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석 논설위원
 
   전북 현대가 K리그 사상 첫 4연패, 역대 최다(통산 8번째) 우승의 금자탑을 쌓았다. 선수와 구단, 팬들이 함께 이룬 업적이지만 가장 큰 주인공은 ‘전북 현대의 레전드(전설)’ 이동국과 ‘봉동 이장’ 최강희 전 감독이다.
이동국에게 전북 현대는 특별한 팀이다. 프로 데뷔후 첫 골을 넣었던 상대팀이 전북 현대였고, 득점왕·베스트11·MVP를 휩쓸며 트리플 크라운의 영광을 안겨준 팀도 전북 현대였다. 2009년 최강희 전 감독과의 만남이 그의 축구 인생을 바꿔놨다. 이동국은 지난 2013년 발간한 자서전 ‘세상 그 어떤 것도 나를 흔들 수 없다’에서 축구 인생의 역경과 극복 과정을 담담하게 적었다.
포항제철공고 졸업과 함께 포항 스틸러스에 입단하며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대형 스트라이커로 인정받던 그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대표팀에 히딩크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월드컵 기간 매일 술을 마시며 폐인 같은 시간을 보냈다. 4년 뒤인 2006년 독일 월드컵도 무릎 부상으로 낙마했다. 이후 해외와 국내에서 큰 활약을 보이지 못하며 시련의 시간을 보내던 그에게 최강희 감독이 다가왔다. 2002년 아시안게임 대표팀 코치와 선수로 만난 인연이었다.
최 감독은 “네가 와준다면 전북은 명문 구단으로 가는 새역사를 쓸 수 있을 것”이라며 손을 내밀었다. 자신을 알아주는 지도자를 만난 이동국은 펄펄 날았다. 전북 현대 유니폼을 입은 첫 해인 2009년 22골로 K리그 득점왕에 올랐고 자신도 프로 데뷔 11년 만에 첫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그는 자서전에 “시련에 좌절하면 끝없이 추락하지만 그것을 극복하면 고비마다 돌아볼 수 있는 멋진 훈장이 된다. 나는 축구 선수이고, 축구선수는 그라운드 위에서 보여주는 것이 전부”라고 적었다. 그리고 자신의 책에 쓴대로 그라운드 위에서 많은 것을 보여줬다.
K리그 통산 548경기에 출전해 K리그 최다골(228골) 기록을 남겼다. 2009년 전북 현대의 K리그 첫 우승에 이어 올해 K리그 사상 첫 4연패와 역대 최다(8번) 우승이 23년 축구 인생 최고 기억의 장면에 추가됐다.
‘봉동 이장’ 최강희 감독과 함께 이동국은 ‘봉동 청년회장’이란 별명을 갖고 있다. 두 쌍둥이 자매 등 다섯 자녀를 둔 그는 TV 연예프로그램에서 ‘대박이 아빠(아들 시안)’로 유명세를 타며 전주 곳곳을 전국에 알린 홍보대사 역할도 톡톡히 했다. “고향 포항에 가면 길 안내 내비게이션을 켜지만 전주에서는 그냥 운전할 정도로 ‘전주가 제2의 고향’”이라고 말한다. 어머니 고향이 무주여서 이동국은 전북이 외가이기도 하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지난 1일 열린 이동국의 은퇴식에서 명예 시민증을 수여했고, 전북 현대는 이동국의 등번호 ‘20’을 영구결번하기로 결정했다. 레전드에 대한 마땅한 예우다. 이동국은 은퇴 이후 대한축구협회 지도자 연수 과정에 들어간다고 한다. ‘레전드’ 이동국을 전북 현대에서 다시 만날 날을 기다려본다. /강인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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