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곤 논설위원
내년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전교조를 둘러싼 이상기류가 감지된다. 지금까지 이 단체를 대표하며 얼굴 역할을 했던 전북지부장 출신 차상철 완산학원 이사장과 이항근 전 전주교육장의 맞대결이 예상되면서다. 애초엔 노병섭 전 지부장도 출마 의사를 내비쳤다가 뜻을 접었다. 어찌됐든 지부장 출신 3인방의 동시 출격은 복잡한 속사정을 시사해주는 대목이다. 그 때문인지 이들과 뜻을 같이해 온 일부 시민사회단체도 서둘러 후보 단일화 작업에 나섰다. 오는 12월까지 내부 절차를 밟아 단일 후보를 내세우겠다고 최근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들은 단일화 명분 보다는 오히려 집안싸움 양상으로 비쳐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도 그럴것이 김승환 교육감의 최대 지원세력인 전교조야말로 내부 결속력이 강하기로 정평이 났다. 그런데 전임 지부장들이 경쟁자로 나섰다는 점은 내부 갈등의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그렇다 보니 설령 단일화에 성공하더라도 표의 확장성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난 선거에선 강력한 김승환 당선을 위해 차상철 씨와 천호성 씨가 사퇴함으로써 단일화 효과를 거뒀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번에 이들 싸움은 김승환 후계자를 자처하며 벌이는 파워게임이다. 둘 다 개인기에 의한 지지층 흡수 보다는 기존 조직 표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라 집안단속 효과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더욱 힘든 것은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대항마가 버티고 있어 단일화 이후 싸움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1일 발표된 뉴스1 교육감 지지도에 따르면 차상철 이항근씨가 각각 7%대인 반면 대항마 서거석씨는 30.6%로 조사됐다.
차 이사장과 이 전 교육장은 김승환 시대 황태자인 동시에 최대 수혜자로 알려져 있다. 차 씨는 누가 뭐래도 김승환 당선의 일등공신이다. 실제 그의 영향력은 교육청 전반에 미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거의 사문화된 인사 규정은 있었지만 교사에서 일약 장학관으로 특별 승진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그런 그를 주변에서는 일찍이 ‘포스트 김승환’ 으로 점찍고 눈여겨 본 것이다.
이런 차 씨에게 도전장을 내민 이항근 씨는 군산 지역에서 주로 교편 생활을 했다. 이 씨도 학생을 가르치다 공모제를 통해 교장이 된 뒤 전주교육장으로 승승장구하며 한때는 김승환 후계자설이 나돌기도 했다. 전교조 초창기 기반을 닦으며 끈끈한 동지로 뭉쳤던 두 사람의 정면 승부를 놓고 해석이 엇갈린다. 그동안 2인자로 군림했던 차 씨에게 김승환 지지세력 일부가 반기를 들었다는 소문이다. 그런가 하면 유력한 상대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페이스 메이커를 동원, 단일 효과 극대화를 노린다는 설도 있다. 선거가 1년 남은 시점에서 단일화를 서두르는 것 자체가 이런 상황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차 씨가 지난주 맨 먼저 출마 선언을 강행한 것도 저간의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것. 당장 출전 채비를 서둘러야 하는 데 심상치 않은 내부 공기 때문에 전교조는 이래저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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