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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원이 줄 서는 이유

권순택 논설위원

21대 총선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오자 지방의원들을 동원한 특정 후보의 세과시용 지지선언이 잇따르면서 꼴사나운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전·현직 광역·기초의원들이 무더기로 줄지어 서서 특정 후보자에 대한 지지선언문을 낭독하거나 아니면 출마선언을 하는 예비 후보자 뒤에 굴비 두름처럼 둘러 서 있는 모습은 정말 볼썽사납다. 이러한 광경은 전주을과 완주·진안·무주·장수, 김제·부안, 남원·순창·임실 등 총선 예비후보간 경쟁이 첨예한 지역일수록 두드러진다. 지난달 28일에는 더불어민주당 공천장을 놓고 전주을에서 재대결을 펼치는 이상직 예비후보와 최형재 예비후보를 지지하는 전·현직 지방의원들이 서로 편을 갈라서 지지선언에 나선 모습은 가관이었다.

총선 때만 되면 이런 지방의원의 줄서기나 줄 세우기가 되풀이되고 있는 것은 구태 정치의 산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991년 지방자치제가 부활한 이후 30년이나 됐지만 중앙정치의 예속화는 여전하다. 지금은 사정이 나아졌지만 예전엔 지방의원은 국회의원의 ‘몸종’이나 다름없었다. 위원장을 대신해서 지역구 민원관리 등 궂은 일은 도맡아 해야하고 후원회나 출판기념회 등 각종 행사 때는 성심껏 정성을 표해야 했다. 한번 지역구 위원장의 눈 밖에 나면 다음 공천은 물 건너 가기 때문이다. 오래전 일이지만 지역구 위원장이 국회 회기가 끝나 지역에 내려올 땐 기차역 앞에서 지방의원들이 두 줄로 도열해 서 있다가 영접하는 진풍경도 있었다. 만약 좀 늦거나 태도가 맘에 안 들면 그 자리에서 구둣발로 정강이를 차이는 일도 있었다.

이러한 제왕적 국회의원의 폐단을 없애기 위해 전국 광역·기초의원들과 시장군수들이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지난 2012년 제18대 대통령 선거 땐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 모두 기초선거 정당 공천제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후 19대 국회에서도 정치개혁특위를 구성하고 여야 모두 기초선거에서 정당공천을 폐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새누리당에서 막판에 이를 번복하고 박근혜 대통령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면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는 물 건너 가고 말았다. 국회의원이 공천권을 무기로 시장군수와 지방의원들을 쥐락펴락하고자 하는 꿍꿍이셈 때문이었다. 기초선거 정당공천제가 없어지지 않는 한 이러한 지방의원 줄서기와 충성 경쟁이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권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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