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춘 변호사
LH사태가 정국을 뒤흔들고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공기업 직원들의 부동산투기 의혹은 개인적 차원의 도덕적 해이를 넘어 국민들의 누적된 불만에 기폭제가 되어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크게 번지고 있다.
국민의 분노를 촉발시킨 LH는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를 합쳐 한국토지주택공사란 명칭으로 2009년에 출범하였다. 토지와 주택개발을 독점하고 광범위하게 사업에 관여하고 있는 거대 공기업으로 본사는 경남 진주에 위치하고 있다. LH는 토지취득을 통한 공공용지 개발과 도시개발사업, 공공주택건설에서부터 남북경제협력사업에 이르기까지 택지조성과 주택건설의 막강한 정보와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본래 두 공기업의 통합은 구조조정을 통해 부채 감소와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함이 목적이었다. 그러나 LH는 현재 누적적자만 120조원을 기록하고 있다. 조직의 몸집만 불렸지 효율적인 운영을 하지 못해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거대조직에 토지, 주택에 대한 권한과 정보의 집중은 조직의 부조리를 낳고 결국 직원 땅 투기 의혹파장으로 만신창이가 되어 국민들의 신뢰를 잃게 되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리서치가 3월 18일 발표한 여론조사결과는 LH를 해체하고 조직을 개편해야 한다는 응답이 47.7% 나타났다. 통합이전 조직인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로 분리해야 한다는 답변도 32.4%에 달했다.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8.3%에 불과해 국민여론은 LH에 변화가 필요하다는데 공감하고 있다.
지금 LH의 모습은 쥐라기 공룡을 연상시킨다. 한때 지구를 지배했던 공룡은 결국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멸종되고 말았다. LH라는 거대공룡을 해체하여 적응력과 생존력을 높이는 일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로 보인다. 조직합병을 통한 정보와 권한의 집중이 시너지효과를 내지 못했다면 LH를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로 분리하여 기능을 분산시키고 생존력을 높여 공신력 있는 공공기관으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
지역균형발전 측면에서도 주택공사와 토지공사의 분산배치는 반드시 필요하다. 당초 전북혁신도시에 이전하기로 했던 토지공사를 MB정부 시절 약속을 어기고 원칙과 명분도 없이 합병과 동시에 LH공사를 경남에 내준 과거가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경남 가덕도에 신공항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개발이 어느 한 지역에 치우치지 않고 전북도민이 더 이상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LH에서 토지공사를 분리해 전북 혁신도시로 이전을 추진해야 한다.
권한의 집중은 조직의 관료화와 조직의 부조리를 양산한다. 권한과 업무영역이 집중된 거대조직의 몸집을 줄이고 권한과 업무를 분할하고 분산시켜 작지만 효율적인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비효율적이고 탐욕스러운 거대공룡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LH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공공성을 높이려면 조직을 해체하여 토지와 주택으로 기관을 분리해야한다. 정부가 전북도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국토의 균형발전과 지역상생을 모색하려면 토지공사를 전북에 이전해야 한다. 이제 MB정부 시절 억울하게 빼앗겼던 토지공사를 되찾아 전북도민의 눈물을 닦아줄 때가 되었다. /이덕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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