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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통교회 목사님의 조언

김은정 선임기자

삽화=권휘원 화백
삽화=권휘원 화백

오래전부터 ‘깡통교회’라고 불리어 온 교회가 있다. 깡통을 반절 잘라 엎어놓은 것 같은 거대한 함석 창고 같은 교회, 전주의 안디옥 교회다. 오며 가며 교회탑 십자가를 보게 된 사람들은 언제부턴가 이 창고를 깡통교회라 불렀다.

15년 전 유난히 추웠던 겨울, 새해가 며칠 남지 않은 연말에 이 교회를 찾았었다. 교회를 개척하고 지켜온 이동휘 목사와의 인터뷰를 위해서였다.

그는 세상에 이름 알리는 일에 나서지 않고, 오로지 선교로만 살아온 원로 목회자다. 그의 사무실은 교회 옆, 남루한 시멘트 건물의 2층에 있었다. ‘섬김의 방’이란 팻말을 머리에 붙인 공간은 인쇄물 수북이 쌓여있는 탁자와 오래된 의자가 전부. 이 방도 남루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 목사는 사랑방과도 같은 이 좁은 사무실에서 삶에 지친 교인들도 만나고, 선교에 관한 업무를 보았다.

교회가 된 창고는 실제 미군비행장에 있던 격납고를 뜯어다가 창고로 쓸려고 옮겨놓은 건물이다. 이 깡통 같은 창고 건물을 눈여겨보았던 사람이 이 목사다. 그의 안목과 가치관으로 창고는 교회가 되었다. 당시 이 건물(?)의 전세 비용은 600만원. 규모와 호화로운 장식을 내세워 들어서는 교회 건물들 사이에서 깡통교회 안디옥 교회는 특별한 존재였다.

이 목사가 들려준 이야기가 있다.

“예배당은 그렇게 많은 경비를 들여 짓는 건물이 아니에요. 내부를 화려하게 꾸밀 일도 없고. 예배당은 각자의 안목과 가치관으로 짓는 것이죠.” 예배드릴 공간으로 큰 불편이 없지만 불편이 있다면 그 또한 의미 있는 일이라고 이 목사는 말했다.

‘불편을 기꺼이 감수하는 삶’을 실행해온 이 목사의 선교는 ‘나눔’ 정신과 그것을 실천하는 삶에 맞닿아 있었다. 우리의 고단한 삶과 어지러운 사회도 ‘나눔’으로 치유될 수 있을까 궁금했다. 그는 단호하게 ‘그렇다’고 말했다. ‘정치도 경제도 모두 나눔의 정신으로 치유될 수 있다’고 확신했던 이 목사는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 나만이 아니라 함께 사는 사회를 위한 마음이 모아진다면 스스로 절제하는 미덕을 회복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나눔’을 실천하는 일이 누구에게나 쉬운 일은 아닐 터였다. 덧붙여준 이야기가 있다.

“권리에만 급급하지 않고 의무에 눈뜨면 나눔의 정신은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어요.”

다시 열린 새해 아침. 깡통교회 목사님이 전해준 ‘권리와 의무’를 다시 떠올려보니 그 의미가 유독 크게 와 닿는다. 더 깊어진 갈등과 반목의 시절 탓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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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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