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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팔찌와 보석 도시

강인석 논설위원

삽화=권휘원 화백
삽화=권휘원 화백

미국 여자 테니스 선수 크리스 에버트는 1970년대 중후반 그랜드 슬램 여자 단식에서 18회나 우승한 세계 여자 테니스계의 전설이다. 1972년 프로에 데뷔해 1989년 은퇴할 때까지 그녀가 기록한 통산 89.96%의 승률(1309승 146패)과 그랜드 슬램 단식 결승 진출 34회 및 4강 진출 56회는 남녀 선수 통틀어 아직까지도 깨지지 않고 있는 대기록이다. 남자 테니스 선수인 스위스의 로저 페더러가 그랜드 슬램 단식 결승 진출 31회와 4강 진출 46회로 현역 선수 최고의 기록을 갖고 있지만 전성기가 지나 에버트의 기록을 깨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크리스 에버트는 ‘테니스 팔찌’란 이름을 만든 주인공이다. 그녀는 손목에 화려한 다이아몬드 팔찌를 차고 경기를 펼쳐 주목받았는데 1987년 US오픈 경기 도중 팔찌가 끊어지면서 코트 바닥에 떨어진 다이아몬드를 줍느라 경기가 잠시 중단되는 소동이 발생했다. 이때 까지만 해도 작은 스톤이 여러 개 나열돼 세팅된 형태의 팔찌에는 특별한 이름이 없었는데 US오픈 테니스 경기를 중단시킨 이날 해프닝 이후 테니스 팔찌란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1980년대 부터 1990년대 후반까지 익산은 전 세계 테니스 주얼리 수출 물량의 90%를 점유하며 귀금속 보석의 도시로 명성을 얻었다. 1997년 익산산업단지내 입주업체 165개 가운데 귀금속 가공업체가 102개에 달할 정도였다. 그러나 1998년 IMF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익산 귀금속 가공업도 위기를 맞았다. 기업의 해외이주와 고급인력 유출 속에 설상가상으로 수출자유지역 해제까지 이어지면서 쇠퇴기에 들어섰다.

이후 2002년 익산 왕궁에 국내 유일의 익산보석박물관이 개관하고 2010년에는 국내 최고의 귀금속 보석 전시판매장인 ‘주얼 팰리스’가 문을 열면서 귀금속 보석산업의 옛 명성 회복을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2012년 익산 낭산의 주얼리와 섬유·봉제·가방 관련 제조업체를 위한 패션단지 조성, 2014년 패션주얼리공동연구개발센터와 2016년 주얼리집적산업센터 건립 등이 이어지고 있다.

익산시가 최근 ‘익산의 숨은 보석·자랑거리 98선’을 공개했다. 보석의 도시 브랜드를 통해 시민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관광자원화 하기 위한 취지라고 한다. 시가 지난해 10월부터 시민 공모 등을 통해 최종 선정한 숨은 보석·자랑거리 98선에는 암산 세계 챔피언, 판소리 13시간 완창 세계 기네스 보유자, 대한민국의 가장 오래된 역사(춘포역) 등 국내외 최고인 익산 만의 숨은 보석들이 발굴됐다.

귀금속 보석 관련 자랑거리가 포함되지 않아 아쉬움이 있지만 익산의 숨은 보석·자랑거리 98선이 도시의 매력과 가치를 높여 귀금속 보석의 도시 익산의 옛 명성을 부활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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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석 kangis@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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