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환 논설고문
최근 이태원클럽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초중고 개학이 다섯 번째 연기되면서 정치권등 일각에서 9월 신학기제 도입 주장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1, 2주씩 연기할 바에야 학기제 변경 같은 장기적이고 획기적인 변화를 논의하자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학기제 변천은 근현대사의 변화와 함께 해왔다. 일제 강점기 시절 일제는 자국 제도에 맞춰 각 학년이 4월1일 시작해 다음해 3월말 끝나도록 했다. 일본은 지금도 각급 학교가 4월 개학한다.1945년 광복후 미(美)군정은 신학기를 9월에 시작하고, 2학기를 3월에 시작하는 9월 학기제로 바꿔 시행했다. 대학도 9월에 개강하도록 했다.
이후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고 1948년 공포 시행된 첫 교육법은 ‘새학기를 4월에 시작해 다음해 3월31일 종료’하도록 규정했다. 1952년 제정된 교육법 시행령은 ‘1학기를 4월1일, 2학기를 10월1일 시작한다’고 처음으로 ‘학기’를 명시했다. 학계 일부 반대가 있었지만 당시 정부는 ‘9월 신학기제는 6∼7월 장마와 무더위 철에 입학시험을 치르는 문제가 있다’는 점 등을 강조하면서 4월 개학을 강행했다. 1961년 군사정변으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정부는 신학기를 3월로 한달 앞당겼다. 군사정부는 혹한기인 1∼2월 방학으로 연료비 절감 등의 장점을 꼽았다.
9월 신학기제 도입을 주장하는 측은 현행 3월 신학기제가 대다수 선진국과 시기가 일치하지 않고, 2월에 봄방학을 하기 때문에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봄 신학기제를 시행하는 나라는 호주, 일본, 한국 뿐이다. 또 9월 신학기제는 2학기 다음 여름방학이 길기 때문에 다음 학기의 충분한 준비가 가능하고, 학생들의 다양한 체험을 쌓을 수 있는 기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일본에서도 정부 차원에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대 목소리 역시 만만치 않다. 막연하게 세계 표준에 맞춰야 한다는 이유만으로의 학기제 변경은 그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신입생이 일시적으로 늘어나는 만큼 필요한 교원 증원과 교실 확충등의 문제가 만만치 않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만도 10조원대로 추산된다.
3월 신학기제 유지나, 9월 신학기제를 요구하는 측 모두 자신들 주장의 장점을 제시한다. 학계나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국민들은 공론화 등의 과정없이 불쑥 튀어져 나온 신학기제 논란에 당혹스럽다. 이해 관계가 많은 사회적 변화일 수록 공론화를 통해 장기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신학기제 논쟁은 정치적 이해나 일부 계층의 편익을 앞세운 주장에 휘둘려서는 안된다. 가볍게 다룰 사안이 아닌 만큼 신중한 접근과 논의를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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