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우 전북신용보증재단 이사장
 
   「오늘날 시민의 전형은 피고용인이다. 그들은 조직 내에서 일하고 조직에 생계자금을 의존하며 동시에 조직에 기회를 요구한다. 자기실현과 함께 사회에서의 위치와 역할까지도 조직에서 찾으려 한다. 현대사회는 이렇게 피고용인 사회다. 예전에는 “무슨 일을 하십니까?”라고 물었지만 오늘날에는 “어떤 회사에서 일하십니까?" 라고 묻는다.」 이상의 내용은 어느 책의 프롤로그에서 발췌한 것이다.
실제 우리 주위를 둘러보아도 독립적으로 모든 일을 혼자 해결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심지어 1인 기업마저도 외부와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된 조직 간 교류의 협력을 받지 않고는 계속기업으로서 존재해 나갈 수 없다. 선진국으로 나아갈수록 이 현상은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
조직은 사회의 기관으로서 각자의 역할을 하면서 자기 위치를 확인하고 더욱 발전해 나가기 위해 다른 조직과 치열한 경쟁을 통해 생존한다. 사회에 영향력이 큰 일 일수록, 보유자원이 우월 할수록 그 조직의 생존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누구나 그런 조직에서 일하고 싶어 한다. 모두 좋은 일자리를 원한다.
좋은 일자리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혼자만의 힘으로는 더구나 불가능한 일이다. 조직 내 협업이든, 조직간 협업이든 다양한 형태의 협업은 필수적이다. 특히 요즘의 제조업은 국가 간의 협업까지도 요구한다. 세상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종류의 물건이 있다. 무엇을 만드느냐에 따라 더욱 심화된 상호의존적 현상을 보인다. 제조업은 모든 산업의 핵심이다. 설계-생산-유통-서비스업으로 연결되면서 광범위한 전후방 산업효과를 유발한다. 제조 기반이 앞선 국가가 세계를 제패하게 된다. 최근 G2 간 무역전쟁의 본질도 제조 기반을 지키기 위한 기 싸움이다.
지방소멸 론이 대두되고 있는 요즘이다. 시장에 맡겨두면 틀림없이 우려가 현실이 될 것이다.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냄으로써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궁극적으로는 세를 불리고 더 큰 영향력을 갖고 싶은 욕망은 개인이나 조직이나 국가나 다를 게 없다. 국가차원 이든 지역차원이든 제조기업 투자유치에 발 벗고 나서는 배경일 것이다.
우리지역 내 인적·물적 자원을 동원하여 많은 기업이 설립되도록 정책을 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그런 자원은 언제나 부족하기 마련이다. 짧은 시간동안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 핵심 기업은 외부에서 유치하더라도 연관기업은 지역 내에서 육성하는 중장기 전략을 병행함으로써 연관 자원능력을 축적할 기회를 만들어 내야한다. 거기에 더해 연관기업의 기술개발 노력 등 자원능력이 약탈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정책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수평적 협업이 상시적으로 기능하는 구조를 만들어 내야한다.
연관효과가 큰 산업일수록 수직적 계열화가 진행되고, 부품생산 기업은 결국에 종속화 되어 은밀하게 약탈적 피해를 입게 된다. 종속기업은 퇴출되지 않기 위해 끊임없는 투자를 지속해야 하고 그에 비례해 부채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가 고착화된다. 우리의 산업화 과정을 뒤돌아 볼 때 산업 곳곳을 지배해 온 이런 은밀한 현상은 어두운 과거 그림자로 그쳐야 한다. 중소기업 근로자의 임금 수준이 대기업 종사자 임금의 60%대 수준이라고 한다. 그 격차는 시간이 흐를수록 커져왔다고 한다. 작은 기업이 노력한 만큼 대우를 받는다면 그 격차는 훨씬 줄어들 것이다. 좋은 일자리는 임금의 높고 낮음이 아니라 합당한 보상에서 시작된다. /유용우 전북신용보증재단 이사장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