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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통이 있던 자리

▲ 지은영 익산우체국 주무관
우리에게 우체통과 편지는 좋은 추억이다. 군에 있는 애인에게, 학창시절 첫 사랑에게, 펜팔 친구에게 써내려간 그리움을 빨간 우체통에 넣던 떨림이 가슴속에 그대로 배어있다.

 

그래서인지 우체통과 편지는 여러 작품에서 소재로 등장한다. 청마 유치환 시인이 사랑의 그리움을 절절히 써 내린 작품 ‘행복’에서 우체국은 그리운 사람에게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을 보내는 곳으로 등장한다. 시인은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그리움의 연서를 쓴다.

 

이처럼 우리 추억에 고이 깃든 우체통이 최근 뜻하지 않게 화두에 올랐다. 지난달 17일 익산시 부송동 한 아파트 정문 상가 앞 화단에 설치된 우체통이 사라진 것이다. 우체통을 가져간 것도 어이없는 일이지만, 이를 가져간 이유를 알아보니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그들이 운영하는 가게에 복고풍 인테리어 소품으로 사용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우체통은 제자리로 돌아왔고, 한 통의 편지도 주인을 찾아갔다. 편지를 보낸 사람은 우체통이 사라진 사이 어떤 생각을 했을까. 마음을 도난당한 기분이 들지 않았을까. 변명의 여지도 없고 너무 송구스러웠다. 신고를 받고 그 자리에 달려갔을 때의 공허함 이라니……. 포크레인이 한 삽 뜬 것처럼 구멍이 폐어있는 자리로 휑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다행히 하루 만에 절취자를 검거한 익산경찰서의 노고가 있어 원상회복이 가능했다. 익산경찰서에 무한 감사를 드린다.

 

우체통과 편지는 우리의 정서, 기다림, 교감의 표상이다. 세상은 빠름이라는 이름 뒤에 편지를 숨겨버렸지만, 편지만이 갖는 특유의 사람냄새까지 빼앗지는 못할 것이다.

 

마침 전북지방우정청에서는 전북도민을 대상으로 100만인 편지쓰기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한통의 편지를 써서 길가 빨간 우체통에 슬쩍 넣어보면 어떨까. 우체통이 웃으면 정녕 마음도 따라 웃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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