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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에서 광장으로 나오려는 북한

평화체제 전환의 시작
4·27 남북정상회담은 휴전 끝내는 회담돼야

▲ 정동영 국회의원(민주평화당·전북 전주시병)

단군신화에 보면 곰이 백일 동안 쑥과 마늘을 먹고 인간이 되었다. 북한은 지난 25년 동안 동굴 속에 스스로 고립된 채 쑥과 마늘을 씹으며 절치부심 핵과 미사일 개발에 매달렸다. 그러던 북한이 마침내 동굴에서 나오기로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2년 4월 집권자로 공식 등장하면서 이렇게 선언했다. “더이상 인민의 허리띠를 졸라매게 하지 않겠다.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누리게 해주겠다.” 지난 6년 동안 김정은은 북한에 22군데 경제개발구역을 지정했다. 외국자본을 유치해 경제발전을 이루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그러나 핵과 미사일로 질주하면서 대북 제재와 압박이 강화되는 환경 속에 외자유치와 경제발전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구상이었다.

지난 6년 동안 미국의 전면적 압박과 제재에도 불구하고 4차례 핵실험을 하고 50여 차례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질주했다. 마침내 작년 11월 29일 뉴욕과 워싱턴까지 날아갈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에 성공한 직후 북한은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역설적으로 핵무기 완성 선언은 북한으로 하여금 미국과의 협상에 착수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었다. 이제 트럼프 정권에게 북핵 문제는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베트남의 길을 가고 싶어 하는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은 미국과 전쟁을 한 나라이지만 미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한 뒤 시장경제를 받아들여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과 전쟁을 치렀을 뿐만 아니라 1948년 북한정부 창립 이래 미국으로부터 한번도 국가로 인정받은 적이 없다. 북한은 지구상에 남은 미국의 유일한 적국이다.

이번 4·27 남북정상회담은 오래 미뤄둔 휴전을 끝내는 정상회담이 돼야 한다. 불안정한 휴전체제 또는 정전체제를 항구적인 평화체제로 바꿔내야 한다. 4·27 정상회담과 역사적 맥락에서 유사한 정상회담은 어떤 회담일까. 내 생각으로는 2차대전 후 44년 만에 냉전시대를 종식한 1989년 몰타 미-소 정상회담이다. 지중해의 몰타 섬에서 만난 부시 미국 대통령과 소련의 고르바쵸프 서기장은 ‘우리는 더 이상 적이 아니다’고 선언했다. 몰타 정상회담으로 세계사적 냉전은 끝이 났지만,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2018년 올해 우리 앞에는 냉전 종식의 기회가 다가왔다. 4·27 정상회담에서 남북은 ‘우리는 적이 아니다’고 선언할 수 있어야 한다. 최소한 ‘북한은 핵을 포기하고, 남북간의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절차를 시작한다’는 발표가 나와야 한다.

1972년 동·서독은 두 차례의 정상회담을 거친 뒤 기본조약을 체결했다. 동·서독 기본조약은 동등한 권리, 무력위협과 무력사용 포기, 갈등의 평화적 해결 원칙, 그리고 상주대표부 교환, 군비 축소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기본조약 체결 당시 서독내에선 ‘동독을 국가로 인정할 수 없는데 어떻게 동등한 권리를 동독에게 인정하는가’, ‘동독은 제재와 압박을 통해서 붕괴시켜야 하고 흡수해야 할 대상인데 기본조약은 영구분단 방안이다’고 브란트 수상을 비난했다. 하지만 이 기본조약은 정권이 바뀌어서도 실천되었고 17년 뒤에 독일통일로 이어졌다. 4·27 정상회담에서 남북은 동서독처럼 기본조약에 합의할 수 있어야 한다. 1991년 노태우 정부 때의 남북 기본합의서와 김대중 대통령의 2000년 6·15 선언을 합치고 국회에서 동의를 받으면 그것이 남북기본조약이 된다. 사람들에게 6·25가 언제 끝났는지 아느냐고, 휴전협정일이 언제인지 아느냐고 물으면 대부분 모른다. 1953년 7월 27일, 다른 사람은 다 잊어버려도 나는 이날을 잊을 수가 없다. 왜냐면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날이기 때문이다. 생일 자랑을 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내가 태어났을 때도 휴전체제, 내가 청년이 되어 군대에 갔을 때도 휴전체제, 내가 결혼해서 태어난 두 아들이 육군과 해병대에 갔을 때도 휴전체제, 도대체 동서고금의 전쟁사에서 전후처리를 65년 동안이나 미뤄둔 전쟁이 한국전쟁 말고 또 있던가. 내가 아는 한 없다.

아직도 사람들은 묻는다. 김정은이 정말로 핵을 포기하겠느냐고. 나의 대답은 한결 같다. 저절로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우리가 하기 나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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