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4 22:03 (Tue)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기고
일반기사

히포크라테스의 선서

이형구 (사)생활법률문화연구소 이사장·법학박사
이형구 (사)생활법률문화연구소 이사장·법학박사

‘이제 의업에 종사하는 일원으로서 인정받는 이 순간, 나의 생애를 인류 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선언하노라’.고대 그리스 시대 의사였던 히포크라테스(BC460~377)가 의사로서의 명예와 위엄을 만천하에 알리고자 선언한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서두 글이다. 그는 이어서 9개의 항목으로 나누어 선언을 하였는데 이 중 소시민에 불과한 나에게 뼈속 깊이 와 닫는 선서가 있어 여기에 옮겨본다.

‘나의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 ‘나는 인종, 종교, 국적, 정당정파 또는 사회적 지위 여하를 초월하여 오직 환자에게 대한 나의 의무를 지키겠노라.’ 선포하듯 ~하겠노라 라고 맺은 말이 되새길 때마다 알 수 없는 믿음으로 다가온다.

날 나아준 부모의 말림에도 별 효과가 없는 것도 의사선생님 한 마디면 틀림없이 효과가 나는 것 중에 진찰 중이던 의사가 지나가는 말로 “이제 술 마시지 마세요.” 또는 “이제 담배 피우지 마세요.” 라고 하면 효과는 그만이다.

이는 내 건강과 생명에 이상이 있을 수 있다는 암시이기도 하여 손 떨림이나 심한 금단현상이 와도 의사선생님의 조용한 일침에 고양이 앞의 쥐가 된 듯이 순종을 하게 된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의 생명을 쥐락 펴락 할 수 있는 위대함에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병원을 찾아들면 말수가 적어진다.

이웃나라 일본 아베가 총리직을 사임하였다. 8년에 가까운 통치를 하면서 그 면면을 살펴보면 우리는 두 주먹을 불끈 쥐게 하는 일들이 너무도 많았다. 대한민국이 어려운 상황에 처할 때마다 그는 예외 없이 난타를 가하고 이 나라와 국민을 무시하는 무려함이 이어질 때는 분개함이 탱전하여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기에 건물 담벼락에 일본 NO가 아닌 아베NO 라고 현수막을 걸었을까.

정치적인 상황이나 개개인의 생명의 위험 상황이나 그 궤는 대동소이하여 상대가 어렵다거나 이웃이 어려울 때는 힘을 보태주어야 하고 위로를 해주어야하고 격려를 해주는 것이 사람 사는 세상의 근본정신이 아니겠는가.

치유할 수 없는 자본주의 병폐가 이제는 인술을 펴는 의사들에게도 진하게 배어 든 것 같은 작금의 히포크라테스 후예자들에게 느끼는 실망이 나 혼자이었으면 좋겠다. 코로나19라는 질병이 분명 이 나라 뿐 아니라 온 세상에 창궐하여 총성 없는 3차 대전이라고 언급하는 이 때 마치 전쟁에서 조국과 나와 내 전우의 생명을 지키려고 붉은 빛을 토하는 총부리가 적의 관통을 위하여 혼신을 하듯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질병 퇴치에 온 힘을 쏟아야할 것이 자명한 데도 고귀한 전통과 명예를 유지하겠다고 분명히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한 의사들이 돈이라는 재물에 눈이 어두워 정작 싸워야할 질병은 안중에도 없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치는 우를 범하고 있어 그동안 어떤 선생님보다 의지하고 우러러 보았던 의사선생님들이 두렵기만 하다.

법보다는 차원이 다른 인간의 기초적 존엄과 생명을 우선 시 하고 있는 인술 정신과 의사로서 처음 시작할 때 했던 선서를 잊지 말기를 바란다.

이 글의 끝맺음을 히포크라테스 마지막 선서로 마치고자 한다. ‘비록 위협을 당할지라도 나의 지식을 인도에 어긋하게 쓰지 않겠노라’.

 

/이형구 (사)생활법률문화연구소 이사장·법학박사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