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이 잘 돼야 서민들 살기가 팍팍하지 않다. 건설업은 종합예술과 같다. 일용근로자들이 가장 많이 필요한 업종이 건설분야다.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힘들지 않은 업종이 없지만 건설분야가 매서운 한파를 타고 있다. 그만큼 일감이 없어 애가 탄다. 회사들은 회사들대로 수주가 안돼 고민이고 근로자들도 일감이 없어 하루 벌어 하루 살기가 힘들다. 언제나 수주난이 풀릴지 기약조차 없어 속만 새카맣게 타들어 간다.
전북 건설업계가 얼마나 취약한지는 불문가지다. 100대 기업 안에 든 업체가 단 한군데도 없다는 것이 전북건설업을 대변해준다. 광주 전남업체는 13개, 대전 충남은 5개, 충북 강원 제주도도 1개가 백위권 안에 랭크돼 있다. 전북은 이지움으로 명성을 쌓아가는 선두주자 계성건설이 109위권에 놓여 있다. 대부분의 업체가 갈수록 수주난을 겪으면서 도산위기에 처해 있다. 업체 난립에 따른 부작용도 있지만 공사발주관서 탓도 크다.
상당수 도내 업체들이 서울 대기업 1군업체들 한테 바싹 매달려 있다. 하도급 받으려고 연줄망을 총동원하다시피 한다. 겨우 연명하는 실정이다. 일찍 이 같은 현상을 파악한 업체들은 세종시나 타 시도로 회사를 옮기거나 수주를 위해 법인을 새로 설립했다. 전북에 있어 봤자 수주를 못해 굶어 죽을판에는 이게 나을 것 같아 그렇게 했다는 것. 3일 굶으면 옆집 담을넘지 않을 사람이 없듯이 수주난으로 자금난에 봉착하면 보이는 게 없다.
빈곤의 악순환이 거듭되면서 업체간 공정한 경쟁은 사라지고 뒷다리라도 잡아 너 죽여야 내가 산다는 막장드라마만 펼쳐진다. 의식이 족해야 의리도 생기는 법이다. 그러나 먹고 살기가 힘들어지면 막가파식으로 부정적 의식만 팽배해진다. 그래서 고소 고발 진정 투서 등이 난무해진다. 전북은 건설업계의 산업생태계가 무너지면서 경쟁력 있는 업체들마저 업종 전환을 모색하거나 문 닫을 각오를 한다. 연간 5백억 정도 수주한 한 업체는 걸핏하면 세무 조사한다 뭐 한다해서 서울 강남으로 이전을 신중하게 모색하고 있다는 것.
상당수 건설업체들이 적은 공사라도 수주하려고 별의별 짓을 다한다. 시장 군수선거 때 당선이 유력한 후보쪽으로 줄 서는 게 일상화 됐다. 수의계약이라도 하려고 아니면 하도급이라도 받으려고 이 같은 일을 한다. 이들은 비서실을 통해 은밀히 사업 추진을 모색한다. 관을 움직여서 공사발주를 하게 한다. 각 시ㆍ군별로 업체들끼리 연줄망으로 이너서클을 형성해 그안에 들어있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
일부 업체들은 특허공법을 설계에 반영하는 식으로 수주를 해 법망을 피해 간다. 업체들이 각자도생 하기에 바쁘다 보니까 지역업체들끼리 파이를 키우려는 협력은 사실상 어렵다. 지사나 시장 군수들이 현행 법 테두리 내에서 과감히 지역업체를 도와줘야 한다. 새만금사업이 남의 잔치판이 돼버려 도내 업체들은 끼지도 못하고 있다. 아파트 시장을 송두리째 내어준 게 업체 탓도 있지만 메이커를 유달리 좋아하는 도민들의 시장선호도도 문제가 있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