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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MBC 앵커의 마지막 방송

KBS·MBC 파업 계기로 권력으로 부터 완전 독립 / 언론자유 회복의 기회로

▲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KBS와 MBC노조가 지난 4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갔다. 두 공영방송의 동시 총파업은 2012년 이후 만 5년 만이다. 두 방송사 노조의 공통된 요구사항은 공영방송 개혁과 공영방송을 망쳐놓은 경영진의 퇴진이다.

지난 1일 전주MBC 김한광 앵커가 파업에 참여하면서 마지막으로 방송한 메인뉴스 오프닝 멘트가 전국적인 화제다.

“오늘이 제가 진행하는 마지막 ‘뉴스데스크’입니다. 돌아보니 온통 무안하고,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대한민국의 공영방송은 그 신뢰가 바닥까지 떨어졌습니다. MBC는 참담하게 망가졌습니다. 지역방송 전주 MBC는 그 역할을 다할 수 없었습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 10년, 공영방송 장악은 집요하고도 무도했습니다. 저희들 안에서 저항하고 한순간도 싸움을 멈춘 적 없었지만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 또 실망하고 화나 있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저희 여기서 포기할 수 없어서 다음 주부터 어쩌면 마지막이 될 공영방송 정상화, 파업 투쟁에 나섭니다.”

올해로 기자생활 25년차인 김한광 기자의 오프닝 멘트는 오늘날 MBC사태의 모든 것이 담겨져 있으면서 참으로 용기 있는 반성이자 쓰디쓴 자기고백이다. 2009년 4월 13일 의 신경민 앵커가 뱉은 뼈있는 ‘클로징 멘트’ 이후 MBC뉴스를 본 적이 없는 필자는 김한광 앵커의 오프닝 멘트를 페이스북을 통해 접할 수 있었다. 신경민 앵커가 강제하차하면서 MBC뉴스는 사실상 뉴스시장에서 스스로 하차하였다. 뉴스는 물론이고 등 시사고발 프로그램 등을 통해 최고의 보도매체로 자리매김했던 MBC는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고 측근인 김재철 사장이 낙하산으로 내려오면서 보도기능은 포기하고 오직 오락매체로 전락하였다. 김재철-김종국-안광한-김장겸 등 특정 대학의 선후배가 연달아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MBC는 망가질 대로 망가지고 만다. 최고의 방송사가 이명박 박근혜 정권 9년 동안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고 멸시받는 최악의 방송사로 추락하고 말았다. MBC는 취재 잘하고 프로그램 잘 만드는 기자나 PD보다는 정권에 충성하거나 말 잘 듣는 언론인을 요구하였다.

MBC경영진은 언론다운 언론을 만들어 보려는 수백 명의 방송인들에게 해직과 중징계를 가했다. 이들의 빈자리엔 시용직이나 경력직을 뽑아 메우면서 오직 정권과 경영진의 입맛에 맞는 권력의 주구방송, 어용방송이 되고 말았다. 지금으로부터 8년 전인 2009년에 시사주간지 〈시사IN〉의 조사에 의하면 당시 신문과 방송 중 가장 신뢰받는 매체는 MBC로서 32.1%의 신뢰도를 보였고, KBS(29.9%) 보다도 더 높았다. 이랬던 MBC가 오늘날 어떻게 되었나. 지난 8월에 한국기자협회가 기자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 의하면 기자들은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매체, 가장 신뢰하는 언론매체 모두 JTBC(각각 27.4%, 30.3%)를 꼽았다. MBC는 어떤가?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에서 겨우 1.0%로 8위, 가장 신뢰받는 매체에서는 1.3%로 9위에 불과했다. 종편 JTBC에 비해 인력, 조직, 제작비 등 모든 면에서 압도적으로 우월하고, 2009년까지만 해도 최고로 신뢰받던 MBC가 이렇게까지 형편없는 방송으로 추락하였다. 공영방송 KBS와 MBC가 많이도 말고 JTBC만큼만 해도 떠났던 시청자들이 다시 돌아오지 않겠는가?

최고의 방송을 최악의 바닥방송으로 실추시킨 장본인인 김장겸 사장이 정권에 의한 언론탄압이라고 하면서 언론자유 수호 운운하고 있다. 참으로 가소로운 일이다. 지난 9년 동안 억압받았던 언론자유를 회복하고, 권력의 시녀와 국책방송으로 전락한 양방송사의 공영성과 신뢰성을 바로잡는다는 측면에서 이번 KBS와 MBC의 파업을 지지한다. 아울러 이번 기회에 공영방송이 권력으로부터 제대로 독립할 수 있도록 법적, 구조적 개혁이 조속히 이뤄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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