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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부와 문민통제

박지원 변호사

박지원 변호사
박지원 변호사

지난 2월 미얀마 군부가 총선 결과에 불복하며 쿠데타를 일으켰다. 여러 차례 자국민을 학살해 온 군부는 이번에도 평화 시위로 저항하는 민간인을 무력 진압했고, 지금까지 수백 명이 사망했다.

미얀마에게는 민주화를 지지해 달라고 기댈 만한 외세가 없다. 미얀마는 소수민족 학살 문제 등으로 서구세계로부터 외교·경제 제재를 당해 상당 기간 고립되었다. 그 사이 중국과의 교역은 점차 늘어 현재 미얀마 수출입의 30% 이상을 중국이 차지한다. 미국이 강하게 개입하려 들면 미얀마 내 친중 세력이 커지니, 미국도 주저할 수밖에 없다.

미얀마 시민들은 국제기구 차원의 군사개입을 호소하고 있지만, UN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거부권을 가진 중국은 일대일로 사업과 자원수급에 지장이 없는 이상 민주세력을 돕거나 군부를 적대할 이유가 없다. 이처럼 미국이 머뭇거리고 중국이 뒷짐 진 형국에서는 국제사회가 공허한 성명 발표를 넘어 어떤 실효적 조치를 하기 어렵다. 군부가 반인륜적 범죄를 서슴지 않을 수 있는 배경이다.

결국 미얀마 내부의 힘만으로 민주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인데, 어떤 시나리오도 녹록지 않다. 시민들이 비폭력시위를 넘어 무장 투쟁하는 것은 실현가능성도 낮거니와, 1980년 광주처럼 더 큰 유혈사태로 치닫기 십상이다. 소수민족 반군이나 정글 지역 군벌과 연합한다면 곧 끔찍한 내전을 의미한다. 한국의 1979년처럼 암살 등으로 권력 교체가 시도될 수 있지만, 우리가 1980년에 경험했듯이 쿠데타 위험은 상존한다. 미얀마도 1988년 ‘8888항쟁’의 성과를 군부 쿠데타로 고스란히 날린 경험을 갖고 있다.

미얀마 군부의 권력은 막강하다. 미얀마 헌법은 4장 입법부, 5장 행정부, 6장 사법부 외에 7장에 ‘Defense Services’라는 권력기관을 두며, 국군통수권자는 대통령이 아니라 군부의 최고사령관이다. 군부는 상원과 하원 의석의 25%를 점유하는데, 헌법 개정에 75%를 초과하는 의석이 요구되므로, 군부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 재벌과 유착하여 경제력도 틀어쥔 군부는 비상사태가 선포되면 3권을 모두 장악한다. 유신헌법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1950년대 영국 일간지는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기대하느니 쓰레기통에 장미꽃이 피기 바라는 것이 낫다’고 적었다. 우리가 미얀마 군부의 작태를 보며 느끼는 마음과 같았을까. 미얀마 시민들의 헌법 화형식을 보노라면 한편으로 6월 항쟁 끝에 직선제 개헌과 하나회 숙청을 이루어 낸 우리 역사에 경이감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민간 출신 국방장관은 없고, 국방개혁에는 소극적인 우리 군대가 과연 충분히 민주적 통제를 받고 있는지 되묻게 된다.

역사적으로 무력을 장악한 전사, 무신 등은 귀족 계급이었다. 이들 군인은 상인, 현인(사제, 정치가, 관료) 집단과 더불어 통치 엘리트의 중요한 축으로서 언제나 헤게모니 다툼의 중심에 있었다. 비록 지난 30년 동안 군이 비교적 잠잠했다지만, 2017년 국군기무사령부가 촛불 정국에서 위수령과 계엄령을 검토했던 문건을 보면 방심은 금물이다. 언론 검열, 국회의원 구속을 통한 계엄해제 저지, 기계화사단·기갑여단·특전사 투입 계획 등을 읽어 내려가며 실감한다. 우리가 공기처럼 당연시하는 군에 대한 문민통제나 민주주의는 하룻밤에 뒤집힐 수도 있는 취약하고 불안정한 체제라는 것을. 미얀마 사태를 우리와 무관한 일로 치부해서는 안 될 이유이기도 하다. /박지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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