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독립유공자 전봉준

강인석 논설위원

삽화=권휘원 화백
삽화=권휘원 화백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태평양 전쟁(1941~1945년)을 일으킨 일제는 전쟁 물자로 사용할 송탄유(松炭油)를 확보하기 위해 한반도 곳곳의 소나무에 상처를 내 송진을 채취했다. 톱날로 낸 ‘V’자형 상처 크기가 최대 1.2m에 달한다. 일본은 1933년부터 1943년까지 9539t의 송진을 수탈했다고 한다. 1943년에만 수령 50년 이상 소나무 92만 그루에서 4074t의 송진을 채취해 갔다는게 산림청의 설명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은 2017년부터 문헌과 현장조사 등을 통해 전국 40개 지자체 46곳의 일제 송진 채취 피해 소나무 분포 현황을 파악했다. 전북에서는 남원·정읍·완주 등에서 피해 사실이 확인됐고, 특히 남원시 대산면 왈길마을 소나무 숲에는 현재까지도 피해목이 살아 있다. 남원 왈길마을 소나무 숲 등 전국 피해목 생육지 5곳을 국가산림문화자산으로 등록해 일제의 만행을 세계에 알리고 역사적 자료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한다.

지난달 ‘전봉준 최시형 독립유공 서훈의 정당성’이란 책을 출간한 민족문제연구소 박용규 연구위원은 동학농민혁명 지도자인 전봉준과 최시형의 독립유공자 서훈을 촉구했다. 그 근거는 일본군의 취조 과정에서 잘 나타난다. 2차 동학농민혁명 후 체포된 전봉준은 1895년 1월 9일 나주에서 일본인 미나미 고시로 소좌에게 취조받는 자리에 “7월 일본군이 경성에 들어가 왕궁을 포위했다는 것을 듣고 크게 놀라 동지를 모아서 이를 쳐서 없애려고 다시 군대를 일으켰다”고 당당히 밝힌다. 1895년 2월 18일 서울로 압송된 뒤 이노우에 카오루 일본 공사의 취조에서도 “작년 6월(음력) 일본병이 경성에 들어왔다는 것을 듣고, 함께 물리치려고 마침내 의병을 일으키기에 이르렀다”고 답한다.

전봉준을 사형에 처한 1895년 3월 29일 법무아문 권설재판소 판결문도 “피고(전봉준)는 일본 군대가 대궐로 들어갔다는 말을 듣고 필시 일본인이 우리나라를 병탄(倂呑)하고자 하는 뜻 인줄 알고 일본군을 쳐서 물리치고 일본 거류민을 국외로 몰아낼 마음으로 다시 군대를 일으킬 것을 도모했다”고 적고 있다.

지난해 3월 작고한 역사학자 이이화 선생은 2019년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정기학술대회 자료집에 “촛불혁명으로 집권한 현재의 정권에서도 전봉준 등 농민군 지도자들이 아직도 독립유공자로 서훈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민형배 국회의원은 지난해 10월 국가보훈처 국정감사에서 “일제와 맞서 싸운 전봉준 장군 등 2차 동학농민군 참여자들을 독립운동 유공자로 서훈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도 1차 동학농민혁명은 반봉건 투쟁, 2차 동학농민혁명은 항일 구국투쟁으로 소개돼 있다.

일제의 송탄유 채취 피해목인 소나무도 국가산림자원 지정이 추진되는데 2차 동학농민혁명에 참여했다가 순국한 119명의 독립유공 명예가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강인석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정치일반李대통령, 국회 초당적 협력 요청... “단결과 연대에 나라 운명 달려”

국회·정당인공태양(핵융합)이 뭐길래..." 에너지 패권의 핵심”

국회·정당“제2중앙경찰학교 부지 남원으로”

정치일반전북도청은 국·과장부터 AI로 일한다…‘생성형 행정혁신’ 첫 발

정치일반전북 ‘차세대 동물의약품 특구’ 후보 선정…동물헬스케어 산업 가속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