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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Me Too

성폭력 솜방망이 처벌 사회 구조의 변화 위한 구체적 논의 필요한 때

▲ 노현정 (사)전북여성단체연합 정책실장

“성폭력 피해자분들께 결코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얘기해주고 싶어서 나왔습니다. 제가 그것을 깨닫는데 8년이 걸렸습니다” 한 TV 매체에 나와 인터뷰를 한 서지현 검사는 끝인사로 이렇게 이야기했다.

8년이란 긴 시간을 혼자서 견디며 깨달았다는 그녀의 말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하지만 여성들은 여성에게 일어나는 다양한 폭력에 대해 피해자를 탓하는 견고한 사회 분위기 때문에 당연한 상식을 깨달을 수 없을 정도로 오랜 시간 침묵과 고통 속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다.

서지현 검사의 증언으로 온 오프라인의 #Me Too 운동이 더욱 확산되었고, 전국의 여성단체들은 동시다발 기자회견으로 지지와 연대의 목소리를 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사건 은폐의혹에 대해 “아직 사실 여부를 알 수 없지만, 사실이라면 가장 그렇지 않을 것 같은 검찰 내에서도 성희롱이 만연하고 2차 피해가 두려워 참고 견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한민국 어디에도 가장 그렇지 않을 것 같은 공간은 없다. 단지 성폭력, 성추행 등을 조사하고, 처벌해야 하는 검찰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보여준 것뿐이다.

지난 30여 년 간 한국사회 내 성폭력 피해자들의 말하기는 끊임없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얼굴을 가리거나 혹은 드러내는 행동은 피해자를 비난하는 사회에 주체가 되고자 선택한 방식 중 하나이다.

하여튼 이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공론화하는 것은 살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며 동시에 자신의 이야기에 누군가 함께 해줄 것이라는 믿음과 그 사회와 구성원들에 대한 신뢰에 기반 한 것이기도 하다.

물론 이러한 행동은 법과 제도, 인식에서 많은 변화를 가져 왔지만 오히려 숨죽이거나, 감추거나, 떠나는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검찰 내 성폭력 사건을 시작으로 사회 각 영역에서 성폭력 사건이 공론화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 부쩍 여성들의 증언이 담긴 메일과 전화가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러한 여성들의 증언과는 반대로 도내 공무원 사회의 직장 내 성희롱 성추행 등 여성인권사안의 끊임없는 발생은 참으로 한심하기만 하다. 적극적인 해결의지를 갖고 피해자를 보호하고 대책을 세워야 할 지자체가 훈계라는 솜방망이 처벌로 가해자를 승진시키는 등 범죄를 동조하고 묵인해주고 있다.

오늘 만난 한 여성은 자신의 상처를 헤집고 본인을 포함한 가족들의 신상까지 털릴 각오를 하며 용기의 눈물을 닦았다. 언제까지 여성들은 2차 피해까지 감내하며 Me too를 외쳐야 하는 걸까.

현재 인터넷과 뉴스를 달구는 사건들은 저기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여기 이 곳 내 주위에 가깝게 존재하고 있다. 분명 모두를 대신해 용기를 낸 여성들의 계속되는 말하기는 기존의 잘못된 젠더질서를 흔드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연일 실시간 검색 1위를 차지했던 연극계 미투에 대해 성폭력에 대처하기 위한 자성적 움직임이 보인다. 연극인들 스스로 ‘성폭력 반대 연극인 행동’을 꾸려 그동안 연극계 내 성폭력 및 위계적인 문화에 대해 반성하고 공동체를 변화시키기 위해 힘을 모아내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이제라도 우리 모두의 진정한 성찰과 변화를 위해 각자가 있는 곳에서부터 스스로의 가해 자성을 돌아보고, 성폭력을 묵과해온 사회구조를 변화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논의를 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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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oo #미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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