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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또다시 테러하겠다는 건가

이성원 TBN 전북교통방송 사장
이성원 TBN 전북교통방송 사장

우리 고장에서 쓰는(쓰던) 표현 중에 ‘김치가 미쳤다’는 말이 있다. ‘엄청 맛있다’ 는 뜻으로 짐작할지 모르지만, 사실은 반대다. 형편없이 맛없는 상태를 두고 ‘미쳤다’고 한다.

싱싱한 양념이 아삭아삭 씹히는 생김치도 좋고 삭은 양념이 깊이 밴 익은 김치도 맛있지만, 모든 김치는 숙성 전에 발효가 시작되면서 쓰고 떠름한 맛을 내는 시기가 있다. 화학적인 지식이 없는 옛 사람들은 당황하고 의아스러워 ‘김치가 미쳤나보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아니면 김치가 익기 위해 ‘미치도록 몸부림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요즘 우리의 삶도 미쳐가는 김치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 항아리에 갇혀 쓰고 고통스럽다. 긴가민가 판단도 결정도 어렵다. 출연을 무조건 금지하고 전화 연결로만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방송은 과연 잘하는 것일까, 언제까지 이래야 하나? 사람 만나기 어렵고 가족 모임조차 제대로 못하는 생활은 얼마나 지속될까, 어느 선에서 타협해야 하나? 주택보급률이 100%를 훌쩍 넘는 전주의 아파트 값이 몇 억 원씩 뛴다는 데 어떻게 해야 하나? 하루하루가 지나가지만, 조금씩이라도 앞으로 나가고 있다는 생각보다는 어찌어찌 때워냈다는 느낌만 든다. 집단적인 코로나 블루(우울증)이다. 김치가 미치는 것은 잘 된 숙성으로 가기 위한 일시적인 과정이지만, 지금 우리사회의 혼란과 불안은 어떤 의미와 가치가 있을까?

좀 더 밖으로 눈을 돌려보면 더욱 한숨이 나온다. 공공의료 인력이 부족하다고 불과 몇 년 전에 자기 손으로 보고서를 냈던 사람들이 공공의대 정책을 앞장서서 반대하는가 하면, 독재를 맹종했던 사람들은 현 정부의 기득권 깨기 정책을 독재라며 비난한다. 8·15 광화문 집회를 통해 온 국민에게 코로나 테러를 자행했던 세력들은 ‘정부가 코로나 사기극으로 자유와 기독교를 탄압한다’며 정부를 대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한다. 일부 보수단체는 10월 3일 개천절과 9일 한글날 등에 또다시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정부가 사후에 추적하지 못하도록 아예 휴대폰을 끄고 모인다고 한다.

지금 국민들은 매우 불안하고 폭발 직전이다. 8·15 집회 이전에 43명이던 전북의 확진자수가 지금은 100명에 육박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점심시간이면 사람이 밀리지 않은 음식점을 찾아다녔으나, 이제는 그럴 필요조차 없게 됐다. 음식점이고 커피숍이고 아예 손님이 없다. 전주의 대표적인 뷔페식당인 라루체가 문을 닫았고, 임시휴업 중인 음식점이나 빈 상가가 즐비하다. 국민들의 코로나 레드(분노)가 깊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일부 보수단체들이 또다시 대규모 집회를 강행하겠다는 것은 국가와 국민에 대한 테러를 노골화하는 행위다. 그들의 세력은 별로여도 행위의 결과는 무시하기 어렵다. 유발 하라리는 ‘호모데우스’에서 “테러리즘의 본질은 쇼”라며 “테러범들은 도자기 가게를 부수려는 파리와 같다. 파리는 힘이 없어서 찻잔 한 개도 움직이지 못한다. 그래서 황소를 찾아내 그 귓속에 들어가 윙윙거린다. 황소는 공포와 화를 참지 못해 도자기 가게를 부순다”고 했다.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일부 세력이 코로나를 매개로 나라를 뒤흔들고 국민을 혼란으로 몰아가려고 한다. 신천지, 8·15에 이은 3차 팬데믹(대유행)이 우려된다. 야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런 집회를 3·1운동에 비유했다는 것은 안이하고 답답하다. 야당은 지금이라도 정신 차리고 좀 더 책임 있고 분명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말로만 ‘그들은 우리와 다르다’고 할 것이 아니라 따끔하고 단호하게 말해야 한다. “너 미쳤니? 그것은 미친 짓이다”라고….

/이성원 TBN 전북교통방송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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