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이 ‘중국의 문화적 영향을 받은 중국 옷’이란다. 한복의 기원을 대놓고 중국이라고 내세우는 중국 네티즌들의 공략이다. 한 중국 유튜버가 올린 영상물로 촉발된 한복의 기원은 중국 예능프로그램에 모바일 게임 기업까지 가세하면서 논란이 더 커졌다.
중국 네티즌들의 한국 공략은 새삼스럽지 않다. 얼마 전 불거졌던 방탄소년단의 ‘밴플리트 상 수상 소감’을 둘러싼 비난도 그 중 하나다. 돌아보면 한국의 역사 문화유산에 가해졌던 중국의 궤변과도 같은 일방적 주장은 한둘이 아니지만 한국의 전통 의상까지 ‘중국의 복식 그 일부분’이라는 주장은 황당하기 짝이 없다.
하기야 지난해에는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앞두고 있는 한국의 서원을 놓고도 그 기원을 문제 삼았던 중국이다. 서원이 당초 중국 고대의 독특한 문화교육기구였다는 점을 들어 중국은 한국의 서원이 독립적으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는 것을 마치 자신들의 문화재를 빼앗아간 것쯤으로 여겼다. 중국의 ‘꼬장’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아 한국의 서원은 세계문화유산이 되었지만 그 또한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사실 서원의 역사는 중국과 한국의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서원이 시작된 중국에서는 송나라 때에 이르러 꽃을 피웠지만 그 이후에는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고 쇠퇴했다. 반면 한국의 서원은 조선 중기 이후 설립되어 한동안 시대를 이끌었다.
한복에 대한 논리도 마찬가지다. 한복과 중국의 전통복식 형태가 비슷하다해서 어느 한편이 또 다른 한편을 모방했다는 단순한 규정은 위험하다. 더구나 우리나라와 일본의 복식사 연구자들은 이미 ‘한복을 유목민족인 스키타이계 복식 문화에 속하는 대표적인 복식’이라는 주장을 내놓은 터다.
이쯤 되면 중국인들의 과도한 애국주의의 근원이 어디로부터 온 것인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다. 2002년부터 중국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해온 ‘동북공정’이다. ‘동북공정’의 실체는 ‘중국의 국경 안에서 전개된 모든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편입하려는 연구 프로젝트’다. 중국 최고의 학술기관인 사회과학원을 비롯해 지린성, 랴오닝성, 헤이룽장성 등 동북삼성의 성위원회가 연합해 추진했으니 국가 차원에서 이루어진 정책이었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당초 2006년까지 기한이 정해져 있었지만 ‘동북공정’은 아직 살아 있는 정치적 도구(?)다. 시도 때도 없이 불거지는 역사 문화의 왜곡 실체가 그것을 증명한다. 지워야 할 ‘동북공정’의 그림자가 여전히 우리 앞에 있다.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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