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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업에 대한 조사…고백

전북경제 버팀목 지켜주지 못해서 매우 송구스러워

김종회 국회의원(민주평화당·김제 부안)
김종회 국회의원(민주평화당·김제 부안)

예의(禮義)라는 것이 있다. 사람이 지켜야 할 예절과 의리다. 관계에 대한 도리다. 관계란 사람과 사람 뿐 아니라 사람과 동물, 사람과 사물 등 모든 영역을 포괄한다.

인간에 대한 예의는 관혼상제(冠婚喪祭-관례,혼례,상례,제례)로 대표된다. 백일잔치, 돌잔치, 해마다 여는 생일잔치, 입학식과 졸업식, 성년식, 약혼식, 결혼식, 금혼식, 환갑잔치, 칠순, 장례, 제사 등 인간에 대한 예의는 시작과 삶의 전환점, 끝을 기념하고 추억하는 일의 연속이다. 국가기념일, 운동선수 은퇴식, 군인과 경찰의 퇴역식 등 관혼상제는 무궁무진하다.

예의는 범주를 동물 뿐 아니라 사물에까지 확대하는 추세다. 다음은 예의의 확대 사례다.

#1. ‘너에게 묻는다(시인 안도현)’ 연탄재 함부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자신의 몸뚱아리를 다 태워가며 엄동설한 우리들에게 뜨거운 아랫목을 만들어 줬던 연탄재에 대한 헌시다.

#2. 2017년 2월4일(현지 시각) 미 해군은 버지니아주 ‘뉴포트 뉴스 조선소’에서 엔터프라이즈함의 공식 퇴역식을 거행했다. 엔터프라이즈함은 세계 최초 핵 추진 항공모함이다. 1961년 11월 취역 후 쿠바미사일 위기와 베트남전쟁, 푸에블로 피랍 사건 등에서 맹활약했다. 취항 55년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3. “자, 케일러 옳지!” 2015년 4월 군견병이 군견 퇴역식에서 군견에게 마지막 내린 명령이다. 대한민국 특공대에 소속된 군견 ‘케일러’는 수색과 추적 등 막중한 임무를 수행했다. 윤기 나는 황갈색 털, 사방을 주시하는 눈매가 예사롭지 않지만 테일러 역시 세월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했다. 나이가 들고, 수색능력이 떨어진 ‘케일러’는 10년여 군 생활을 이날부로 마쳤다.

위에서 나열한 것처럼 예의에 대한 범위는 더욱 확대된다. 우리는 이에 대해 ‘품격있는 사회’ ‘멋진 사회’라고 논평한다.

지난달 31일은 전북 경제사에 있어 매우 ‘슬픈날’이다. 한국지엠 군산공장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한국지엠 군산공장은 지난 1996년 바다를 매립해 만든 39만평의(129만㎡)의 부지에, 연간 27만대의 완성차 생산능력을 보유하며 힘찬 시동을 걸었다. 첫 가동 22년만에 전북에서 가장 큰 기업 중의 하나가 문을 닫았다.

그러나 이날 유감스럽게도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를 추모하고 위로하는 책임 있는 전북지역 지도자의 조사(弔辭)나 유감 표명하나 없었다. 최소한 한국지엠 군산공장은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와 함께 군산지역 총생산의 23.4%, 수출의 43%를 점유했던 전북의 효자기업이자 간판기업이었다. 22년 동안 군산시민을 먹여 살린 삶의 터전이자 전북경제의 버팀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사(弔辭)나 고별사 한줄 없었다는 것은 너무 야박하지 않은가! 전북의 책임있는 지도자라면 새로운 일자리 창출은 고사하고 멀쩡한 기업을 지켜주지 못한데 대해 도민들에게 송구하다고 석고대죄하는 것이 마땅했었다.

한국지엠 군산공장은 폐쇄됐지만 ‘자율주행 미래차 생산기지화’ 등 회생 가능성은 남아 있다. 나는 정상화 때 고백하련다. “그동안 전북도민을 위해 숨 가쁘게 돌아가느라 수고했다는 말 못해 미안하다. 회생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너를 끝까지 지켜주겠다”고. 이것이 한국지엠 군산공장에 대해 내가 생각하는 최소한의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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