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9일 전북소방본부장 심평강씨가 전격적으로 직위해제 됐다. 연말 계급정년을 앞둔 시점이라 조직 내부는 술렁였다. 군산출신으로 평소 직원들 경조사를 빠뜨리지 않을 정도로 남다른 성품이라 더욱 충격이 컸다. 소방방재청 편중인사에 대한 부당함을 수차례 주장한 것이 화근이었다. 당시 소방방재청 핵심요직은 영남출신이 독차지할 만큼 지역차별 편중인사가 도를 넘은 상태였다. 고위직인 소방감이상 11명중 본청 정원 3자리 포함 6명이 그들만의 리그 출신이다.
불행하게도 대구출신 이기환 소방방재청장의 인사스타일은 훨씬 노골적이었다. 그는 편중인사는 물론 부하직원 금품요구·향응수수설까지 불거지면서 내부에서조차 평판이 썩 좋지 않았다. 그 즈음 심 본부장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이 청장의 일탈행위를 감사원·국회 등에 공익신고 함으로써 ‘판도라 상자’ 를 연 것이다. 일부에선 승진탈락의 불만 때문에 그랬다느니 온갖 루머가 나돌았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지역차별 편중인사의 희생양으로 아픔과 좌절을 몸소 겪었기 때문이다.
차별인사의 속앓이만 생각하면 심 본부장과 이 청장은 처지가 비슷하다. 2인자인 차장시절 이 청장도 직속 상관과 껄끄러운 관계로 살얼음판을 걷다시피 했다. 오죽했으면 사표를 던진 채 KTX를 타고 고향으로 향하던 중 청장 승진소식을 듣고 기사회생한 인물이다. 그만큼 인고(忍苦) 세월을 보냈기에 공명정대한 일 처리를 기대했지만 헛물만 켜고 말았다. 본인의 향응접대에 대한 공익제보를 문제삼아 해당 간부를 대기발령 후 직급을 낮춰 파견발령을 냈다. 한술 더 떠 온갖 편법을 동원해 자신이 폐지했던 제도를 통해 측근간부를 특별 승진시키는 등 인사권을 휘둘렀다. 그러면서도 전현직 간부를 상대로 맞고소를 통해 결백을 주장했지만 감사결과 전방위 인사전횡이 드러나 사퇴압력에 시달리기도 했다.
조직상관을 상대로 한 공익신고의 대가는 혹독한 시련의 연속이다. 심 본부장은 맞고소를 당해 3년여 동안 배신자 낙인이 찍힌 채 검찰과 법원을 제집 드나들듯 하며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고초를 견뎌 내야만 했다. 피 말리는 법정공방 끝에 2017년 대법 무죄판결로 누명은 벗었지만 괘씸죄는 끝까지 그를 괴롭혔다. 결국 평생 몸담은 조직으로 끝내 돌아오지 못하고 정년을 맞았다. 국민권익위도 그의 직위해제 사유가 부당하다며 취소를 요구했지만 이 청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7년 세월이 지난 지금도 명예회복을 위해 외로운 싸움을 하는 그에게 희소식이 들린다. 지난 달 19일 그가 비리를 폭로한 소방방재청장의 공익신고는 적법하며, 직위해제와 해임은 신고와 관련 불이익한 처분에 해당된다는 항소심 법원판결이 나왔다. 다시한번 명예회복을 한 셈이다. 그렇지만 그는 공익신고 내용에 대한 관련자 처벌과 함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고 목청을 높였다.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