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성에 다녀왔다. 풍남문에서 객사에 이르는 전주부성 아닌 덕진에 있는 전주종합경기장 말이다. 이승우와 백승호 등 깡다구들의 U20 월드컵경기 때문에 K리그 클래식 전주 수원 공성전(攻城戰) 더비가 원조 전주성에서 열린 것이다. 마지막이란다.
1963년에 지어진 전주종합경기장
다시 찾은 성은 옛날처럼 늙었다. 팔달로와 백제로가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 경기장은 1963년 국가재건최고회의의장 장군 박정희의 등장을 알리는 제44회 전국체전의 산물이다. 전북도민들의 성금으로 경기장을 짓고 민박으로 체전을 치렀다. 팔달로도 그 때 뚫렸다. 2만8000명을 수용한다는 경기장은, 땡볕과 육상 트랙 때문이었을까, 옛날에 졸업한 중학교 운동장 느낌이었다. 의자는 좁았고 화장실이 낡아서 야외 컨테이너 임시화장실을 사용했다.
수원은 없었다. 이재성은 물이 올라 자유자재의 패스를 구사하는 클래스를 보여주었다. 미드필더 김진수와 수비수 최철순도 제 몫을 했다. 결국 형광녹색 유니폼을 입은 전북현대는 코너킥 세트피스 상황에서 김신욱의 헤딩골에 이어 장윤호의 골로 원정깡패 수원삼성을 지그시 눌러주었다. 성벽 뒤에서는 용감한 법이라 나도 아들도 열심히 응원을 했다. 경기 후 마지막 구장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사진을 찍었다.
인구 120만 부자도시답게 수백 명의 응원단들과 블루윙즈는 염기훈을 앞세웠지만 전북의 지능적인 포백에 막혀 힘 한 번 못쓰고 졌다. 서정원 감독은 고개를 떨구었다. 응원단들은 열을 다스리려고 시내 한옥마을 쪽 막걸리집으로 향하는 모습이 보였다. 미안하지만 잘 생각하셨다. 먹는 게 남는 것이다.
전주월드컵 경기장도 전주성이라 부른다. 사실 전주종합경기장 출입구가 한옥 디자인에 성문의 태극문양을 보고 팬들이 자연스레 붙인 이름이지만 진짜 부성이 있었던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월드컵경기장은 합죽선 지붕, 솟대 기둥, 열 두 줄 가야금 닮은 케이블이 지붕을 받치고 있다. 경기장으로 향하는 육교 겸 호남제일문 역시 이 동네가 전주성임을 나타낸다. 하여 전북현대의 전주경기를 전주성 전투라 한다. 성을 가진 도시 수원 전주 더비 매치를 ‘공성전’이라 부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 아닌가.
65만 전주시민과 180만 전북도민의 성원 속 전북현대는 닥공으로 컸다. 이제 시민의 축구응원 추억이 깃든 전주종합경기장이 사라진다. 쌍방울 레이더스의 한숨이 남아있는 야구장도 사라질 것이다. 그 자리에 호텔과 컨벤션센터 그리고 시민의 정원이 들어선다고 한다. 거대자본의 대형마트와 쇼핑몰이 들어오는 것을 막은 좋은 수비다.
축구도 전주 문화관광상품으로
리버풀과 맨체스터, 뮌헨과 파리 모두 최고의 축구팀을 가진 도시들이다. 특히 생제르맹은 파리라는 도시 브랜드의 덕을 보는 팀이다. 과연 축구팀 전북현대는 전주라는 도시 브랜드 덕을 보는지 생각해 볼 일. 바르셀로나의 캄프 누 경기장, 첼시의 스템포드 경기장, 맨유의 올드 트래포드 경기장 자체가 관광상품이다. 이런 점에서 한옥마을에서 시작된 전주성 문화관광상품은 덕진연못 전통정원을 지나 월드컵경기장에서 완성될 것이다.
전주성에서 연승을 거둔 U20 한국팀이 잉글랜드에 삐끗해 수원성에서 16강전을 치른다. 6월 8일 전주에서 치러지는 4강전에서 이승우 백승호의 건방진 골세레모니를 보고 싶었는데,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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