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곤 논설위원
 
   신도시 예정지역에 직원들 투기의혹으로 인해 LH 관련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조직해체까지 거론되는 LH는 지난 2009년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를 묶어 출범한 공기업이다. 전북과의 인연은 또 다른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애초 전북에 오기로 돼 있었는데 계획이 틀어지면서 대신 국민연금공단과 기금운용본부가 도민들 품에 안겼다. 전북 제3금융중심지 시대의 싹을 틔운 계기가 된 것이다.
137조 원의 국민연금 위탁자산 업무를 맡는 하나펀드서비스 전주센터가 지난 10일 문을 열었다. 국민연금공단이 전북혁신도시로 옮긴 뒤 국내외 은행·증권 등 6개 금융기관이 새로운 사무실을 마련했다. 신한·하나은행 수탁사무소 개설도 곧 이뤄질 예정인 가운데 국민연금 기금은 이미 800조를 넘어 1000조 돌파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금융기관 입주가 잇따르면서 자산운용 금융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추는 동시에 금융생태계 조성에도 탄력이 붙는 양상이다.
지난 2011년 5월, LH의 진주 일괄이전이 확정돼 전북유치가 사실상 무산됐다. 잔뜩 기대를 걸었던 도민들의 분노와 배신감이 일시에 폭발했다.“도지사의 무능함과 국회의원의 존재감 부족·정치력 부재가 여실히 드러났다”며 울분을 토했다. 특히 유치를 호언장담했던 김완주 지사와 국회의원 등 정치권에 대한 규탄행렬이 이어지면서 즉각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삼성의 새만금 투자약속과 프로야구 제10구단 유치마저 물 건너 가자 도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결국엔 LH 무산에 따른 도민 대사기극에 불과하다”며 김 지사를 정면으로 공격했다.
LH 무산 도민 궐기대회에 직간접으로 참여했던 인사들이 지금 권력 중심부에 포진해 있다. 제3금융중심지는 LH 무산에 대한 치유책 일환인 국민연금 입주와 연계돼 있다. 더군다나 전북의 핵심현안이기에 정부 지정이 빨리 이뤄지도록 힘을 보태야 할 때다. 전주시장이던 송하진 지사와 국회의원였던 정세균 총리를 비롯해 정무부지사였던 김승수 시장, 도의원신분 김성주 의원과 한나라당 최고위원인 정운천 의원, 이춘석 국회 사무총장 등이 그 때 현장에 있었다. 제3금융중심지 상황도 10년 전 LH 무산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문 대통령 대선공약인데도 기득권 지키는데만 혈안인 부산지역 정치권의 노골적 반대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그렇다손 치더라도 외부 탓만 할 처지도 못 된다. 21대 국회 초·재선 의원들이 입만 열면 외치던 ‘원팀’정신은 실종된 지 오래다. 초기 제3금융중심지 문제를 다루는 국회 정무위에 한 명도 배치되지 않아 도민들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다. 그러면서 얼마되지 않아 전북현안을 놓고 종종 마찰음이 들렸다. 급기야 최근에는 대선후보 따라 각자도생 움직임이 구체화되면서 전북 현안추진 동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래도 LH 무산의 교훈을 잊지는 못할 것이다. 정치권의 뼈를 깎는 노력만이 두 번 다시 그와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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