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미인과 아이! 공통점을 찾기가 어렵지만, 많은 이들은 짐작할 것이다. 노인과 미인과 아이는 보호해야 한다는 원칙, 거리에서 담배 피는 고딩들이 무섭지만 충고 할 수 있는 용기,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상식, 그래서 지켜지는 군인의 명예…. 송중기가 맡았던 유시진 대위의 애국에 대한 개념이다. 그런 것이 애국이란다. 심장이 찡하도록 저렸다, ‘나는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로 시작되는 국기에 대한 맹세 때와는 사뭇 다른 감동이었다. 총 들고 나라를 지키거나 조국발전의 밑거름이 되는 큰일들을 애국이라 생각해왔던 편협에서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동시대 사람들 보편적 정신의 변화
그리 보면 애국에 대한 실천적인 생각들도 변하나 싶다. 먹고살기가 바빴던 시절에 ‘하면 된다’, ‘안되면 되게 하라’는 세대의 개념과는 달라진 것이다. 마치 시대정신이 변하는 것처럼 말이다. 시대정신을 편안하게 풀자면, 동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보편적인 정신자세나 태도를 말한다. 예를 들어 우리의 변천사를 보면 이해가 쉽다. 가난했던 시절의 시대정신은 잘 먹고 잘사는 것이었다. 그리고 먹고 살만해졌을 때는 ‘자유와 권리에 대한 주장’이 시대정신이었다. 그리 보면 시대정신이라는 것은, 동시대를 사는 많은 사람들에게 가장 다급하고 현실적인 문제들이었다.
어쨌든 우리는 먹고 사는 문제를 산업화로 극복했고, 자유와 권리에 대한 주장은 민주화로 일궈냈다. 먹고 사는 문제나 주권국가 국민으로서의 권리를 해결한 것이다. 허면 지금의 우리는 어떤 시대정신을 가지고 살고 있을까? 앞서의 논리에 따른다면 이 질문은, 우리사회가 해결해야 할 가장 다급하고 현실적인 문제가 무엇이냐는 물음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여러 계층의 의견이 갈리겠지만, 지난 대선과 이번 총선의 과정을 보자면, ‘계층 간 갈등해소’라는 주장이 많았다. 그 방법론에 있어서는 경제민주화나 증세 또는 선택적복지 등 많은 얘기가 있었지만, 결론을 집약해 보면 양극화 해소로 귀결되는 것이다. 허면 사회구성원 모두가 양극화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해소를 위해 노력하는데도 격차가 심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해법이 잘못된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다. 양극화 해소방안을 교과서적으로 보자면, 일차적으로 고용흡수력이 높은 산업을 육성해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하는 것이 먼저다. 그 다음은 사회경제적 지위의 세습을 막기 위해 교육혁신과 사회보험의 사각지대를 살펴야 한다. 그런 이후에 사회안전망을 통해 소외계층이나 경쟁에 뒤쳐진 사람에 대한 보호와 자립·자활을 지원하는 것이다.
'상식'이 명예 되는 아름다운 국회를
한데 최근의 추세를 보면 마지막 방법만이 강조되는 것 같다. 사회안전망을 통한 지원방법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다. 지난 대선도, 이번 총선도 그랬다. 결과적으로 선거 때마다 선심성 시혜는 늘어가고, 복지부담은 높아만 간다. 이는 마치 정치권에서 양극화를 이용하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복지정책을 표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는 것이다. 허나 당락과 의석수에 연연하는 모습이 국회의원의 명예에 부합되지 못한다는 것은 본인들도 잘 알 것이다. 명예는 모두에게 소중하지만, 특히 정치인이라면 목숨보다 무겁게 느껴야 하지 않겠는가! 노인과 미인과 아이는 보호해야 한다는 믿음이 군인의 명예를 지켜주듯, 국가의 운명과 민족의 미래를 자신의 영달과 바꾸지 않는 ‘상식’이 명예가 되는 아름다운 20대 국회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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