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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버그

서울에 가면 기차역 에스컬레이터나 전철역 에스컬레이터,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스마트폰에 코 박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지하철 안에서도 손잡이를 잡지 않고 스마트폰에 코 박고 서서 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무섭다. 금방 넘어질 것 같다. 그런 사람들이 넘어지면 아무리 손잡이를 잘 잡고 다녀도 꼼짝없이 다칠 수있다. 자신은 손잡이를 잘 잡고 다니는데, 남 때문에 다칠 수 있는 세상이다. 나는 한 달에 두 번씩 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서 서울에 올라간다. 그때마다 손잡이를 꽉 잡고 다닌다.

몇 년 전 1박 2일 병원에 입원했을 때, 병원 여기저기에 낙상 주의하라는 글자가 붙어 있는 것을 봤다. 침대, 화장실, 계단에 온통 그런 글자가 붙어 있었다. 그만큼 병원에서는 안전이 최우선이었다. 1박 2일 동안 병원에 있을 때,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침대에 올라갈 때, 화장실에 가서도 꼭 손잡이를 잡았다. 그때부터 손잡이를 잡는 버릇이 생겨서 이제 어디서나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 계단을 오르내릴 때 반드시 손잡이를 잡고 다닌다. 지하철 안에서도 서서 가게 되면 반드시 손잡이를 잡는다.

그런데 나는 요즘 철저하게 손잡이를 잡고 다니면 다닐수록 수많은 균이 내 손으로 옮겨 온다는 것을 알았다. 런던 지하철 손잡이에 묻어 있는 균 53%는 어떤 항생제에도 죽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 균을 슈퍼버그(superbug)라고 한다. 내가 잡고 다니는 에스컬레이터, 계단, 지하철 손잡이에도 균이 득실거릴 것이다. 슈퍼버그도 많을 것이다. 이런 균들한테 감염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손쉬운 방법은 손을 바로바로 씻는 것이다. 그런데 시간에 쫓기다 보면 바로바로 손을 씻을 수 없다. 적어도 한나절 이상 손을 씻지 못하는 때가 많다. 그렇다면 아예 손을 떼고 다녀야 하는가? 손 떼고 다니면서도 안전하게 다니려면 엘리베이터를 타야 한다.

엘리베이터에는 균이 득실거리는 손잡이가 없고, 스마트폰을 보면서 오르내리는 사람이 있어도 위험하지 않다. 그런데 또 대형병원 엘리베이터 버튼에 사는 균 57.5%가 슈퍼버그라고 한다. 엘리베이터 버튼에도 균이 득실거리고 슈퍼버그 있다는 것이다. 세상 참 어디를 가나 위생적으로 안전한 곳이 없다. 우리가 안전하게 돌아다니기 위해서는 어떻게 돌아다니느냐도 중요하지만, 먼저 어떻게 득실거리는 균을 없애고, 슈퍼버그를 박멸시킬 것인가가 중요하다.

득실거리는 균, 슈퍼버그를 미리미리 박멸시키면 누구나 에스컬레이터,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안전하게 손잡이를 잡고 다녀도 된다. 지하철 안에서 손잡이를 잡아도 되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도 된다. 이런 시설을 관리하는 주체는 철저히 관리해서 균과 슈퍼버그를 박멸 시켜 주어야 한다. 물론 시설의 안전도 늘 챙겨야 한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돌아다니든지 물리적으로 위생적으로 안전하게 돌아다닐 수 있다. 그리고 나만 조심한다고 안전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 우리 모두 남을 배려해서 항상 조심해야 한다. 남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된다. 에스컬레이터,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손잡이는 기본적으로 잡고, 스마트폰에 코 박고 다니지 말아야 한다. 지하철 안에서도 그래야 한다.

슈퍼버그는 새로운 항생제를 발명해서 반드시 박멸시켜야 한다. 우리 사회에는 슈퍼버그 같은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을 발 못 붙이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 사회는 새로운 항생제 같은 의식과 제도를 갖추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진정으로 안전한 사회에서 살 수 있다. /박동수 전주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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