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택 논설위원
고창군민들이 자발적으로 동학농민혁명의 최고지도자 전봉준 장군의 동상 건립을 추진한다. 고창지역은 전봉준 장군의 출생지이자 동학농민혁명을 전국적으로 체계화시킨 무장기포지였지만 상징적 기념물이 없었다. 이에 고창군민과 유족회, 기념사업회가 중심이 돼 지난 7월 전봉준장군동상건립위원회를 발족하고 동상 건립기금 모금에 나섰다. 동상건립위원회는 오는 2022년 전봉준장군 탄생 제166주년을 맞아 기념행사와 함께 동상 제막식을 가질 계획이다.
일제의 침탈과 봉건지배 체제에 맞선 혁명가 전봉준 장군을 기리는 시설물은 정읍과 전주 서울 등 10여 곳에 있다. 전봉준 장군의 동상은 정읍 황토현전적지와 전주 덕진공원에 설치돼 있고 2년 전에 서울 종로에도 세워졌다. 하지만 정읍과 전주에 있는 전봉준 장군 동상은 지나치게 선비 같은 모습에다 민상투에 두루마기 차림이어서 농민 투쟁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게다가 1987년 정읍 황토현전적지에 세워진 동상은 친일작가 김경승 작품이어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일본군에 의해 실패한 동학농민혁명군의 지도자상을 친일작가가 만든 것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이에 전봉준 장군을 상징할 만한 동상 건립이 역사학자 이이화씨 주도로 추진됐고 지금 서울 종로구 영풍문고 앞에 있다. 종로는 순창에서 관군에 체포된 전봉준 장군이 서울로 압송된 이후 구금돼 있다가 교수형을 당한 전옥서(典獄署) 터다. 약간 등 굽은 자세로 두 손을 바닥에 짚은 채 형형한 눈빛에 오른편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는 모습의 동상은 세상을 향해 분연히 일어설 기세로 보인다. 당시 재판을 받기 위해 들것에 실려 일본 영사관을 나서는 전봉준 장군의 모습을 생생하게 재현한 것이다.
고창 전봉준 장군 동상 건립사업에 군민들이 적극 동참하고 있다. 고창지역 종교·여성·농민단체 이장단협의회 등이 함께 나섰고 각계에서 모금운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지역 농협과 무장기포지인 공음지역 이장단도 성금을 기탁했다.
동상을 세우는 기념사업은 역사적 의미와 상징성을 잘 담아야 한다. 동상건립위원회 측도 전봉준 장군의 얼과 동학농민혁명의 시대적 의미를 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동학농민군의 혁명정신과 항일 의병항쟁, 3.1 독립운동으로 이어지는 역사의식, 그리고 민족정기를 일깨우는 전봉준 장군 동상 건립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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