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가상자산(암호화폐) 규제 공백

박지원 변호사

박지원 변호사
박지원 변호사

암호화폐 커뮤니티는 매년 5월 22일을 ‘피자 데이’(Pizza Day)로 기린다. 2009년 탄생한 1세대 암호화폐 비트코인이 2010년 5월 22일 처음 피자라는 실물과 거래되었기 때문이다. 당시 피자 두 판이 1만 비트코인에 거래되었는데, 현재 1 비트코인의 가격이 수 천만 원이니, 11년간 천만 배 정도 오른 셈이다. 그 사이 2세대, 3세대 암호화폐들이 속속 등장했고, 가상자산 거래액이 주식시장 거래액을 추월하는 시대가 되었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2006년작 ‘부의 미래’에서 분야별 변화속도를 수치로 표현했다. 기업·금융의 변화속도가 100이라면, 정부·관료는 25, 정치조직은 3, 법은 1로 표현되었는데, 사회 변화 최후방에서 뒤치다꺼리를 하는 법률분야 종사자로서 코인 광풍을 아연히 바라보며 다시금 그의 통찰에 공감한다.

개인적으로 가상자산 관련 입법·규제가 뒤쳐져 혼란을 예상했던 분야는 게임이었다. 게임 내 효용만 있는 아이템이 현금으로 거래가 되고 심지어 사기나 성매매의 발단이 되는 등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지며 미증유의 논점들이 파생되었기 때문이다. 게임회사 야구팀이 한국시리즈 우승 뒤 2억 원에 거래되는 아이템 검을 치켜드는 시대에 법률가나 경제학자는 고민한다. 정보코드에 불과한 게임머니나 아이템이 절도나 횡령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소득세·상속세·증여세는 부과될 수 있는지, 게임 내 경제에 발생하는 인플레이션에 따른 유저들 재산은 어떻게 보호할지, 독점·담합·양극화 문제 등등 끝도 없는 신세계가 머릿속에 펼쳐진다. 하지만 세월이 십 수 년 흐르는 동안 게임머니 관련 입법 규제는 생각보다 정교해지지 않았다. 거래규모와 피해 수준이 충분치 않았기 때문일까.

어쩌면 규제당국은 암호화폐 또한 일종의 게임머니 정도로 가벼이 여겼는지 모른다. 그러다 2017년 투기가 심해지자 돌연 ICO(Initial Coin Offering)를 전면 금지하여 국내 발행을 막더니, 거래소 폐쇄 방침은 발표 후 하루 만에 번복하면서 유통시장을 혼란 속에 방치해버렸다. 국내에서는 만들지 못하게 할 테니, 거래하든 말든 모르겠다는 식이었다. 그 결과 수많은 암호화폐가 규제당국의 감독 없이 우회상장처럼 해외에서 발행되어 국내에서 거래되었으며, 투자자 보호 장치는 마련될 기회조차 없었다.

그러나 작금의 거래량은 ‘발행 금지, 유통 방치’라는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면피성 정책 기조를 용인할 수 없는 수준이다. ‘발행·유통 금지’나 ‘규제 하에 발행·유통 허용’ 중 하나를 선택할 때가 온 것이다. 탈중앙화된 디지털 화폐의 사회적 가치를 인정할 수 없고, 블록체인 기술 발전에 암호화폐가 필요 없다면 중국이나 인도처럼 가상자산의 발행·거래·보유를 금지해야 한다. 반대로 암호화폐와 퍼블릭 블록체인이 불가분이고, 그 사회적 효용이 투기를 감내할 만큼 크다면 발행과 유통을 허용하는 대신 금융상품에 준하는 규제·감독을 해야 한다. 주식이나 파생상품도 자금조달이나 위험 헷징 등 순기능이 크다면 일부 투기는 용인하되 규제로써 역기능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데, 가상자산에도 같은 이치가 적용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이 경우라면 자본시장의 거래소처럼 시장 진입 가능 요건을 정하고, 투자자에 대한 설명 후 일정 수준 이상의 상품만 상장·유통시키며, 시세 조종 같은 불공정거래를 감시하는 등 투자자 보호를 위한 관리감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박지원 변호사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정치일반李대통령, 국회 초당적 협력 요청... “단결과 연대에 나라 운명 달려”

국회·정당인공태양(핵융합)이 뭐길래..." 에너지 패권의 핵심”

국회·정당“제2중앙경찰학교 부지 남원으로”

정치일반전북도청은 국·과장부터 AI로 일한다…‘생성형 행정혁신’ 첫 발

정치일반전북 ‘차세대 동물의약품 특구’ 후보 선정…동물헬스케어 산업 가속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