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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작은마을 가미야마로부터 배우자

김동영 전북학연구센터 센터장
김동영 전북학연구센터 센터장

시냇물에 발을 담그고 바위에 앉아 무릎 위 노트북으로 도쿄본사와 화상회의를 하는 프로그래머의 영상이 2011년 NHK에 소개되면서 가미야마라는 작은마을이 전국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도쿄에서 600km나 떨어진 인구 약5300명의 시골마을에 2008년부터 8년간 웹디자이너, 컴퓨터 그래픽 엔지니어, 예술가, 요리사 등 창의적 직업의 청년들을 중심으로 91세대 161명이 넘게 이주했다. 해발 1000미터에 위치한 산간 마을에 어떻게 IT관련 혁신기업이 16개 넘게 이주한 것일까.

변화는 가미야마출생의 오오미나미씨가 도쿄를 거쳐 미국 스탠퍼드대학 대학원 유학을 마치고 건설업인 가업을 잇기 위해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면서부터 시작됐다. 1990년 오오미나미씨는 1927년 미국 펜실베니아에서 우호친선을 위해 가미야마초등학교에 보낸 인형에 대한 답례로 인형귀향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가미아먀 국제교류협회’를 만들게 된다. 1993년엔 도쿠시마현에서 외국어를 가르칠 외국인 청년 지도교사 연수프로그램을 유치했다. 1999년엔 예술가들이 일정기간 마을에 머무르면서 작품활동을 하는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유명한 예술가가 아닌 마을주민과 함께 할 수 있는 예술가를 원했다. 처음 4명이던 예술가는 2015년 163명까지 늘어났다. 15년 이상 외국교사와 예술가들이 머물었던 홈스테이가 수백가구에 이르면서 가미야마는 자연스럽게 개방적으로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지역으로 바뀌게 되었다.

이러한 성공적 경험을 바탕으로 2004년 오오미나미씨는 동료들과 함께 마을의 변화를 도모하는 그린밸리라는 NPO를 만들게 된다. 2008년 그린밸리는 가미야마로 이주할 청년을 모집하는 이주지원사업을 시작한다. 이들은 그동안 마을이 청년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다는식의 홍보가 아닌 우리마을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는 지를 중심으로 청년을 ‘역지명’하는 역발상을 시도했다. ‘일감을 가진 사람, 청년 이주를 우선한다’는 방침을 가지고 마을에 일이 없으니 창업이 가능한 사람을 이주시키자는 취지였다. 이주를 희망하는 사람들은 그린밸리가 운영하는 ‘가미야마 주쿠’에 참여해야 한다. 현재 6개월간의 가미야마 주쿠에 참여한 청년 중 40%가 지역에 남아 활동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2010년 가미야마 1호 IT벤처기업의 위성사무실 유치다. 도쿄에 본사가 있는 클라우드기반 명함관리업체인 이 기업은 위성사무실을 둘 곳을 찾고 있었다. 우연히 지인의 소개로 가미야마에 온 사장은 다양성과 개방성을 추구하는 마을에 끌리게 된다. 마침 도시의 삶에 지친 유능한 엔지니어 한명이 퇴사를 원하고 있어 그에게 ‘가미야마 랩’상주직원으로 추천하게 된다. 그는 현재 자전거로 출근하고 텃밭에서 채소를 기르고, 매일아침 아이들과 산책을 하면서 실시간 영상으로 업무를 본다. 이제는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업무방식을 추구하는 원격업무가 가능한 IT관련 기업과 직원들이 가미야마에 위성사무실을 두기를 원하고 있다.

시골의 작은마을 가미야마가 누구나 꿈꾸는 일과 삶의 균형이 실현되는 곳을 만들고 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가미야마는 지역의 생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푸드허브 프로젝트, 지역임업과 건설업이 함께하는 공동주택프로젝트, 지역의 리더를 키우는 농업학교 등 지역문제해결에 창의적인 인재를 결합시키고 있다. 지역에 있지만 세계를 향하고 지역의 작은 것들을 연결해 혁신을 만드는 ‘최첨단 과소화 마을’을 전북에도 만들어 보자.

/김동영 전북학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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