부인의 명품 백 논란과 언론의 침묵

한국의 언론자유가 질식해가고 있다. 과거엔 군부가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언론자유를 말살시켰다면 지금은 검찰이 군부 권력을 이어받았다. 툭하면 언론사와 기자, 심지어 언론사 대표까지 압수수색을 벌인다. 다른 언론사 기사를 단순 인용 보도만 해도 징벌을 때려댄다. 기사 관련 사건이 확대되고, 여론이 확산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죄목은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시켰다는 것이다. 한국기자협회 조사에 의하면 언론인 63%가 윤 정권 아래에서 언론자유가 악화했다고 느끼고 있단다. 이러한데도 언론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메이저 언론들은 조용하다. 동료들이 심하게 고초를 겪고 있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오불관언이다. 언젠가 그 칼날이 돌고 돌아 자신에게 올 것임을 모를까. 외려 외신들이 우려하고 있다. <뉴욕타임스>가 11월 10일 우리 언론 상황을 비교적 상세히 다뤘다. “윤 대통령은 연설에서 ‘자유’를 옹호했지만, 그의 18개월간 임기 특징은 야당과 끊임없는 충돌과 검열, 민주주의 후퇴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요커>도 지난 9월 30일 “윤 대통령이 눈에 띄게 언론의 자유를 벗겨내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의 언론 장악에 대한 열의는 1980년대까지 지속된 한국의 군사 독재 시절을 연상시킨다”라고 하였다. 미국 국무부가 운영하는 <미국의 소리>(VOA)도 7일 “윤석열 하에서, 언론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이 증가했다”는 제목 아래 자세히 보도하였다. 요약건대 언론사와 언론인들에게 기록적인 속도로 형사고발과 압수수색을 벌이는 등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있어 뉴스 보도에 위축 효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지난달 27일 유튜브 채널 <서울의 소리>가 공개한 몰카 영상엔 김건희 여사가 300만 원 상당의 명품 파우치를 받는 장면이 담겨있다. 영부인과 관련한 여러 의혹과 소문들이 돌고 있는 가운데 터진 이 보도는 매우 충격적이었다. 외국에서는 공익성이 앞서면 위장취재 또는 함정 취재가 허용되고 있기에 취재 과정 논란은 차치하기로 하자. 그것과는 별개로 영부인이 고가의 명품 가방을 자연스럽게 받는 말과 행동이 담긴 영상은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만한 큰 사건이다. 김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는 검찰이 즉각 수사를 벌여야만 하는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다. 그런데도 메이저 신문 방송들은 거의 침묵하고 있다. 압수수색, 벌과금 공포 분위기 속에서 크게 위축된 언론의 자기검열 강화가 침묵을 강요한 것도 있지만 또 다른 이유는 언론의 정파적 편향성 때문이다. 언론이 마땅히 보도해야 할 뉴스 가치가 높은 이슈나 사건을 고의로 보도하지 않는 무보도 문제가 심각하다. 과연 주류 언론에 보도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없던 일이 될 수 있을까? 마땅히 수사해야 할 사건에 대해서는 입꾹딱하는 검찰의 행태와 똑같다. 모든 게 선택적이란 점에서 검찰과 언론은 초록이 동색이다. “몇몇 족벌언론은 군사정권이 끝난 후에도 김대중 대통령과 국민의 정부를 끊임없이 박해했다. 나도 부당한 공격을 받아왔다. 피해는 이루 다 말할 수가 없고 그 고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런 언론환경에서 성공한 대통령이 되는 게 가능한 일일까 회의하곤 한다.” 평생을 언론과 대립했던 노무현 대통령이 개탄한 일부 언론의 일탈행위는 20년이 지나도 한결같다. 목수의 먹줄이 곧아야 나무를 곧게 자를 수 있다. 먹줄은 나무가 굽었다고 굽히지 않는다. 언론도 권력자에게 굽혀서는 안 된다. 언론이 먹줄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사회가 올곧아진다. /권혁남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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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12 15:37

전북도민들은 정말 진보적일까

전북연구원이 주목할만한 연구보고서들을 잇달아 출간했다. 하나는 전북도민들의 행복 지표와 행복의 조건들을 심층 분석한 ‘2023 전북형 행복지표 구축과 도민행복 실태연구’(김동영, 이중섭, 김현수)이다. 다른 하나는 전북인들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북인의 기질과 자긍심 등 전반적인 의식구조를 세밀하게 해부한 ‘2022 전라북도민 의식구조조사’(이중섭, 최윤규, 성지효)다. 매우 의미 있는 연구임에도 언론과 도민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 전북연구원 홈페이지에 연구보고서가 공개되었으니 관심 있는 도민들의 일독을 권한다. 이들 연구보고서를 보다가 필자의 눈에 확 띄는 지점이 있었다. 우리 도민의 절반에 가까운 45.6%가 자신의 정치이념을 진보적이라고 평가한 반면, 보수적은 15.8%에 불과했고, 중도가 38.6%였다. 그러나 지난주에 발표된 갤럽의 전국 조사는 크게 달랐다. 갤럽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전체 성인의 30.6%가 스스로가 보수, 25.5%가 진보, 33.2%가 중도라고 하여 오히려 보수가 좀 더 많았다. 그래서 정말로 우리 도민들의 정치이념이 진보적일까 하는 의구심이 생겼다. 정치 성향 또는 이념을 측정하는 방식은 두 가지다. 응답자 스스로가 평가하는 주관적 방식과 진보-보수를 구분 짓는 질문들을 통해 평가하는 객관적 방식이다. 전 세계적으로 객관적 측정에 동원되는 질문은 사형 제도, 낙태, 동성애와 동성결혼, 혼전 동거 등이다. 이들 객관적 질문들에 대한 전북도민들의 의견과 우리나라 전체 국민의 의견을 비교해보자. 먼저 진보적 의견이라 할 수 있는 사형 제도에 대한 반대 의견을 보면 전체 국민은 19.1%(조원씨앤아이, 2021년 8월 조사)인데 비해 전북도민은 12.9%였다. 낙태에 대한 찬성의견은 전체 국민 68%(미국 퓨리서치, 2023년 조사), 전북도민 44.0%로 역시 도민들의 진보적 의견이 현저히 낮았다. 동성연애에 대한 찬성의견은 더욱 현격한 차이가 나는데, 전체 국민은 51%(갤럽, 2023년 5월 조사)인데 반해 전북도민은 14.1%에 불과했다. 혼전 동거에 대한 찬성의견은 전체 국민 84%(한국리서치, 2023년 5월 조사)인데 반해 전북도민은 40.4%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객관적으로 종합 평가하자면 전북도민들은 결코 진보적이라 할 수 없다. 오히려 상당히 보수적인 편이다. 전북도민들의 주관적 평가와 객관적 평가 간에 간격이 왜 이렇게 큰 것일까? 원인은 민주당 때문이다. 민주당은 사실은 보수 정당에 가깝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보적 색깔을 표방하는 민주당을 도민들이 절대적으로 지지하기 때문에 스스로 진보적 이념을 가진 것으로 착각하는 착시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한편 고등통계분석을 통해 정치 관심도, 사형 제도와 혼전 동거에 대한 찬반 의견이 진보-보수 이념 형성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요인임을 알 수 있었다. 다시 말해 어떤 사람이 진정으로 진보인지 보수인지는 그 사람의 정치 관심도, 사형 제도와 혼전 동거에 대한 찬반 의견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 엄격한 아버지 모델의 보수, 자상한 부모 모델의 진보(조지 레이코프,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는 우리에게 동시에 필요한 오른손과 왼손이다. 그런데도 여야는 물론이고 대통령까지 나서 국민을 갈라치기하고 상대를 적대시, 증오하는 이념정치에만 몰두하고 있다. 국민마저 이념정치에 휘말려 정치의 노예가 되고 스스로 구속하면 나라가 불행해진다. 진보와 보수가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고 타협하는 것만이 모두가 사는 길이다. /권혁남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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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0.24 15:14

전북 정치인들이여 상산의 솔연처럼 싸워라

이솝우화의 ‘사자의 몫’(Lion's Share) 이야기다. 여우 등과 함께 협력하여 사냥을 성공시켰음에도 분배 결정권을 쥐고 있는 사자가 이런저런 이유를 내세워 전리품을 독차지하고 만다. 결정권을 가진 자들이 온갖 구실을 붙여 불평등하게 분배하는 상황을 설명할 때 ‘사자의 몫’ 우화가 자주 인용된다. 이번 새만금 예산 78% 삭감 폭거가 바로 ‘사자의 몫’에 딱 맞는 사례다. 지난 30여 년 동안 온갖 수모를 겪어가면서 애면글면 지켜온 새만금 개발이 중단될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새만금 개발 중단은 도민들의 유일한 꿈을 박살 내는 폭력이나 다름없다. 역대 정권들은 사탕을 줄 듯 말 듯 애태우면서 전북을 가지고 놀았다. 문재인 정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매년 1조 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되는 등 새만금 개발이 탄력을 받아 본격화되어가는 시점에 내려진 개발 중단 결정은 한 마디로 어이가 없다. 개발 중단 이유는 더 기가 막힌다. 잼버리대회 실패의 책임과 비난이 중앙정부로 쏟아지자 그 책임을 전북으로 돌렸음에도 전북이 희생양 되기를 거부하자 중앙정부와 여당이 감정적으로 보복한 것이다. 참으로 졸렬하기 짝이 없다. 아무리 화난다고 예비 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였을 뿐만 아니라 국무총리가 위원장이고 장관들이 위원으로 있는 새만금 위원회가 올봄에 결정한 국책사업을 하루아침에 중단시킬 수 있는가. 이게 현 정부가 부르짖는 공정과 상식인가. 지난달 29일 660조 원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다음 날 각 지역신문에 실린 기사들을 통해 지역 반응을 살펴보았다. 오직 전북만이 초상집이었다. 대부분 지역은 축제거나 다행이라는 분위기였다. 특히 부산은 온통 축제 분위기다. “부산시가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 사업 관련 국비를 대거 확보했다. 지역 핵심 현안인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 사업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관련 예산 5,363억 원이 반영됐다. 2029년 완공 및 개항을 조속히 추진할 수 있도록 관련 사업이 동시에 진행되기 때문에 올해 130억 원 예산에 비해 40배가량 늘어났다.”(부산일보). “대구·경북(TK) 신공항 건설에 필요한 기본·실시설계 비용 100억 원이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에 신규 반영됐다...정부는 2030년 12월 개항을 목표로 내년 내에 기본계획을 수립한 후 기본·실시설계 단계까지 돌입해 사업 추진의 속도를 올리겠다는 계획이다.”(매일신문). 올 예산보다 13.5%가 늘었으며, 서산 공항 설계비 10억 원도 확보한 충남도 신바람은 마찬가지다. (대전일보). 이제 정치인들의 시간이다. 일이 터지자 우리 지역 정치인들은 모여서 규탄 성명이나 발표하고 으름장만 놓고 말았다. 충분히 예상했던 바다. 옛말에 도둑놈은 한 죄 도둑맞은 놈은 열 죄라고 하지 않았던가. 매번 당하기만 하고 제대로 대응 한 번 못 하는 우리에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전북의 정치인들에게 요구한다. 이번에는 제발 합심해서 치열하게 싸워달라. 손자병법에 상산(常山)의 솔연(率然)이라는 뱀이 나온다. 이 뱀은 머리를 때리면 꼬리가 달려들고, 꼬리를 치면 머리가 덤벼들며, 허리를 치면 머리와 꼬리가 한꺼번에 덤빈다. 머리와 꼬리가 따로 놀지 않고 언제나 하나처럼 움직여 자신을 보호하는 솔연처럼 합심해서 직을 걸고 싸워야 한다. 땅이 꺼지고 하늘을 찌르는 도민들의 허탈감과 분노가 보이지 않는가. 더 이상 당신들의 이름이 더럽히지 않기를 바란다. 어차피 총선도 다가오고 있다. 새만금 예산을 원안대로 돌려놓지 못하면 누구도 살아남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 /권혁남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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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9.05 15:26

도청과 시∙군청에 외로움 부서를 설치하자

“늘 누군가와 함께 있지만 실상은 늘 혼자이다.” 전 세계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외로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런 호소는 코로나19 이전부터 나타난 현상이다. 코로나19 이전에 이미 미국 성인 다섯 명 중 세 명이, 독일 인구의 3분의 2가 외로움이 심하다고 하였다. 영국인 여덟 명 중 한 명은 가까운 친구가 단 한 명도 없고, 4분의 3이 이웃의 이름을 모르며, 직장인의 60%가 직장에서 외로움을 느낀다고 응답했다(노리나 허츠, 고립의 시대). 급기야 영국 정부는 2018년 세계 최초로 외로움 부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을 임명하기까지에 이르렀다. 외로움 부는 단독 조직은 아니며 ‘문화·언론·스포츠부’ 장관이 겸직하고 있다. 해당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니 ‘외로움’이 무엇인지, 징후들, 원인, 대처법, 도움을 줄 수 있는 단체들, 긴급 연락처 등을 상세히 알려주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올해 한 조사에 의하면 성인의 네 명 중 한 명꼴(26.5%)로 치료가 필요한 심각한 외로움을 겪고 있다. 외로움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다. 외로움은 담배를 매일 15개비씩 피는 만큼이나 해롭단다. 미국 브리검 영 대학의 조사에 의하면 외로움은 사망 위험을 30%나 높이며, 치매 위험이 66%, 심근경색 위험은 43%가 많다고 한다. 세계인들이 갈수록 더 외로워지는 원인은 무엇일까? 원인은 매우 복합적이다. 10여 년 동안 외로움에 관한 방대한 연구를 한 경제학자 노리나 허츠는 그녀의 저서(고립의 시대)에서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 그리고 신자유주의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전 세계인이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은 제각기 다르지만 일어나자마자 하는 첫 번째 행동은 똑같다. 바로 휴대전화를 찾는 일이다. 종일 휴대전화를 몸에 붙이고 살면서도 수시로 휴대전화를 확인한다. 하루에 몇 번이나 확인할까? 노리나 허츠에 의하면 무려 평균 221번이란다. 우리는 매일 약 3시간 15분, 일 년 1,200시간을 휴대전화 속에 빠져 산다.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가 주변 사람들을 향한 관심을 빼앗고, 효과적이고 공감적인 의사소통 기회를 갉아먹고 있다. 두 번째 원인은 지난 40여 년 동안 정치와 경제를 지배해온 신자유주의 이념이다. 신자유주의는 ‘자유’를 최우선시한다. 노리나 허츠에 의하면 신자유주의는 소득과 부의 불평등을 심화시켰는데, 미국의 CEO와 일반 직장인 간 평균 연봉 차이가 1989년 58배에서 2018년에는 무려 278배로 벌어졌다고 한다. 신자유주의는 잔인할 정도로 치열한 경쟁, 오직 승자만을 위한 사회, 심지어 ‘탐욕은 좋은 것’이라는 사고방식을 심어주어 우리를 더욱더 외롭고 소외된 존재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외로움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 질병으로 보고 정부와 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이 고립되어 있다고 느끼지 않게 이웃, 공동체와의 관계망을 연결해 주는 것이다. 마을회관과 같은 공동체 시설, 각종 취미나 스포츠 동아리 등이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다른 사람과 연결이 될 때 벽은 허물어지고, 이방인은 이웃이 되며, 돌봄과 온정, 협력이 살아나는 따뜻한 공동체가 형성된다. 인구의 고령화, 지역소멸 위기에 처한 우리 전북은 도청과 각 시군 청에 외로움 담당 부서를 설치해야 한다. 그래서 외로운 사람들을 치료해주고, 모든 주민이 소외되지 않게 이웃, 공동체와의 망을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해야 한다. “늘 누군가와 함께 소통하고 공감하는 행복 전북”을 만들어 보자. /권혁남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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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7.18 15:49

지역차별에 대한 대처법

권혁남 전북연구원장 2017년 5월 9일 치러진 19대 대통령선거에서 문재인 후보가 얻은 전국 득표율과 전국 최고의 지지율을 보인 전북에서 얻은 득표율이다. 내 손으로 대통령을 만들었다는 강한 자부심을 갖게 된 도민들이 문대통령에 대한 바람은 딱 한 가지였다. 지난 60년 동안 지긋지긋하게 당했던 지역홀대와 차별만은 더 이상 받지 않게 해달라는 것이다. 각계각층에서 전북 몫 찾기운동이 활발히 전개되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8월에 필자가 전북도민 500명을 대상으로 의식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당시 조사에서 도민의 74.6%가 타 지역에 비해 전북이 차별받고 있다고 하였다. 도민들은 문재인 정부에게 국가예산에서 차별을 받지 않고 정치와 인사상의 불이익을 받지 않게 해달라고 주문하였다. 도민의 77.0%가 문대통령이 전북의 발전에 도움을 줄 것으로 믿는다고 하였다. 문재인 정권이 출범한지 4년이 지났고, 임기가 채 1년도 남지 않았다. 전북 몫 찾기가 과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고, 도민들은 만족하는지가 궁금하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문재인 정부 들어 비로소 새만금 개발이 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새만금개발청 이전, 새만금개발공사 설립, 동서도로 개통, 공항건설 확정 등 그야말로 괄목상대 할 정도로 큰 변화가 일어났다. 해마다 1조원 이상의 국가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2019년 1조 4000억, 2020년 1조 3000억 원). 물론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지난 4년 동안의 변화는 역대 정권에서는 결코 볼 수 없었던 일이다. 그러나 새만금 개발 이외의 다른 곳에서는 지역홀대가 여전하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특히 공항, 철도, 고속도로, 국도, 국지도 등 국가 SOC사업에서 계속 차별받고 있다고 말한다. 지난 4월에 발표된 제 4차 국가철도망계획에서 전북이 건의했던 6개 사업 중 1개만 포함되고, 전주-김천 동서횡단 철도 등이 탈락하자 도민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전북이 건의한 사업들이 탈락한 이유는 딱 하나다. 경제성 정책성 지역균형발전 등 세 가지 평가기준에서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지역의 균형발전과 국토의 효율적 이용이라는 점은 전혀 고려 대상이 되지 않는다. 지금처럼 경제성만을 강조한다면 전북은 낙후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가 없다. 또한 모든 지방은 소멸하고, 수도권은 과잉 밀집될 수밖에 없다. 4차 국가철도망계획이 발표되자 다른 지방에서는 삼보일배 항의, 국회 앞 기자회견, 수백 개 시민단체들의 일체 규탄성명발표 등으로 난리가 났다고 한다. 반면 우리 전북은 상대적으로 조용했다. 전북도와 도의회, 상공회의소, 건설협회의 성명서 발표가 전부다. 이래선 안 된다. 2017년 도민의식조사에서 전북 몫을 찾기 위해서는 누구보다도 국회의원 등 정치인의 역할이 중요하다가 54.9%로 압도적으로 많았다(복수 응답). 이어서 전북도민(14.6%), 도지사(13.8%) 순이었다. 결국 정치인-도민-전북도가 삼위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북 몫은 가만히 기다려서는 오지 않는다. 성명서나 발표하고서 역할을 다했다고 해서도 안 된다. 민관정이 하나가 되어 강하게 No라고 표현을 해야 한다. 소리를 낼 땐 제대로 내야한다. 전북의 낙후는 결코 전북도민들이 못났거나 게을러서가 아니다. 전적으로 과거 정부의 지역불균형 성장정책의 결과물인 것이다. 낙후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전 도민이 하나가 되어 지역균형발전과 전북의 몫을 요구해야 한다. 그것도 강하고 당당하게. 침묵은 또 다른 홀대와 차별을 불러올 뿐이다. /권혁남 전북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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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6.03 17:46

전북형 행복지표 개발

권혁남 전북연구원장 한국인의 행복점수가 또 떨어졌다.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지난 3월 <2021 세계행복보고서>를 발표했다. 국가별 행복지수에서 한국은 전체 149개 국가 중 62위다. 2019년 54위에서 2020년에 61위로 7계단 하락했다가 올해 또 다시 한 계단 떨어졌다. 핀란드가 4년 연속 1위를 기록했으며,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대만 19위, 일본 40위, 중국 52위이다. 2021년 한국의 행복지수는 10점 만점에 5.8점에 불과하다. 행복지수는 무엇을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같은 기준치를 가지고서 정기적으로 측정한 조사의 추이변화가 중요하다 하겠다. <세계행복보고서>는 1인당 GDP, 기대수명, 사회적 지원, 삶의 선택에서의 자유, 관용, 부정부패 인식, 미래 불안감 등 7개 요인을 기준으로 행복점수를 매긴다. 경제력은 세계 10위권인데 개인의 행복도와 삶의 질은 매우 낮다는 점이 한국 행복지수의 특징이다. 왜 그럴까? 한 마디로 돈이 행복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한국인의 행복과 삶의 질에 관한 종합연구>에 의하면 OECD국가로 한정해 볼 때 1인당 GDP가 2만 달러를 넘어서면 한 국가의 경제력 수준이 개인의 행복점수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한다. 대신에 관용, 부정부패 인식, 삶의 선택에서의 자유정도 등이 행복도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그 동안 우리나라의 모든 정책은 경제성장율, 무역수지, 공장 건설, SOC확장 등 오직 경제와 물질성장 정책에 중독되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 결과로 1인당 GDP는 3만 달러를 넘어섰지만 국민들의 삶의 질과 행복은 꾸준히 추락하였다. 경제성장이 결코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행복을 높여주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준 것이다. 선진국들은 경제성장에서 행복성장으로,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국가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이러한 정책의 변화에 맞추어 국내 지자체들도 주민들의 행복도를 높이기 위한 행복지표들을 경쟁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서울, 부산, 대전, 강원, 충남, 충북, 제주 등의 지자체에서 자기 지역에 맞는 행복지표들을 이미 개발하였다. 전라북도 역시 2017년에 행복지표를 개발한 데 이어, 2020년에 <전북형 행복지표>를 수정 개발하였다. 전북연구원의 김동영, 최윤규, 송용호 연구진이 개발한 <2020 전북형 행복지표>는 전라북도 도민들의 행복점수를 높여주는 요인들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2020 전북형 행복지표>는 10대 분야 83개 세부지표로 구성되었다(전북연구원 홈페이지 <연구보고서>에 보고서 전문을 공개하고 있어 누구나 다운로드해서 볼 수 있다). 이 보고서는 10대 분야(경제, 가족, 건강, 사회적 관계, 문화여가, 복지, 안전, 주거, 환경, 정서) 83개 세부지표들을 연도별, 시도별로 비교하고 있다. 아울러 700명의 도민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주관적 지표들의 결과도 제시하고 있다. <2020 전북형 행복지표>는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전북연구원은 정기적으로 도민들의 행복점수가 어느 정도이고 각 계층별로 어떻게, 왜 차이가 나는지, 행복점수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 요인들은 무엇인지를 밝히고자 한다. 나아가 행복지표조사에서 나타난 결과들을 정책으로 연결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도 마련하고자 한다. 경제성장에서 뒤처진 우리 전북이 도민 행복에서는 타 시도를 얼마든지 앞지를 수 있다. 전라북도와 14개 시군의 정책들이 도민의 삶의 질과 행복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사람 중심의 행복 전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권혁남 전북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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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5.06 17:47

도민과 함께하는 전북연구원

권혁남 전북연구원장 전북연구원이 무엇을 하는 곳입니까? 공모와 인사청문회 과정을 거쳐 필자가 전북연구원장으로 취임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주변사람들이 던진 공통된 질문이다. 전북연구원이 대민업무를 하는 공공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식자층을 제외한 일반인들이 전북연구원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은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니다. 2005년에 설립된 전북연구원은 전라북도와 14개 시군의 지역발전과 도민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정책 개발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당장 해결해야할 현안부터 중장기 미래 발전 전략에 이르기까지 전라북도의 현재와 미래를 위한 각종 정책과 해결책을 개발하는 곳이 전북연구원이다. 한마디로 전라북도의 씽크 탱크이자 브레인이다. 지난 16년 동안 전북연구원의 씽크 탱크 역할에 대해 다소 미흡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필자의 판단으로는 주어진 여건 속에서 나름대로 역할을 잘해왔다고 본다. 전북연구원이 창의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정책들을 개발하는 명실 공히 대한민국 최고의 정책연구기관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내부역량을 더욱 강화해야함은 물론이다. 이와 동시에 도민들과의 소통과 교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현장의 생생한 주민들의 소리와 요구가 정책입안에 충실히 담겨져야 한다. 전북연구원이 개발하고 전라북도와 14개 시군이 실행하는 정책들은 궁극적으로 전북도민들을 위한 것이다. 그동안 정책의 수혜자인 도민들은 정책의 입안과정에서부터 소외되어왔다. 처음부터 주민들이 소외된 정책은 자칫 탁상공론에 빠질 위험성이 높다. 앞으로는 정책의 입안, 실행, 평가 등 전반에 걸쳐 도민들의 소리를 청취하여 정책의 현실성과 타당성을 높이도록 하여야 한다. 현재 전북연구원은 홈페이지 등을 통해 도민들의 정책 제안이나 아이디어를 수시로 공모하는 등 도민들과의 소통 장치들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주에 시상식을 마친 7번째 도민공모에서도 상당히 좋은 과제들이 제안되었다. 한진석씨의 남원성 북문 복원과 만인공원 조성 이후의 활성화를 위한 콘텐츠의 개발 방안에 대한 연구 제안이 우수상으로 뽑혔다. 심사위원들의 평가에 의하면 비전문가임에도 불구하고 수준 높은 연구과제들이 제안되어 앞으로 연구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한다. 지금까지는 홍보가 부족하여 도정현안에 대한 도민들의 연구주제와 아이디어 공모 참여가 조금은 저조하였다. 앞으로 홍보를 강화하고, 공모를 더욱 더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도민들이 정책입안에서 정책시행에 이르기 까지 많은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전북연구원은 30명의 박사 연구위원들과 약 30명의 석사 전문연구원들로 구성되어있다. 이들은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재능이 도민들에게 기부되고, 공유되었으면 싶다. 재능 기부 이외에도 전북연구원 구성원들이 지역사회를 위해 다양한 봉사를 하도록 하여 도민들과 함께하는 전북연구원으로 만들고 싶다. 전북연구원이 생산하는 결과물은 일종의 공공재이다. 따라서 전북연구원의 연구결과물 중에서 도민들이 알 필요가 있는 내용들을 홈페이지와 언론을 통해 도민들과 공유하도록 하겠다. 지금까지 전북연구원은 도민들과 큰 교류와 소통 없이, 그리고 도민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해 왔다. 앞으로는 전북연구원이 도민들 속으로 파고들어 도민들과의 스킨십을 늘려 그들의 생생한 소리와 요구를 정책입안에 적극 반영시키겠다. 한마디로 도민과 함께하는 정책연구원이 되고자 한다. 그래서 전북연구원이 무슨 일을 하는 곳이냐는 소리가 다시는 나오지 않았으면 싶다. /권혁남 전북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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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4.08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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