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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급여 236억원 꿀꺽한 기업형 병원 적발

전주 덕진경찰서, 재단 대표이사·의사·가짜환자 등 150명 일당 검거
비의료인 ‘병원장’ 꿈·신용불량자 ‘의사’·쉽게 돈 벌려던 ‘나일롱환자’ 각자 목표 맞물려
가짜환자 명단 가진 업무과장 채용해 명단 입수·환자들 재단 관련 20여개 병원 돌며 입원하고 급여 챙겨

#.물리치료사였던 A씨(58)는 의사자격이 없었지만 ‘병원 설립’이 꿈이었고, 개인 병원을 운영했다가 경영난에 신용불량자가 된 의사 B씨(56)는 돈이 필요했다. 그리고 보험금을 받아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가짜 환자’들이 있었다. 이들의 공통분모는 국가 재정인 건강보험료 가로채기였다.

이들은 병원을 차리고 입원하지도 않은 가짜 환자를 만들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보험사 등에서 지급하는 요양급여를 가로챘다. 수사기관의 단속 낌새가 보이면 폐원한 뒤 이름만 바꿔 재개원하는 수법으로 이들은 전주에서만 지난 10여 년 간 무려 236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축냈다.

의료기관을 설립할 자격이 되지 않는 비의료인이 개인 명의로 의료생협·의료재단 등을 만들어 병원을 편법으로 설립하거나 속칭 ‘바지의사’를 대표로 내세워 사무장 병원을 운영하면서 요양급여 230억 여원을 편취한 일당 150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전주 덕진경찰서는 의료법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위반 등의 혐의로 모 의료재단 대표이사 A씨와 의사 B씨, 업무과장 C씨 등 세 명을 구속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은 또 재단 관계자 14명과 허위로 입원해 보험금을 타낸 가짜 환자 133명 등 14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입건자 가운데는 고령으로 진료가 불가능한데도 의사 명의를 빌려준 4명의 의료인도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의료생협 및 의료법인 제도의 허점을 악용, 의료기관을 개설할 자격이 없음에도 2009년부터 최근까지 의료기관 14곳을 개설·운영하면서 가짜환자들과 짜고 건강보험공단과 보험사 등으로 부터 236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2009년 한 기독교선교단체협의회의 이름을 빌려 전주시내에 첫 편법 병원을 차린 A씨는 이후 보험사기 단속이 이뤄지자 병원 문을 닫고 2012년 의료생협 명의로 새로운 병원을 차렸다.

2015년에는 다른 의사의 명의를 빌려 사무장 병원을 운영했다가 단속이 이뤄지자 폐업하고 2016년 건강생활재단이라는 의료재단을 만들어 운영해 왔다.

단속과 폐업, 병원 설립을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병원 수익을 올리기 위해 가짜 환자를 만들어 보험금을 가로채는 범행은 계속됐다.

경찰 조사결과 구속된 이들은 ‘사무장 병원’을 비롯한 14곳의 병원을 개원하고 폐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들은 입원기간이 2주가 넘으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평가를 통해 급여가 삭감되는 것을 알고 허위 환자를 2주씩 재단내 다른 사무장 병원으로 옮겨 순회 입원시키는 치밀함도 보였다.

이 과정에서 입원하고 병실을 비운 허위환자만 133명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가장 오랫동안 거짓으로 입원한 40대 환자는 5년간 900일을 입원하며 요양급여 4000여만 원을 타내기도 했다.

이들의 범행은 경찰이 지난 2016년 A한방병원 교통사고 허위 입원한자 12명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덜미를 잡혔다.

최경식 전주덕진경찰서 교통조사계장은 “수사를 마친 의료기관은 14곳이지만 A씨의 여죄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다른 병원들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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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현 kbh768@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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