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 ‘기생충’이 전 세계 영화인들의 가장 큰 축제인 아카데미 역사를 새로 썼다. 어제 미국에서 열린 제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후보에 오른 6개 부문 중 최고의 영예인 작품상을 비롯 감독· 각본· 국제영화상까지 4개 부문 트로피를 거머쥐는 쾌거를 달성했다. 봉준호 감독이 헐리우드 스타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한국말로 수상소감을 말하는 감동을 국민들에게 선사했다.
아카데미 역사상 비(非)영어 영화의 작품상 수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후보에 오른 외국어 영화는 1938년 프랑스 영화를 시작으로 지난해 까지 9편이 작품상에 이름을 올렸지만 아직껏 수상한 적이 없었다. ‘기생충’이 백인 남성 중심의 헐리우드 높은 장벽을 처음으로 넘은 셈이다. 또 각본상 역시 아시아 영화 최초 수상이다. 감독상 수상도 대만의 이안감독에 이어 두 번째다.
‘기생충’은 지난해 5월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 최초로 ‘칸 영화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면서 역대급 기록의 파란을 예고했다. ‘칸 영화제’의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작품도 1995년 이후 두 번째다. ‘기생충’은 ‘칸 영화제’ 이후 전 세계 57개 영화제에서 공식 초청받았고, 124개의 트로피를 챙겼다. 그 사이 국내에서 1000만 관객을 돌파했고, 북미에서도 3개 영화관 개봉을 시작으로 지난달 1000개 상영관을 돌파했다. 작품성과 흥행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주최하는 가장 권위있는 영화‘시상식이다. 영화인들에게는 그야말로 ‘꿈의 무대’다. 1929년 첫 시상식이 열려 올해 92회를 맞았다. 아카데미상을 ‘오스카“라고도 하는데 이는 트로피 이름이다. 손에 긴 칼을 쥐고 필름 릴위에 선 기사 형상의 트로피가 ’오스카‘로 불린다. 트로피는 높이 34.5㎝ , 무게 3.85Kg로, 윗 부분은 브리타늄 재질에 금박을 입혔고, 아래는 검은 대리석으로 제작됐다. 제작비용은 우리 돈 45∽50만원선이지만 수상 가치는 돈으로 따질 수 없다. 수상하는 감독이나 배우는 명예와 함께 몸값도 크게 치솟는다. 아카데미상의 선정은 영화인들로 구성된 회원의 투표로 이뤄진다. 올해는 회원 8469명이 수상작을 결정했다.
아카데미상에 대한 한국영화의 도전은 1967년 신상옥감독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로 처음 두드린 이후 57년간 쉼없이 도전했지만, 수상은 커녕 본선에 오른 적도 없다. 지난해 이창동감독의 ‘버닝’이 외국어영화상 부문 예비후보에 포함된게 유일하다. 한국영화가 올해로 101년째를 맞았다. ‘기생충’은 이번 아카데미상 수상으로 지난해 부터 시작된 수상 퍼레이드의 피날레를 멋지게 장식하면서 한국영화의 오랜 숙원을 풀었다. 기생충의 쾌거를 계기로 한국영화의 새로운 100년을 여는 신기원이 이룩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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