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황 보필한 재상 이사, 실익 좇다가 비참한 최후…양심 사라진 선거판 흡사
세상에서 안타까운 것 중 하나가 정치인들에 대한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린다는 사실이다. 반듯하고 아침이슬 같은 정치인과 사리사욕에 빠진 생쥐 같은 정치인이다.
많은 정치인은 표와 정치권력을 위해 전력투구한다. 필요하면 영혼이라도 팔아버리는 정치인을 수없이 보았다. 단체장이 되고, 의원이 되고, 대통령이 되고, 그 주변에서 한자리 얻어서 부와 명예와 권력을 휘두를 수 있으니 어떻게 해서든 목적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치인이 많은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정치인은 본질적으로 재물 이익을 추구하는 장사꾼과 다를 것 없다.
어엿한 선량, 올곧은 선비, 영감으로 존경받는 존재에게 무슨 실언이냐고 책망할 수도 있겠다. 세상살이 뭐 다 그렇고 그런 것 아니냐고도 하겠다.
안철수 의원이 탈당, 딴 살림을 챙기자 당명을 바꾸는 등 전열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은 2개월 전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에 김종인을 영입하는 깜짝쇼를 했다. 김종인은 추락 위기에 처했던 더민주당을 회생시키는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누구인가. 경제전문가인 그는 노태우 정부에서 장관과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냈다. 2012년 새누리당에서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위원장 겸 경제민주화추진단장을 지냈다. 이 때 경제민주화 공약으로 박근혜 후보 당선을 도왔지만 선거가 끝난 후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이 자기 뜻과 다른 방향이라는 이유로 새누리당과 결별했다. 전두환 군사독재 때 국보위에서 일한 그는 이후 11대, 12대(민정당) 14대(민자당), 17대(새천년민주당) 등 4선 국회의원을 했다. 그가 이번에 비례대표 2번을 받았으니, 지난 35년간 4개 정당에서 비례대표 5선이라는 신기록을 세우게 됐다.
새누리당도 준비했던 깜짝쇼를 내놓았다. 엊그제 강봉균 전 의원을 4·13총선 상임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했다. 경제전문가인 강 전 장관은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과 재정경제부 장관 등을 지냈다. 야당 당적으로 군산에서 3선 국회의원을 했다. 강 전 의원은 비례대표에 관심없다며 선을 그었지만 4년 전까지 야당 편에 섰던 그의 변신은 깜짝 놀랄 일이다.
이런 깜짝쇼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새누리당과 더민주당이 경제전문가를 전면에 내세우는 승부수를 던졌다고 본다. 새누리당-더민주당-국민의당 승부 못지 않게 이들의 대결도 관심거리다.
새누리당과 더민주당 입장에서 보면 경제전문가 영입은 좋은 포석이다. 힘든 경제, 청년실업 등 난제가 많은 상황에서 치러지는 이번 총선의 핵심 키워드는 단연 ‘경제’ 아닌가.
게다가 이들은 호남과 연고가 있다. 호남지역 민심을 우호적으로 돌릴 수 있는 카드인 셈이다. 새누리당의 강봉균 영입이 확정된 21일 전주을의 정운천 후보가 ‘환영한다’고 밝힌 것도 그런 기대일게다.
그렇더라도, 과거 대척점에 있었던 인물, 정체성이 크게 달랐던 인물을 영입하는 정당들의 행동은 당연한가. 그에 응한 주연 스타들은.
정치인들은 당연시하는 분위기다. 의정부 갑선거구에서 기사회생한 문희상 의원은 선거판은 전쟁판이라면서 “전쟁에서는 어떠한 원칙도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무시될 수 있다”는 말을 했다. 이기기 위한 게임에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릴 수 없다는 것이다.
국회의원, 정치인이라면 시대의 양심이고 대쪽같은 선비정신의 소유자여야 한다고 국민들은 알고 있다. 정체성이 시류에 쉬이 흔들리거나 눈 앞의 이익을 생각 없이 좇아가는 부류가 아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정치인들이 많다. 책사는 머릿속에 든 지식 몇 푼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지 모르겠다. 결국 양지만 좇는 해바라기라는 꼬리표를 피할 수 없다. 진시황의 천하통일을 보필한 재상 이사는 대단한 성공을 거뒀지만 결국 원칙을 깨고 실익을 좇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노회하고 명석했던 그에게 브레이크가 없었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지식인이 할 수 있는 고결하고 존경받을 일이 너무 많다. 정치적 성공만이 인생의 성공은 아니다. 국민을 눈높이에 두고 흔들림 없이 가는 사람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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