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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믿어도 되나

친인척들 보좌관 채용, 특정 의원만 추궁 말고 제도 손질 제대로 하길

▲ 수석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자충수는 찝찝하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발이 된 모양새인 국회의원 특권내려놓기가 그렇다.

 

지금까지 드러난 바에 따르면 서 의원은 딸을 인턴으로 채용했고, 딸은 이를 로스쿨 서류 경력으로 활용했다. 오빠를 회계책임자로, 또 동생을 비서관으로 채용해 월급을 지급했으며, 보좌관이 법정 한도금액인 500만 원을 후원하도록 했다.

 

이에 주변의 비난이 쏟아졌다. 서 의원은 결국 지난달 30일 더민주당 당무감사원으로부터 중징계 결정을 받았다. 최종 징계 수위는 당의 법원 격인 윤리심판원이 조만간 결정하게 된다.

 

서영교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사려깊지 못한 행동을 사과하고 반성했다. 당이 탈당하라고 하면 그렇게 하겠다고도 했다.

 

사실 ‘국회의원의 친인척 채용’이 전혀 새로운 팩트가 아니라는 것은 여야 정치권이 익히 아는 사실이다. 마치 마녀사냥하듯이 유독 서영교 가족채용을 일제히 맹비난 하는 상황이 어리둥절하기도 하다.

 

우리나라에는 국회의원들이 친인척을 보좌진으로 채용하라, 마라 하는 법이 없다. 그러니 서의원처럼 가족이나 친인척을 채용하는 사례가 많았다. 친인척 채용이 허물은 되겠지만 범법행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친인척 채용은 부적절하다는 공감대만 막연하게 존재할 뿐 국회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었다. 과거 김원기 전 국회의장이나 정동영·조배숙 의원 등 상당수 국회의원들이 친인척을 보좌진으로 썼지만 문제삼는 이가 없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엊그제 정동영 의원이 ’적어도 내 경우는 문제될 것 없다’고 밝혔다. 친인척 중에는 그야말로 ‘정치적 동지’로 발전한 경우도 많을 것이다. 서영교 사건이 터졌을 때 ‘특권남용 챔피언’이라고 맹비난했던 새누리당이 박인숙 의원 등 제식구들의 허물 앞에서 곧바로 꼬리를 내린 코미디도 그래서 나왔다. 결국 1일 현재 여야 친인척 보좌진(인턴 포함) 44명이 면직됐다. 전북에서는 초선인 안호영 의원의 6촌 동생이 비서관에서 물러났다.

 

의원 보좌진 친인척 채용과 관련하여 일본이나 미국, 영국 등은 제한 규정을 두고 있지만 대한민국은 그렇지 않다. 이번 사태에 머쓱해진 정치권이 ‘8촌 이내 친인척 채용 금지’를 골자로 하는 법안을 내기로 했지만, 결국 국회가 부적절한 친인척 채용을 묵인해 왔음을 자인한 꼴이다. 그동안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특권, 세비 등 이익과 관련된 문제점을 알면서도 평소 어영부영하다가 터진 일 아닌가. ‘특권남용 챔피언’ 자리를 최대한 누리기 위해 손발 놓고 있었던 정치권이 호들갑을 떨 자격이나 있는지 모르겠다.

 

국회의원들이 가족이나 친인척을 보좌진으로 채용하는 것은 몇가지 매력 때문이다. 서 의원 딸이 보좌진 경력을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에 활용했듯이, 또 최경환 의원 매제가 보좌관으로 근무한 경력을 바탕으로 공공기관 상임감사로 임명됐듯이 보좌진 자리는 당사자 인생의 큰 디딤돌이 된다. 정부 부처를 직접 상대하며 입법과 예산, 정책 등을 두루 다루는 보좌관들은 시야가 넓어지고 다방면으로 능력이 출중해진다. 연봉도 좋다. 게다가 가족이나 친인척은 국회의원이 정치자금, 회계 등 민감한 업무를 처리할 때 믿고 쓸 수 있다. 서 의원은 오빠를 회계 책임자로 썼다. 이런 이점 때문에 가족이나 친인척 채용 심리가 강할 수 있다.

 

서 의원 등 일부 국회의원들이 정치권이 파 놓은 일상의 함정에 걸려 허우적 거리고 있을 뿐, 결국은 국회 자신의 허물이다. 정치권은 서영교 의원만 마녀사냥 하듯 몰아세우기에 앞서 이번 기회에 국회의원 특권 전반에 대한 정비를 제대로 하라.

 

바야흐로 글로벌 시대다. 국회의원과 대통령은 세금으로 해외를 다녀오기 일쑤지만, 일반국민은 자비로 외국 여행을 하며 세상의 지혜를 배운다. 얼마 전 북유럽을 다녀왔다는 인사가 말했다. “국회의원들이 자전거 타고 출퇴근하는 사례가 많은데 한국은 대형승용차를 고집한다. 겉멋 부리고 으스대라는 금배지가 아닌데…”

 

마침 정세균 국회의장이 직속으로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자문기구를 만들어 불체포·면책 특권 등을 손질하겠다고 하니, 하여간 기대해 본다.

김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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