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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도 공범자다

왜곡·편파 보도 책임 커…국민과 함께 할 때에만 권력도 언론도 강해진다

▲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범죄 피의자 박근혜 대통령이 막가고 있다. 마치 자동차 사고를 내고 이성을 잃은 채 신호무시, 과속, 중앙선 침범, 역주행 등 온갖 교통법규를 위반하고 도망치는 뺑소니 차량의 뒷모습을 보는 것 같다. 박 대통령의 막무가내 폭주 때문에 국민들의 몸과 마음이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정상적인 혼을 가진 국가 최고 지도자로서는 할 수 없는 버티기와 꼼수, 계속되는 거짓말, 여기에 국민과 나라 걱정은 티끌만치도 하지 않고 오직 자신만의 몸보신에 혈안이 되어있는 모습에 국민들은 치를 떨고 있다.

 

중국 전국시대 인물인 한비(韓非)는 그의 저서 ‘한비자’ 12편 망징(亡徵)에서 나라가 망할 47가지 조짐을 열거하면서 ‘군주가 점술을 믿고 제사 지내기를 즐기거나’ ‘군주가 특정 사람만 믿고 창구로 삼고’ ‘군주가 고집이 세서 화합하지 못하고, 간언을 듣지 않고 제멋대로 자신만을 위하면’ 그 나라는 망한다고 하였다. 또한 그는 나무가 부러지는 것은 벌레가 먹었기 때문이고 담장이 무너지는 것은 틈이 생겼기 때문이지만 강풍이 불지 않으면 부러지지 않고 큰비가 내리지 않으면 무너지지 않는다고 하였다 (김완중, 한비자). 다시 말해 벌레가 나무를 파먹었다고 해서 반드시 부러지는 것은 아니며, 틈이 벌어진 담장이 무조건 무너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거기에는 강풍이나 큰비가 동반되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검찰 조사에서도 밝혀졌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출범 전부터 벌레 먹은 나무나 틈 벌어진 담장과 같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동안 강풍과 큰비 역할을 한 검찰과 언론 덕분에 정권이 지탱해 온 것이다. 그러다 지난 10월 24일 밤 한국의 워싱턴포스트라 할 수 있는 JTBC가 최순실의 태블릿PC 한 방을 터뜨리면서 모든 언론이 일제히 돌아섰다. 백만 촛불에 놀란 검찰도 뒤늦게 제정신을 차리면서 박 정권은 상상초월의 강풍과 큰비를 맞고 몰락의 운명을 맞이하게 되었다. 호랑이가 개, 돼지를 복종시키는 까닭은 발톱과 이빨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박 대통령은 발톱인 언론과 이빨인 검찰을 모두 잃고 말았다.

 

우연히도 박정희 대통령은 1961년부터 1979년까지 만18년을 통치하였고, 그의 딸 박근혜 대통령 역시 1998년부터 2016년까지 똑같이 18년 만에 정치활동을 실질적으로 마감하게 되었다. 정치생명 마감일자마저 놀랍게도 아버지는 10월 26일, 딸은 10월 24일로 거의 같다. 평행이론이 박 대통령 부녀에게도 작용한 걸까?

 

박 대통령이 벌레 먹은 속 빈 나무이고 틈 벌어진 부실 담장이라는 걸 잘 알면서도 계속 눈감아주고 그 대가로 자신의 이득만을 챙겨온 친박 정치인들과 보수언론은 모두 공범자다. 특히 박 정권에 매우 충실한 사냥개로서 정권에 불리한 진실 은폐, 축소 및 삭제, 사실 왜곡, 편파 방송해온 공영방송들은 이번 촛불집회에서 큰 곤욕을 치렀다. 집회 현장에서 KBS, MBC 취재진은 “니들도 공범”, “KBS에 내는 수신료를 JTBC에 내겠다”, “기레기들”, “쪽팔린 줄 알아라” 등의 온갖 비난을 받고 쫓겨났다. MBC는 기자의 마이크에서 MBC 태그를 떼고 카메라 로고도 가린 채 중계차 마크 없이 몰래 취재를 해야만 했다고 한다.

 

이번에 언론은 크게 깨달을 것이다. 언론도 대통령에 못지않은 강력한 힘을 스스로 갖고 있다는 사실과 권력에 아첨하거나 굴종하지 않고 정론을 펴는 언론만이 국민의 성원을 받을 수 있음을 잘 알게 되었다. 권력과 언론의 힘은 모두 다 오직 국민과 같이 할 때만이 강해진다는 불멸의 진리를 부디 잊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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